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이 고요히 강 위를 비춘다.
내 뒤에는 여덟 개의 잔이 단정히 놓여 있다.
그 잔들은 내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시간,
흘린 땀, 나를 지켜주는 온기다.
어두운 밤, 모든 것을 두고 떠나는 마음은
변하는 달처럼 시시각각 일렁인다.
회한이 스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임을 안다.
머무는 것이 사랑일 때도 있지만,
떠나는 것이 더 큰 사랑일 때도 있다.
이 잔들은 더 이상 나를 목마르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 가치를 잃은 것은 아니다.
다만 이제는,
또 다른 길을 걸어야 할 때일 뿐이다.
발걸음은 조심스럽지만
그 속에는 묘한 가벼움이 스며든다.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그 잔들이 여전히 내 안에 있음을 안다.
떠남은 상실이 아니라,
더 넓은 하늘을 향한 열림이다.
달빛 아래서 나는 천천히 걷는다.
어쩌면 길의 끝에서
또 다른 잔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