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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 Apr 26. 2024

1.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민음사」

2주째 읽고 있다.  중간중간 다른 가벼운 소설들을 읽느라 아직 반도 못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작품은 ‘데미안’을 읽은 게 전부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관계를 생각하며 나의 싱클레어에 대하여 궁금해 했던 적이 있다.


지금까지 읽은 ‘수레바퀴 아래서’의 주인공 한스는 모범생이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 주위 어른들과 친구들의 기대와 부러움을 흠뻑 느끼고 신학교에서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다.  

하지만 한스는 아마도 바뀔 것 같다.  그동안의 복종에 가까운 기성 세대와의 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지 궁금하다.  


조금은 실망이다.  뒷 날개의 해설에는 한스가 학교나 기성세대의 강압에 대항하고 자신의 삶을 살 것처럼 쓰여 있어서 과연 한스의 삶이 어떻게 자유롭고 강건하게 이어질지 궁금했었는데..


신학교에서 만난 자유분방한 헤르만의 영향을 받아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따돌림에도 불구하고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지는 모습이 오히려 건강해 보였다.  

하지만 그 친구는 퇴학을 당하고

한스는 신경쇠약에 걸려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때 마을 전체의 자랑거리였던 한스는 이제 비웃음의 대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스는 과거 하찮게 보았던 기계공이라도 되려고 한다.  예전에 한스를 부러워했을 학교 동창은 기계공 전문가로서 한스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모든 마을 사람들의 칭찬을 받던 한스는 그에게 기술을 가르쳐 주는 사람들의 부하가 된다. 


육체의 고통은 어쩌면 신학교에서 느꼈던 정신적 고통보다 덜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스는 결국 강물에 빠져죽은 채 발견된다.  

자살인지 사고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삶을 이겨냈다고, 부모나 어른들의 강박을 벗어났다고 생각 되지는 않는다.  

여기까지는 소설 속 결말이다.  


종교적 신념이 강한 부모의 강압과 권위적이고 위선적인 세상에서 방황하다가 정신병원에까지 입원했던 작가 헤르만 헤세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에 투영시켰다.  

어두운 내면의 그림자에 빛을 밝혀준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상처를 받는다.  

그것 때문에 혼자 상처를 핥으며 웅크리고 있을 때가 많다.  

100여 년  전에 출간된 이 책을 읽으며 여전히 같은 세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작가가 고난과 억압을 이겨내려 했던 의지와 노력-자신을 억압하고 탄압했던 부모와 조국을 버리고 정신치료를 받으면서 인간의 내면을 탐색하기 위해 동양철학까지 공부하며 작품을 쓴 것-을 생각하면 내가 자꾸 하지 않을 핑계를 대고 있는 것 같다.  

어디에선가 읽었던 글귀가 다시 한번 떠오른다.    

 

“시도하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달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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