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ry Starry Night
대표적인 작품으로, “Starry night (별이 빛나는 밤)”이 있다. 곧게 뻗은 사이프러스 나무 뒤에 펼쳐진 고요한 마을, 그 적막 위에 요동치는 별들의 모습이 유난히 아름답다. 이 그림은 고흐가 세상을 떠나기 13개월 전에 그려진 작품이다. 당시 그는 프랑스 남부, 생 레미(Saint Remi)에 위치한 정신병원에 수감되어 있었다. 그 곳은 폐쇄적인 병원이었기 때문에 당시 밖으로 나가 하늘을 보고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단순히 상상력으로 그린 상상화일까? 흥미롭게도 그림에 그려진 별들의 배치는 그림이 그려졌을 당시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1년에 한바퀴씩 도는 공전을 한다. 따라서 매일 밤마다 보이는 별의 위치가 조금씩 밀리게 된다. 또한 달은 지구 주변을, 행성은 태양 주변을 일정한 주기로 돌고 있기 때문에 밤하늘의 운동은 매우 규칙적이고 예측 가능하다. 즉, 역으로 과거의 기록을 통해 거꾸로 계산을 하면 그 기록이 남겨진 위치와 시간을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계산 결과, 당시 빈센트는 1889년 6월 23일 새벽 3시에서 3시 30분 사이에 생 레미의 별이 빛나는 밤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날 새벽 하늘에는 해뜨기 직전, 동쪽 하늘에서 초승달과 금성이 지평선 근처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또 그 위에 양자리가 비슷한 위치에 놓여있었다. 그림에서는 달의 초승달 모양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달을 더 크게 강조한 것으로 생각된다. 또 양자리와 달이 그림에 그려진 것보다는 더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이를 한 화폭에 담기 위해 가깝게 그린 것으로 보인다.
왜 하필이면 고흐는 “Starry night”에서 양자리를 그렸던 것일까? 사실 고흐가 태어난 날짜는 3월 30일로 그의 별자리는 양자리였고, 생전에 별자리 중 유독 양자리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자주 지켜보던 별자리였기 때문에, 아마 직접 볼 수 없었던 상황에서도 거의 정확하게 양자리를 그려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늘을 볼 수 없었지만, 당시 밤하늘을 가장 아름답게 표현했던 고흐를 만날 수 있다.
누워있는 북두칠성
별과 밤하늘이 담겨있는 그의 작품 하나를 더 살펴보자. 역시 대표적인 작품 “아를의 별이 빛나는 밤, La nuit etoilee, Arles” 이다. 론강 강가에서 바라본 나룻배와 밤하늘이 그려진 이 작품 역시 그림이 그려진 때를 유추할 수 있다. 이 그림에는 익숙한 별자리가 하나 그려져있다. 바로 그림의 위쪽 가운데 그려진 “누워있는 북두칠성”. 우리에게 국자 모양 별자리로 많이 알려진 이 북두칠성은 다른 별과 마찬가지로 매일 매일 조금씩 그 위치가 변하게 된다. 북극성 주변에 위치한 북두칠성은 1년 동안 북극성 주변을 돌면서 그 방향이 조금씩 변화한다.
보통 우리가 어느 계절의 별자리라고 한다면, 그 별들은 그 계절의 한밤중에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들을 의미한다. 즉 여름 별자리는 여름날 남쪽 밤하늘에서 보이는 별자리란 얘기이다. 결국 같은 날 밤 여름의 반대 겨울철 별자리는 반대쪽 하늘인 북쪽 하늘에 떠있지만 북쪽 하늘은 지평선 아래로 다 가려져 있기 때문에 겨울철 별자리를 여름날 밤에 볼 수 없는 것이다. 대표적인 봄철 별자리 처녀자리, 목동자리는 하늘에서 누워있는 북두칠성의 손잡이 아래에 위치한다. 즉 이 그림에서는 강을 따라 이어진 지평선 아래에 놓여있어 봄철 별자리를 볼 수 없다! 만약 당신이 이 그림 속 현장에 서서 북두칠성을 보고 있다고 해보자. 이제 고개를 반대로 돌려 남쪽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면 남쪽 하늘에는 봄의 반대 계절인 가을의 별자리들이 하늘 높이 떠있을 것이다. 그렇다! 이 그림은 가을에 그려진 그림이다. 실제로 이 그림이 그려진 때는 1888년 9월이다. 고흐는 서늘한 가을날 밤, 론강 강가에 않자 북쪽 하늘을 보며 누워이있는 북두칠성 아랭로 펼쳐진 강가의 경을 캔버스에 담았던 것이다. 비록 네모난 화폭 안에는 그려져 있지 않지만 그림을 넘어 양 옆으로 펼쳐져있을 당시의 가을 밤하늘이 느껴진다.
별을 보다, 별을 느끼다.
고흐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하지만 그와 교감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 그림을 그릴 때 고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밤하늘을 캔버스에 옮겼을까. 그의 작품을 만나는데 천문학도 작지 않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화폭에 미처 다 담지 못한 그날의 밤하늘을 느낄 수 있다. 그 아래 펼쳐진 Saint Remi의 새벽 향기가 느껴진다. 그리고 론강의 서늘한 강바람이 느껴진다. 아직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고흐가 실제로 정확한 하늘을 보고 그린 것인지, 단순히 임의의 별을 마음대로 그린 것인지는 논쟁이 있다. 별의 배치가 비슷하기는 하지만 정확하지는 않고, 또 그가 직접 하늘을 볼 수 없었다는 여러 한계점이 논쟁의 여지를 남겨놓는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한 그림 외에도 고흐 뿐 아니라 많은 화가들이 작품 속에 당시의 하늘을 고스란히 남겨놓은 경우가 많다. 또 그 그림에서도 천문학을 통해 화가와 교감할 수 있다. 이번 시간 우리는 천문학을 통해 우리는 고흐의 작품 속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를 만날 수 이었다. 별을 보는 것, 그리고 별을 느끼는 것… 꼭 천문대에서, 천문학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고흐가 캔버스에서 붓을 통해 별을 노래하였다는 사실은 그가 위대한 화가들 중 하나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밤하늘에 떠있는 별을 보자. 그리고 별을 느껴보자.
우주라이크 [WouldYouLike]는 대한민국 우주 외교관으로써 2011년부터 천문학 대중화를 위해 천문학을 전공하고 연구하는 학생들이 직접 모여 활동하는 비영리 단체입니다. 페이스북과 독립 잡지 배포를 통한 컨텐츠 생산을 계속해오고 있으며, NASA의 '오늘의 천체 사진 (APOD, Astronomy Picture of the Day)' 의 공식 한국어 번역을 맡아 해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