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복날

by 성성이

“안녕하세요. 주문하시겠어요?”

“아무거나 주세요”
“아, 혹시 어떤 종류의 음료를 찾으시는 걸까요? 커피 종류도 있고 티 종류도 있어서요.” “어... 아무거나 주세요.”
창가 쪽 벽면 전체가 커다란 통창으로 돼 있는 것이 이 카페의 큰 특징이다. 도시 한복판에 있음에도 3층에 자리 잡고 있고, 무엇보다 건너편에 높은 건물이 없어 시원한 개방감을 안겨 줬다. 나는 무엇인지 모르겠는 빨간 음료를 받아 들고 6인 테이블 자리에 앉았다. 더운 몸을 식히려 차가운 음료를 빨다 건너편 의자에 있는 작은 돼지 인형과 눈이 마주쳤다. 돼지 인형 은 가만히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음료에서 시큼한 맛이 났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미정 언니 일찍 왔네?”

“어 방금 왔어.”

지수가 음료를 시키러 간 사이, 창문 밖에선 시끄러운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밖을 바라 보니 거리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아무리 주말이지만 비약적으로 많은 인파에 조금 의아했다.

“사람 엄청 많지? 여기까지도 겨우 왔다니까 진짜.”

“오늘 뭔 날인가?”
“오늘 복날이잖아. 그래서 대규모 시위하는 거래. 아 저기, 저기 뉴스 나온다.”

티브이에서는 광화문 거리를 가득 메운 시위행렬을 실시간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돼지 식용 금지법을 통과시켜라!’, ‘돼지는 우리 가족이다.’ 곳곳에서 육성으로, 때로는 확성기를 통해 목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저 수많은 인파 속 커다란 분홍색 돼지가 같이 걸어가고 있었다. ‘꾸에 에엑’ 큰 소리로 절규하는 돼지의 울음소리를 카메라가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돼지는 자신을 놓아 달라 더 큰 소리로 울부짖는 듯했다. ‘돼지가 음식이냐? 돼지는 우리 친구다.’ 더러는 반 려 ‘미니미 돼지’를 품에 안고 눈물을 쏟아내고 있기도 했다.

“글쎄, 며칠 전에 산속에서 노인네들이 몰래 돼지 잡아먹다 걸렸대. 아직도 그런 야만적인 사람들이 있다니... 하여간 늙은이들이 문제야. 대체 돼지를 왜 먹는 거야.”

지수가 두 손으로 몸을 감싸고 고개를 털었다. 10년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그 사 건이 지금 이 시위의 시작이었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영양학박사가 한 외국 매체에서 ‘개고기 에만 있는 특정 지방질이 우리 몸속 균형을 잡아주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무엇보다 개고기가 지닌 뛰어난 재생 효과는 노화 방지 및 장수, 탁월한 항암효과 등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 고의 음식.’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이 영상은 5060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 나갔 고, 유튜브 속 암 환자들이 개고기를 먹고 완치된 영상이 1억 뷰를 넘기며 관심은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야말로 ‘개고기 붐’이 일어났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 지나가던 산악회가 발견했다고 하는데, 등산 스틱으로 둘러싸고 팼대. 얼마나 팼는지 한 명은 전치 12주 나왔다나 뭐라나.”

티브이에서는 여전히 사람으로 가득한 시위 행렬을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돼지는 음식이 아니라 외치며 울부짖는 저들의 얼굴에서 가벼운 역함을 느꼈다. 지금 저기서 눈물 흘리는 저 들이 사이비 종교에 홀려 있는 것 없는 것 다 퍼주는 신도처럼 개고기를 먹어 댄다는 것을 알 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개의 모든 부위를 온갖 방법으로 요리해 먹었다. 개고기는 맛도 좋고 몸에도 좋다 며 모든 뼈는 육수를 우리는 데 사용했고, 꼬리도 버리지 않고 찜으로 만들어 먹었다. 개고기 에 대한 뜨거운 열기 속 곳곳에서 개고기 품절 대란이 일어났고 개고기 농가는 바퀴벌레가 개 체를 늘리는 것처럼 순식간에 불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개고기 농장을 장려하는 움직임이 불 거졌고, 몇몇 나라는 개고기를 성장산업으로 지정해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나가기도 했다.

대한민국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빠른 속도로 개고기를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포함했고 개고 기 농장을 적극 장려했다. ‘옛 지혜로운 우리 선조 때부터 먹어온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 그리 고 5년 전, 마침내 여당은 범국민적 인기에 더불어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개고기를 국가적 대표 음식으로 표방하는 법, ‘개고기 법’을 발의한다고 대대적으로 공표했다. 늘 의견 불일치로 하루가 멀다고 싸워대던 여야당 의견은 액션영화에서 합을 맞춘 것처럼 딱딱 들어맞았고, 범 국민적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그렇게 대한민국 역사상 최단 시간 패스트트랙으로 ‘개고기법’은 통과됐다.

“그래도 사람을 때리는 건 안...”

“솔직히 나는 그럴만하다고 생각해. 아니 돼지는 가족이잖아. 지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키 우고 있는데 그걸 먹는 게 말이나 되냐고. 언니 안 그래?”

“맞지.”
나는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돼지 인형은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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