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엄마. 사람.

by 에이미

강의가 끝날 즈음 아이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아이가 토를 한다고...


전문가. 엄마. 사람.

전문가 나는 유연하게 마지막 타임을 마무리 지었다.

급할 것도 부산할 것도 없는 사람처럼 여유롭게 상황을 이끌며 반응했고

쏟아지는 질문들에 단 5분도 서둘러 끝내지 않았다.


엄마 나는 마음에 땀이 나는 듯했다.

머리는 전문가의 일에 충실하지만 마음 가득 아이를 향한 기도가 담겼다.

사실상 내가 그 순간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다.

그래서 나는 최선을 다해 기도한다. 내 마음속에 한 공간도 남지 않을 만큼 마음을 다 써서.


과정이 끝나자마자 차에 올라타 빠른 길 검색 재검색 재검색 버튼을 쉬지 않고 누른다.

야속하게 이어지는 퇴근시간에 예상 도착시간은 자꾸만 늘어난다.

수화기 너머 아이 목소리는 엄마에게 안겨 당장이라도 울고 싶지만 꾹 참는 의젓함이 묻어있다.

"엄마, 몇 시 도착이라고 나와? 시간이 자꾸 늘어나?"

익숙하게 묻는 아이의 질문에 왠지 마음에 미안함이 차오른다.

그럴 것도 잠시,

너도 최선을 다 하고 있고 나도 그러하니 우리는 사랑을 하는 거다.


나는 늘 말한다. 좋은 사랑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가장 첫걸음은

각자의 일을 멋지게 해 내는가를 보면 된다.

사랑하기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게 되고, 의지하야 안정이 되고, 그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것은 보이지 않는다면 건강하지 못하다.

좋은 사랑을 한다는 것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삶을 멋지게 살아내는 것으로 연결된다.


재검색 버튼을 쉬지 않고 누르며 아이에게 간다.

야속하게 길을 꽉 막은 고속도로 사고차량에 한숨을 푹푹 쉬어본다.

모두 각자의 드라마 속에 살 뿐이니 나는 나의 길을 간다.


그렇게 아이를 만나고 나면 나는 이제 온전히 엄마이기로 결정한다.

사실 집에서도 나는 많은 순간 전문가이자 엄마로, 틈틈이라는 이유로 수시로 컴퓨터 앞에 앉고 자료를 들여다보며 의사소통을 한다.

어쩌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아픈 아이를 품에 안고서야 나는 온전한 엄마역할만 한다.

업무전화는 받지 않고, 컴퓨터는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애써 기다린 엄마품을 내어주며 내 안에 사랑이 다 전달되기까지 아이에게 집중한다.


품에 안겨서야 잠이 폭 드는 아이 옆에서 이제야 나도 몸을 쭈욱 펴 본다.

잘했다. 잘한 거다. 너도 나도. 돌아보면 모든 순간이 감사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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