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내리는 비

by 성성이


여름은 참 덥습니다. 더워야 여름이고 습해야 여름이지 생각하면서도 침묻은 사탕을 손으로 꽉 쥐어본 것처럼 끈적거리는 피부에 더는 참기 힘들더군요. 멋을 부린다고 라식까지 했으면서 안경까지 쓰고 있으니 흐르는 땀이 더욱 거슬립니다. 가방을 메고 있던 탓에 등은 이미 축축하게 젖었습니다. 툭툭. 길을 걷다 한두방울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양 손에 짐이 너무 많아 도저히 우산을 꺼내기 힘들어 마침 눈에 보이는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처음 가보는 카페지만 전체적인 우드톤 인테리어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렇게 나무를 좋아하는 것보니 사람은 자연에서 온 것을 부정할 수가 없군요.

커피를 시키고 작은 케이크를 하나 시켰습니다. 혼자 카페에 왔으니 비록 작은 케이크지만 혼자 다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설레기 시작했습니다. 커피를 한잔 마시고 케이크를 먹으려 고개를 드니 통창 밖 비가 쏟아지는 풍경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조금만 늦었으면 큰일날 뻔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만약 폭포처럼 쏟아지는 저 비 아래 있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릴 적(지금도 어리지만?)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5살 6살 즈음, 저는 참 장난이 많았던 아이였습니다. 어찌나 장난이 많았으면 집 밑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있으면 아이고 이놈아 또 뒤댕기냐?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들이 웃으면서 말하셨다고 어머니가 그러시더군요. (그런 내가 글을 쓰고 있다니? 하하) 평소처럼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지옥탈출' 놀이(추억에 잠깁니다)를 하고 있었습니다. 눈을 감았다고 하지만 거진 뜨고 있는 술래를 피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저리로, 저기서 여리로 신나게 뛰어다녔습니다. 하늘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군요? 처음 비가 오시 시작할 때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다들 당황했습니다. 우산도 없었고, 마땅히 피할 곳도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씩, 그렇게 조금씩 물들던 비가 완전히 우리를 적셨을 때 우리는 놀이기구에서 내려와 모래바닥을 달렸습니다. 산책 나와 밀려오는 호기심 가득한 냄새에 신이나 달리는 강아지처럼 있는 힘껏 달렸습니다. 이곳이 트램펄린 이라도 되는 것처럼 막 뛰었고, 서로의 얼굴을 보며 '하하하하' 환하게 웃었습니다.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냥 어려서 그랬다기에는 그때의 감각이 너무도 선명합니다. 태초로 돌아간 기분이라 그랬을까요? 태어나기도 전에 엄마의 양수 속에서 느꼈던 안정감이 무의식 속에서 발현됐기 때문일까요.

지금 창 밖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이 하늘에 구멍이라도 낸 것처럼 무섭게 일쏟아지네요. 밖으로 나가고 싶어졌습니다. 밖으로 나가 입고 있는 옷을 흠뻑 적시고 싶어졌습니다. 지금은 비에 젖는 것이 무서워 엄마 품 같은 포근한 카페에 앉아 내리는 비를 감상하는 나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때처럼 어떤 생각이나 어떤 핑계도 대지 않았던 그때처럼. 비가 몸으로 스며들고 또 스며들어 마침내 내 '팬티'까지 적실정도로 흠뻑 젖고 싶어졌습니다. 미친 사람처럼 비를 맞으며 방방 뛰고 싶어졌습니다. 우산이고 휴대폰이고 다 던지면서 환하게 웃고 싶어졌습니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다음에 정말 다음에 문득 창 밖에 비가 오는 것을 알아챈다면 그 즉시 달려가 온 몸을 적시겠습니다. 마음까지 내리는 비에 푹 담길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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