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세상을 떠났을 때
제 아이가 막 두 살이 되던 무렵이었습니다.
당신의 죽음으로 온 나라가 비통에 잠긴 그때,
남편은 무너졌습니다.
집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습니다.
쪼그려 잠들다 깨면 다시 마시고,
취하면 울고, 또 마시고,
슬픔은 점차 망가진 분노가 되어갔습니다.
술병을 던지고,
술잔과 그릇이 바닥에 나뒹굴고,
급기야 밥상을 엎고,
나에게까지 손이 가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그 지옥 같은 풍경은
짧은 시간 안에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좁은 거실과 부엌은 사방에 튄 유리조각으로
더는 치울 수 없는 폐허처럼 되었고,
이틀째 되는 날,
술병을 피해 아이를 안고 집을 나섰습니다.
그때부터 밤과 낮, 거리 위에서 지냈습니다.
피곤에 지치면 남편이 잠들었을까
살금살금 현관문에 귀를 대고
안의 숨소리를 살폈습니다.
조용하면 몰래 들어가
긴장을 늦추지 못한 채 선잠을 자고,
아이 먹일 것만 챙겨 다시 나왔습니다.
장례기간 내내 그렇게
아이와 나는 외롭게, 세상의 끝에서 버텼습니다.
그때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없었습니다.
당신이 어떤 분인지도 몰랐고,
관심을 가질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도로변에 세워진 조문막사에 들러
의례적으로 향 하나 피웠지만,
모르기에 더 슬프지 않았습니다.
그저 내 눈앞의 현실이 괴롭고 억울했을 뿐이었습니다.
당신의 죽음이 우리 가족에게 가져온 파장이
너무 컸기에,
슬픔보다는 원망이 앞섰습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당신의 이름을 들으면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몸서리쳤습니다.
지금도 떠올리면,
지독하게 써서 다시는 삼킬 수 없는 약처럼
되돌리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그러나 긴 세월이 지나,
이제야 비로소 당신을 마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께 책임을 전가하며
트라우마로 기억하고 외면했던 지난날을,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훌륭한 당신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 채
존경보다 원망으로 대했던 제 무지를
깊이 뉘우칩니다.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용서를 구하고 싶습니다.
미안합니다.
대통령님.
'나도 나를 짐짝이라 생각했다'는 24년도 말에 네이버 블로그에 비공개로 올렸던 글을 가져 온 것입니다.
그동안 공감의 라이킷과 감동적인 글을 남겨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나의 아픈 이야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끝은 아름다운 삶의 여정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