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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수진 Nov 06. 2019

첫에세이라고 말하는 게 왜 싫을까?

내가 왜 그럴까에 대해서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물고 가보았어요.

내 책이 나오고 가장 열정적으로 판매홍보를 도와준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친오빠다.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얼마전에는 자기 회사에 몇몇 분들에게 책을 선물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그 분들 중 한 분의 후기를 카톡으로 보내줬다.



직장님 한분이 첫 책 치고는 구성도 좋고 잘 만들었다네 하나 아쉬운거는 작가 성격이 너무 강한 거 같고 조금만 유도리있게 풀어나가면 다음 2집 3집은 더 발전할 수 있을 거 같다네 직접 오셔서 감상평을 말씀해주시고 갔다


나: 그 사람은 남자고 좀 나이대가 있을 것 같음 ㅎㅎ 성격이 강하다고 느끼거나 유도리 없다는 게 항상 누구한테 시키거나 좋은 소리만 듣는 직급 좀 있는 사람.


맞는거 같네 ㅎ


나: 여자는 또 여자다워야 한다 이런 성역할이 확실해서 여직원에 대해서 실력보다 저평가할 듯



[선량한 차별주의자]가 번뜩 떠올라서 책을 펼쳐들었다.


"유리한 지위에 있다면 억압을 느낄 기회가 더 적고 시야는 더 제한된다. 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민하다, 불평이 많다,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 며 상대에게 그 비난을 돌리곤 한다."




도시사람을 웃음거리고 만드는 농담에 시골사람은 웃을지 몰라도 도시사람은 웃지 못한다. 시골사람을 웃음거리고 만드는 농담에 도시사람은 웃을지 몰라도 시골사람은 웃지 못한다.


나는 첫 책치고는 잘썼네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 편집자가 써 준 '첫에세이'란 소개글이 싫었던 것 같다. 첫 책 치고는 잘 썼다는 말을 들어보고나니 알 것 같다. 글쎄, 이 말은 내 귀에는 이렇게 들린다. 누군가 일상적으로 무신경하게 여성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하는 "여자치고는 - ." 같은 말 말이다. 처음이니까 하고 봐주지 말고 그냥 신랄하게 차라리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신랄하게 패주는 게 더 반갑다.


그런데 내가 왜 이럴까? 왜 이 말에 여러가지 생각이 줄줄이 따라와서 이렇게까지 글로 적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까? 처음치고라는 말을 빼고 잘 썼다는 말을 두 번째에도 들을 수 있을까? 두 번째 책이 있을까? 다른 책을 기획하고 목차를 뽑고 원고를 쓰고 있지만 딱히 아는 출판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내 책을 내주겠다고 한 출판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정말 첫 번째처럼 맨땅에 헤딩하듯이 일단 A4 100장의 원고를 작성부터 하고 보는 식이다.


그런데 내가 영어를 가르칠 때 셀 수 없는 명사에 대해서 이런식으로 설명하는 게 이 지점에서 또 떠올랐다.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명사는 셀 수 없는 것으로 분류한다. 두 번째, 세 번째가 없으니까 셀 수 없다고 본다. 나라는 여러개지만 대한민국은 세상에서 단 하나다. 두 번째 대한민국이나 세 번째 대한민국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이 첫 에세이라고 세어주는 걸 보니, 두 번째도 있을 건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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