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 되면 찾아오죠...
모르긴 몰라도 이쯤 되면
저에게도 아이에게도 타지에서의 스트레스와 피곤이 어느 정도 차 있을 거예요.
찰랑찰랑거리다가 넘쳐 버리는 날은 꼭 있지요.
오늘이 그랬나 봐요.
만나고 싶던 형아와 친구를 만나 그 어떤 날 보다 신나게 놀았지요.
부모로서의 마음도 그랬어요.
한 달 살기 한다고 입에 안 맞는 음식도 척척 시도해보고 잘 먹는 척도 해보고, 유치원 생활도 적응하고 기특한 아이에게 선물 같은 하루를 만들어 주고 싶었죠.
때마침 매일 내리는 비도 내리지 않고, 하늘마저 화창하니 기분이 정말 좋았던 날입니다.
수영을 하고 먹고 싶다는 감자튀김을 잔뜩 시켜 먹고,
쿠키며 젤리며 얼마든지 입에 넣었죠.
그뿐인가요, 평소에는 꼭 씻어야 되는 거냐고 늘 확인을 하던 수영 후 샤워시간도 얼마나 깔깔거리던지
설마 씻고 헤어지는 건 아니지? 하고 돌아가며 확인을 하던 아이들 얼굴이 그대로 생각이 납니다.
그래서 시작된 키즈카페 타임.
거의 뭐 어린이날 같은 하루를 보냈지요.
그리고 머리끝까지 즐거움과 함께 피곤이 차오른 저녁이 되어서야 헤어졌어요.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되었죠.
"다시 만나! 다시 지금 당장 만나"
이 말도 안 되는 고집, 울음, 떼가 온 호텔을 덮을 정도였어요.
얼마나 눈물을 뚝뚝 흘리며 소리를 치던지, 워낙 떼를 많이 쓰는 아이가 아니거든요.
설명하면 잘 이해하고, 이해가 되면 잘 이겨내죠.
누가 봐도 지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걸 알 것 같은데 계속 같은 말만 하는 걸 보니 그냥 떼를 쓰기로 작정을 한 듯했습니다.
사실 그 마음을 알 것도 같아요.
얼마나 멈추고 싶지 않을 만큼 즐거웠을지, 아직도 같이 하고 싶은 게 얼마나 더 많을지요.
들어보니 이 침대 위에서 아이 셋과 엄마까지 모두 모두 같이 자고 싶었다고 하네요.
들어줄 수 없었음은 분명하죠.
그래도 그 마음 이해는 되는데, 더불어 쏟아지는 피곤까지도 알 것도 같은데
뭘 그렇게 못 기다려주고는 빨리 울음을 그치라고, 그 떼를 멈추라고 보챘는지...
보채는 게 아이인지 아니면 나였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왜 꼭 이런 순간에는 혼내야 한다는 생각이 올라오는 걸까요?
어디서부터 오는 아주 자연스럽고 반사적인, 강력한 생각일까요.
더 무섭게 말하고 더 무섭게 화내야 아이를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왜 아직도 그런 수준, 그런 방법에 머물고야 마는지
항상 한 탬포 지나 돌아보면 그러고야 말았던 저를 보며 맘이 안 좋아요.
어른으로서의 "힘"을 사용하는 것 말고,
어른으로서의 "넓음"을 사용하고 싶었는데,
더 많이 품어주지 못해 미안함이 밀려옵니다.
좀 더 그 마음 알아주고 달래주고 기다려 줄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에요.
바쁘게 울음을 그치는 일에만 집중해서는
온갖 강력한 무기들을 꺼낼 생각만 했던 것 같아요.
자꾸 울 거면 친구들 만나러 혼자 가라고 소리를 쳐 버렸어요.
혼자 가라며 손목을 잡았을 때 엉덩이를 뒤로 빼며 온 몸에 힘을 주어 버티던 아이의 힘이 탁 느껴졌어요.
그렇게 해야 상황이 종료될 거라는 생각,
잘못된 건 분명하게 배워야 된다는 흔한 어른들의 합리화까지
아주 자동적으로 저에게 1순위로 올라와 있었지요.
누구 하나 기분 좋은 사람 없이 잠이 들고나서야 찜찜한 마음을 되뇌며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다 지나고 나서야 말이죠.
그나마 이 회고 덕분에 다음에라도 조금 나은 반응을 보일 수 있다면
다행이다 싶어요.
반사적 반응에 지지 않기를 다짐해 봅니다.
혼자 가라고 한 거...
사과할게.
미안해.
그건 정말 폭력 같은 말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