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3층 루프탑에 올라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용하기 위해 가져간 휴지를 의자에 잠시 두었는데 바람이 '휭' 불더니 휴지가 바람에 휘날려 떨어졌습니다. 가만히 서서 휘날리는 휴지를 바라보는데 어딘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무더운 여름 땀을 삐질 흘리며 싱그러운 초록을 바라보는데, 그저 떨어져 휘날리는 휴지를 바라볼 뿐인데 슬픔이 느껴진 것은 무슨 이유였을까요. 무수히 떨어진 휴지에서 누군가 보였나 봅니다. 한곳에 뭉치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날리는 연약한 휴지.
어쩌면 잠시 좌절하기도 했을, 어쩌면 잠시 낙담하기도 했을, 어쩌면 아직 그 불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누군가가 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누군가는 나 스스로였겠죠. 맞습니다.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잠시 낙담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실패와 좌절을 겪습니다. 어둠이 없다면 빛도 없듯이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있는 것은 당연한 섭리입니다. 단 한 번도 실패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거짓말이겠죠. 그리고 실패를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이 휴지처럼 금방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강인한 사람은, 우리가 흔히 성공했다고 부르는 단단한 사람들은 수없이 겪은 실패와 좌절로 생채기 난 상처를 겪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 상처가 나고 그 상처가 회복되며 더 커지는 것처럼, 피 흘리던 상처가 아물며 더 단단한 딱지가 생기고 반복되는 딱지는 사람을 단단하게 만든 것이죠.
하지만 간혹 그 고통의 크기가 너무나 큰 나머지 자연적으로 딱지가 되지 못하고 병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아물지 못하고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바늘로 꿰매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힘들겠지만 그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처음부터 시큰거리는 상처에 익숙한 사람은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무릎이 10번도 넘게 까져본 단단한 사람도 매번 겪는 상처에 아파하기 마련이니까요.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서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흩어진 휴지를 그대로 둔 채 뒤를 도는 것이 아니라, 하나둘 한데 모아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처럼 말이죠.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 잠시 내려놓는 것은 어떨까요? 잠시 아파하는 애도의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은 어떨까요. 밀려오는 감정을 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마주하는 겁니다. 눈물이 나오면 5살 아이처럼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아무것도 하기 싫으면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 종일 누워있어 보기도 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보기에 의미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이라 생각할지라도, 다 큰 놈이 저게 뭐 하는 것이라 생각할지라도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앞서 나아가기 위해 힘을 모으는 것입니다. 주어진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기계가 이유 없이 고장 나기도 하는 것처럼 달려가기만 하는 말은 금세 지치고 맙니다. 잠시 쉬며 물도 마시고 풀도 뜯어줘야 하지요.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었습니다. 비어있던 위장을 라면으로 가득 채웠고, 찬밥도 말아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곧장 침대로 달려가 천장을 보고 누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심지어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가만히 누웠습니다. 기분이 아주 좋았습니다. 배가 불러서 그런지 잠이 오기 시작하더군요. 저항하지 않고 속절없이 감기는 눈꺼풀에 몸을 맡겼습니다. 이내 눈꺼풀 안 세상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숨이 일정해지기 시작했고, 잠에 들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땀 흘린 더러운 몸으로 씻지도 않은 채, 밥을 먹고 양치도 하지 않은 더러운 입으로 나는 잠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몸은 깨끗하게 씻고 누웠던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게 침대에 녹아들었습니다. 잠에 깊이 빠져 들었고 무수히 흩어져 있던 휴지가 가지런히 정리된 꿈을 꾼 것 같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