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7. 20. - 2021. 7. 21.
Multisite Ticket의 유효기간이 다가와서 지난주 토요일에는 Three Cities의 Inqusitor's Palace와 Fort Angelo라는 곳을 다녀왔다.
크게 인상 깊은 건 없었지만 새로운 곳을 봤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돌아와 늦은 오후에 Y와 집 근처의 아이리쉬 펍에서 만났다.
몰타에 온 지 사 개월 만에 처음으로 밖에서 생맥주를 마셨다.
점심을 과자로 때우고 빈 속에 마셔서 그런지 훅 올라왔는데도 기어이 연어를 사고 비빔국수를 만들어 집에서 2차로 캔맥주를 더 마셨다. 이런저런 이야기와 술기운이 얽히면서 시간이 늦어져 Y는 집에 가고 나는 다음날까지 널브러져 있었다.
일요일에는 누워만 있다가 저녁에 겨우 고추장과 김치, 계란을 넣은 비빔밥과 환타를 먹고 기운을 내서 식료품을 좀 사러 나갔다.
물조차 없으니 꼼짝하기 싫어도 나가야 한다.
나 하나 먹여 살리는 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극기 훈련하는 기분으로 오늘 수업을 듣고 카페로 왔다.
앞으로 한 달 이상 맥주와 연어는 쳐다도 안 볼 것 같다.
백신 일정이 나왔다. 이제 외국 학생들에게도 맞게 해준다고 한다.
희는 오늘 맞았고 산수와 산하는 금요일에 맞는다고 하는데 모두 잘 넘기고 건강하길 빈다.
술병이었지만 혼자 있으면서 끙끙 앓고 나니 정말 건강이 최우선이라는 생각뿐이다.
학생들이 이제 대놓고 비디오를 끄고 있다.
예의상 켜놓고 있는 나이 많은 나와 두어 명의 학생들은 수업에 집중하는 척 하지만 계속 딴짓하고 있는 게 보인다.
그런데도 자기 혼자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안쓰럽기도 하고 짜증 나기도 한다.
수업진행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을 본인은 못 느끼나 보다.
나는 적어도 가르치는 것이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아니까 한국어교원 자격을 묵혀만 두고 있는데 저 사람은 거의 20년 정도 이 일을 했다고 자랑하며 스스로 프라이드가 강한 것만 내비친다.
기초반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어울릴만한 수업방식으로 중간레벨에서 더 나아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니 다들 지겨워하고 인상 쓰며 수업을 받고 있다.
환경을 바꾸지도, 적응하지도 못해 힘들어하다가 기어이 12시간 넘게 날아온 지중해의 가장 작은 이 섬나라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게 어이없어 잠시 헛웃음이 난다.
오늘부터 백신 맞을 때까지 2주 정도 두통약을 안 먹으려고 했는데 지끈거리는 머리가 무거워 파나돌 한 알을 먹어 버렸다.
카페 밖의 테이블에 앉아 돌화단에 심어진 꽃을 보며 멍 때리고 있다.
옆자리에서는 어떤 언어인지도 모르겠는 말이 계속 들린다.
속이 쓰리다. 어제 거금 11유로를 주고 아시안 마트에서 산 어묵에 라면, 삶은 달걀, 고추장, 파를 넣고 매운 라볶이를 만들어 먹었더니 위가 자극받았다고 아우성이다.
산수가 보내준 떡볶이 사진을 보고 매운 게 엄청 당겨서 고추장을 많이 넣었더니 짱이다.
아시안마트에서 파는 한국의 장(고추장, 된장, 간장)들만 있으면 이곳의 채소나 고기와 함께 간단한 한국음식을 만들 수 있어서 먹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별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