고통의 안전 장치
모든 수술은 두려움을 동반한다.
우리는 살아가며 여러 번의 수술과 치료를 겪는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자, 누우세요. 다리는 쭉 펴고, 머리는 살짝 들어볼까요.”
얼굴 위로 커다란 조명이 켜지고,
초록색 천이 얼굴을 덮는다.
“선생님, 많이 아플까요?”
두려운 눈으로 치과 위생사를 바라본다.
단것을 좋아하던 시절, 충치가 생기고 이를 빼야 했다.
주사기로 잇몸을 찌르는 그 순간,
윽— 짧지만 잊히지 않는 고통이 스친다.
사실 수술대에 누운 순간부터, 마취 뒤의 세계는 완전히 타인의 손에 맡겨진다.
인간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을 본능적으로 가장 두려워한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외과 수술 전후 불안의 약 80% 이상은
‘신체적 생존 위협에 대한 본능적 반응’으로 분류된다.
이때 몸은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을 분비하며 긴장한다.
전신마취가 아니라면, 의식은 수술 부위에만 집중된다.
그 어떤 일에도 신경이 분산되지 않는다.
어른이 된 지금, 겉으론 담담하지만 마음속은 다르다.
“마취를 해도 아프면 어쩌지?”
불안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그런데 여러 번의 수술을 겪으며, 하나의 방법을 깨달았다.
고통이 밀려올 때, 손을 세게 꼬집는 것이다.
통증이 강할수록 더 세게 꼬집는다.
그러면 이상하게도 수술 부위의 고통이 옅어진다.
이후로 손등을 꼬집는 습관이 생겼다.
너무 세게 꼬집은 날엔 손등이 붉게 물들기도 했다.
이건 ‘고통 분산의 원리’다.
뇌는 두 개의 통증 자극이 동시에 들어오면,
더 강한 자극 쪽에 집중하기 때문에
원래의 고통이 약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주의 분산(pain distraction)’ 효과라 부른다.
또한, Melzack와 Wall의 ‘게이팅 이론(Gate Control Theory)’도 이를 설명한다.
척수의 ‘게이트’가 열리고 닫히며 통증의 전달을 조절한다는 개념이다.
인생도 이와 비슷하다.
우리는 모두 ‘예쁘게 만개한 꽃길만 걷는 삶’을 꿈꾸지만,
때때로 비바람에 꺾이고 상처 입는다.
그럴 때 통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나만의 위로 장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신경을 살짝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순간,
불안은 조금 누그러지고 마음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말했다.
“고통을 피하려 하지 말고, 고통의 방향을 바꿔라.”
고통은 결국 ‘집중된 인식’이다.
시선을 옮기는 순간, 고통은 세기를 잃는다.
아픔을 견디는 힘은 그때 생긴다.
이제 당신도 더 이상 나약한 환자가 아니다.
고통을 다루는 법을 아는, 단단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