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히 앉아 두 눈을 감는다.
세상은 여전히 소리로 가득하나,
그 소리에 끌려가지 않으려
나는 마음을 가만히 가린다.
두 갈래 길이 앞에 놓여 있다.
왼쪽은 왼쪽으로,
오른쪽은 오른쪽으로,
끝내 서로 만날 수 없을 듯하지만
바람은 그 모두를 스쳐 지나간다.
칼날은 둘로 나뉘어 있으나
하늘은 나뉘지 않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나는 다만 이 자리에서 숨을 고른다.
멈춘 듯 보이지만
멈춤 속에서도 길은 흐른다.
가야 한다는 마음도,
가지 말아야 한다는 마음도
한때의 파도일 뿐.
달빛은 강 위에 고르게 비치고
강물은 스스로 길을 찾아 흐른다.
나는 칼날 위를 걷는 이가 아니라,
칼끝에 머무는 빛을 본다.
눈을 가려도
바람의 흐름은 들린다.
눈앞을 보지 않아도
내 안의 길은 이미 열린다.
선택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갈림길은 본래 길이 아니다.
남아 있는 것은 오직
고요히 흐르는 한 줄기 길뿐이다.
※ 검은 ㅡ생각, 관념, 신념, 결단, 지식, 지혜, 이성적 사유와 관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