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라이크 WouldYouLike Jun 13. 2019

우주에서 가장 큰 파도타기

날씨가 제법 더워지고 여름이 차츰 다가오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계절입니다. 이렇게 날이 더워지다 보면 휴가철 많은 사람이 방문하는 바다가 생각이 납니다. 바다의 표면은 바람의 힘으로 만들어진 파도에 의해 쉴 새 없이 출렁거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출렁거리며 퍼져나가는 파도처럼 물질의 진동을 통해 에너지가 전달되는 현상을 파동이라고 합니다.

바닷가의 파도는 물을 통해 전달되는 파동의 한 종류이다. © timmarshall, 출처 Unsplash

우리 모두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파동에 노출됩니다.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소리, 이 글을 보고 있는 화면에서 나오는 빛, 휴대폰 통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파, 가끔 발생하여 우리에게 큰 피해를 주는 지진까지 모두 파동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파동들은 지구 밖에 펼쳐져 있는 우주를 연구하는 데에도 많이 이용됩니다. 행성의 내부를 연구하는 지진파 연구와 태양의 내부를 연구하는 태양 내부 진동학, 몇 년 전 최초로 관측되어 지금까지 수많은 연구가 진행 중인 중력파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파동 중 우리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 은하와 같은 나선은하에 숨어있는 파동에 대하여 얘기해보려 합니다. 이 파동은 크기가 수천~수만 광년에 달하고 은하의 구조에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는 파동입니다. 어쩌면 우리 우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파동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규모이지요.

<출처 : NASA>

이 어마한 크기의 파동은 바로 나선은하 사진을 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은하의 나선팔입니다.

은하의 크기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따라가기 버거울 정도의 엄청난 크기입니다. 우리 태양계가 속해있는 우리은하의 지름도 빛의 속도로 10만 년을 달려야 도달하는 거리라고 하니 그 크기를 가늠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그런데도 그 거대한 은하를 가로지르는 나선 구조가 있다는 사실이 과거 천문학자들에게는 굉장히 풀기 힘든 미스터리 중 하나였습니다.

우선 은하의 나선 구조와 매우 비슷한 구조를 가지는 예시를 한 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종이컵에 커피믹스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은 뒤 휙휙 젓다 보면 하얀 거품의 나선 구조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긴 나선 구조는 얼마 지나지 않아 합쳐지고 뭉개지면서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집니다. 나선은하 역시 커피믹스 위 거품과 같이 회전하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비슷한 이유로 만들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크기와 규모가 있다 보니 이 나선 구조가 사라지는 시간이 인간의 짧은 수명으로 관찰하기에 너무나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출처 : NASA>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위와 같은 방식으로 나선 구조가 형성되었을 때 그 구조가 유지되는 시간을 계산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만들어진 나선 팔들은 길어야 수억 년 정도면 휘감기고 뭉쳐지면서 사라져버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은하들의 나이는 최소 수십억 년, 많으면 백억 년 이상 되었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많은 나선은하가 분포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실제로 인류가 관측 가능한 모든 은하 중 대략 60%의 은하가 나선은하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때 나선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파동이론이 등장합니다. 정확한 명칭은 ‘밀도파 이론’이지요. 이 ‘밀도파’ 라는 이름이 붙은 파동은 의외로 우리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습니다. 명절이나 긴 연휴 기간 혹은 휴가철 고속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는 차량 정체가 바로 밀도파의 한 종류입니다. 잦은 차선 변경과 차량 간격 변화로 인한 속도 저하가 누적되면서 차량의 속도가 느려지는 체증이 시작되면 그 영향으로 뒤쪽에서 오는 차량의 속도가 늦춰지면서 뒤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향을 받은 차들의 간격은 줄어들게 되고, 도로 위를 구성하는 차량의 밀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이 밀도 높은 체증의 영향을 벗어난 앞쪽의 차들은 이 정체 구간을 빠져나가지만 뒤쪽에서 새로운 차량이 꾸준히 유입되기 때문에 이 높은 밀도의 차량으로 이루어진 파동은 수 시간에서 심하면 반나절 이상 유지됩니다.

은하를 관측할 때 볼 수 있는 나선 팔이 바로 이와 같은 원리가 적용된 파동의 한 종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은하 원반을 구성하는 별들과 가스들이 은하 원반을 여행하던 도중 정체구간이 발생하고, 우리가 볼 때 그 지점이 밀도 높은 나선 팔로 관측이 되는 것입니다. 덕분에 은하를 여행하던 성간운들의 밀도 역시 높아져서 새로운 젊은 별들이 많이 탄생하는 기폭제 역할이 되는 지역이기도 하지요. 이렇게 탄생한 뜨겁고 밝은 젊은 별들 덕분에 나선 팔은 더욱 밝은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지요.

<출처 : wikipedia>

밀도파 시뮬레이션과 비슷한 모양의 나선은하 <출처 : NASA>

막혀있는 차 속에 갇혀있는 우리는 수십 분~몇 시간 정도면 정체를 빠져나감에도 불구하고 막혀있는 도로 상황은 계속 유지되듯 수십억 년 이상 유지되는 나선 팔의 비결도 바로 이 밀도파 때문입니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 역시 수만 광년에 달하는 이 거대한 파도에 몸을 맡기며 대략 2억 5천만 년에 한 바퀴씩 우리 은하를 돌고 있습니다.

우리은하 상상도 <출처 : NASA>

우주의 비밀을 파헤칠수록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깨닫게 되지만, 그 작은 존재가 얼마나 많은 것들을 탐구하고 밝혀냈는지를 생각하면 그것만으로도 인류 역시 우주에 맡은 역할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이 글을 보시는 여러분 모두 오늘 밤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보면서 삶의 의미를 한 번씩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