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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블랴나, 슬로베니아의 심장 2

BTS 그리고 싸이 | 한류 또는 K-Culture

by 빨간모자 원성필


슬로베니아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류블랴나는 신화나 다름없겠네!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1988), 파올로 코엘료, 문학동네, 2014


수면제를 먹고 죽음을 기다리던 베로니카가 한 잡지의 “슬로베니아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문장을 보고 흥분했다.


이 글을 쓰는 필자나 읽는 독자 분들 역시 슬로베니아를 그다지 잘 알지는 못한다.


이 젊은 대학도시는 새로운 문화의 수용성이 상당히 높다.


인문학에 관심 있다면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

농구에 관심이 있다면 NBA의 '할렐루카'라고 부르는 농구 천재 루카 돈치치

정치에 관심이 있다면 트럼프의 부인, 이름이... 멜라니아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유고슬라비아

지리에 관심이 있다면 율리안 알프스와 사바강






2020년, 이 시간 전 세계 팝팬들은, 유럽의 젊은이들은 BTS에 열광하는 중이다.

대학 도시, 젊은 도시 류블랴나도 BTS 신드롬이 덮쳤는데

하지만 아직도


친한 중학교 동창은

춤 잘 추는 아이들

정도로 인식하고 있으며 헝가리에서 현지 여성과 결혼해서 딸 셋과 아들 둘을 둔 아끼는 후배는

일부 일탈 중인 또는 극소수의 '날라리들'이나 알고 있는

가수들의 집합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문화 변화의 중심은 젊은 세대임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쌍한 녀석들. 이런 문화 부적응자들의 무관심의 기저에는 기득권을 독점하고 있다고 믿는 속 좁은 인터테인먼트 산업의 카르텔이 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대형 기획사, 미디어, 받아쓰기가 특기인 기자들이 그 주요 문화지체자들이다.


이들은 소위 "연예인들"은 자신들이

기획하고 -기획사-

광고하고 -미디어-

띄워줘야 -기자-

성공할 수 있고 그 힘은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류블랴나 시내의 새벽시장


"BTS 현상"

BTS는 팬들과의 소통 힘으로 거대한 카르텔은 깨부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


기자들은 자신들과 인터뷰를 해주지 않으니 삐졌고

신문사 데스크는 그들의 음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방송국은 예능 프로그램에 그들이 출연해주지 않아 뒤틀렸고

대형 기획사들은 말도 안되는 작은 기획사의 성공이 배가 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이슈보다 더 큰 의미를 가진 BTS를 무시하고 있다. 증거?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뉴스의 양으로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문화라는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우리는 BTS를 더 많이 자랑스러워해도 될 것이다. 밴댕이들은 무시하자.


류블랴나 성 : BTS의 음악은 이 성안의 카페에서도 들을 수 있다.




2013년부터 그 류블랴나의 모든 기념품점 입구 정면에 여러 나라들을 상징 아이콘들이 인쇄된 포스터?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류블랴나로 갈 때마다 나는 그 아이콘들을 가리고 서서 우리 여행객들에게 질문을 했다. 똑같은 질문을.


“슬로베니아 사람들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인식할까요? 아니, 이들에게 대한민국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일까요?"


물론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올림픽, 월드컵, 인삼, 반도체, 현대차, LG, 삼성 ... 오히려 박지성을 더 많이 떠올렸을 법하다. 지금이라면 손흥민이겠지만.


여러 나라를 상징하는 아이콘들


예를 들어 알바니아는

알바니아, 아이스크림이 맛있는 나라


나 조차도 가수 따위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싸이’강남스타일’


비틀즈는 되고 싸이는 안되나?

저스틴 비버는 되고 BTS는 안되나?




발칸, 발칸반도

다양한 미디어와 여행을 통해 이해도가 높아지며 국적기의 취항도 이루어지며 점점 가까워지던 지난해 이후 코로나로 인해 좁아지던 그 세계와 우리는 물리적으로 다시 멀어져 버리고 말았다.


2012년 여름 모 여행사의 패키지 인솔 가이드로 섬과 성으로 유명한 블레드 관광을 마치고 산속의 작은 호텔에 묵게 되었다. 도착한 호텔에서 여행객들의 방 열쇠를 받기 위해 리셉션 직원과 대화를 하는데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에서 익숙한 우리말이 들렸다.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 유럽에서 공부도 하고 인솔 가이드도 오랫동안 했지만 발칸반도 산속에서 한국말 가사가 있는 음악을 듣다니. 감격스럽다기보다는 매우 의아한 현상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싸이, ’ 강남스타일‘


신나는 멜로디와 재미있는 B급 감성의 뮤직비디오는 그야말로 선풍적이었고 이후 유럽 어디를 가도 흔하게 들을 수 있었으며 대도시에 있는 날은 하루에도 몇 번씩 특유의 말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의 거의 모든 기념품점에는 아직도 싸이가 우리나라를 대표하고 있다.


싸이가 시작한 K-Culture가 BTS를 통해

대한민국의 문화적 감성이 슬로베니아의 심장에 자리매김한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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