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약금도 위약금이었지만 그보다 나의 최대 고민은, 풍선처럼 부풀어 있는 애들에게 뭐라고 하지.. 였다.
한숨을 푹푹 쉬며 핸드폰을 연 김에 메일을 뒤적뒤적거리고 있는데
딩동! 반가운 소식 하나가 배달되었다.
브런치 작가 합격!
작가 도전했다고 가족들에게 이야기하면,
연락 왔냐고 나보다 더 호들갑을 떨며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불안하게 할 것이 분명하니까
일부러 비밀로 했었다.
합격 소식을 알리고 나중에 들어보니,
막내가 "엄마 뭐해요?"라고 물어볼 때마다
내가 "엄마 브런치 해."라고 해서
우리 먹을 브런치 레시피를 찾아보고 연구하는 줄 알았단다. 그래서 음식은 대체 언제 주나 했었단다.
귀여운 녀석.
어찌 되었든 정말 핑계대기 딱 좋은 이름, 브런치였다.
사실 나는 힘들 때마다 글을 썼는데 그 시간은 대부분 브런치 타임이었다.
음식 냄새를 맡아가며 식구들 아침 준비를 하고 나면 이상하게 입맛이 없었다. 하지만 곧 죽어도 커피는 마셔야겠으니까
카페에 가서 간단한 브런치 타임을 가지며 조용히 글을 쓰곤 했었다.
그런 작은 브런치 조각들이 모여 나에게 진짜 브런치로 돌아온 것이다!
나는 왜 작가에 도전했을까.
애들이, 엄마는 왜 회사 안 다녀?라고 할 때 (내가 애들하고 너무 붙어 있어서 잔소리를 하니까, 일하는 엄마를 둔 친구들이 자유로워 보였을 것이다)
나는 집에서 공부를 가르치니까, 엄마는 프리랜서야 라고 당당히 말하고 인정을 받고 싶었으나 아이의 얼굴은 늘 수긍이 안 되는 예쁜 동그라미일 뿐이었다.
엄마도 그냥 주부가 아니라 뭔가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작가에 도전한 나의 목적은 따로 있다.
'작가'라는 순수한 꿈을 꾸었던 내 10대의 생기와 역동이 언젠가부터 서서히 흐려지고 이내 없어진 지 오래. 그저 나는 누구의 아내로, 엄마로, 그리고 딸과 며느리로만 먼저 살며 그 껍데기 같은 역할만 남아있다는 것이 아름다운 나의 청춘에게 너무나 미안하고 아쉬웠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역할 속에서 나는 분명히 배우고 성장했고 무엇보다 책으로는 얻을 수 없는 나만의 글감을 충분히 얻었겠지.
브런치를 통해
늦었지만, 나의 10대에게 이제라도 작은 위로를 건네볼 수 있을까.
거창한 목표나 계획은 필요 없다.
피곤해도 하고 싶은 일을 발견했다면.
심폐소생이 되는 것 같고 활기가 도는 일을 만났다면. 그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나고 즐겁다면. 그것으로 되었다. 너무나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