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살기의 루틴이란?!

존재하되 자유도 높게.

by 에이미

집을 떠났다는 자유로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으면서 동시에 무엇이든 해도 될 것 같은 기분 좋음이 있다.

삶의 루틴에서 벗어난 시간이지만 여전히 한달살기를 위한 얇고 유연한 루틴을 설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 한달살기를 계획하면서 우리의 큰 계획은 이러했다.


도착과 함께 보내는 주말 + 그다음 일주일간 현지 적응 및 여행

이후 2주일 간 베트남 유치원 썸머캠프

마지막 주간 여행 마무리 및 귀국


이 계획이 무난하게 흘러갈 수 있도록 한국에서부터 여러 번 아이에게 공유했다.

베트남에서 다니게 될 유치원을 함께 고르기 위해 여러 가지 프로그램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당장 고르진 않았지만 그곳에서도 내가 무언가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다.


도착하고 1주일간은 어쩌면 텅텅 빈 시간이었다.

밖은 더웠고 익숙하지 않았다. 하루 종일 여행객처럼 돌아다닐 생각도, 숙소에서 빈둥빈둥 거리며 미디어로 채울 생각도 없었다. 이때 설정해 주면 좋은 것이 얇고 유연한 루틴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동시에 해야 하는 것들에 대한 소개가 필요하다.

오전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이런 거야,

QT, Yoga, 아침식사.


같이 QT를 하기 위해 서로의 책을 한 권씩 준비했다. 잠깐 묵상하는 시간을 갖고 손을 잡고 기도한다.

이 순간에 대한 감사를 나누고 걱정을 기도 앞에 내려놓으니 좋아하는 시간이 된다.

몸을 움직이는 건 중요해서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을 찾았다.

아침에 하는 요가를 검색해 깔깔 거리며 어설픈 몸짓을 나눈다.

아침식사는 간단히라도 꼭 하자. 먹고 싶은 걸 직접 고르면 돼.

스스로력도 키우고 재미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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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틴은 시간을 편안하게 채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지만, 규칙이 될 필요는 없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를 뒹굴거리며 서로 대화를 나눈다.

"오늘은 뭐를 먼저 할까?!"

"운동은 밥 먹고 와서 하는 게 어때?"

대충대충 나누는 대화로 순서를 정하거나 어떤 것들을 가감하면서 자유로움을 느낀다.

동시에 허투루 지나가 버리지는 않게 도와준다.

루틴으로 정한 일들을 해 나가면서 몸에 생기를 찾고 생각을 움직이며 하루의 다른 일정들을 정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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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그리고 각자의 시간 한 타임.


엄마가 하고 싶은 여행과 아이가 하고 싶은 여행이 항상 같을 순 없다.

모든 것을 한쪽이 정해버리는 폭군으로는 한 달을 버티기 어렵다.

"나는 책방에 가보고 싶어."

"싫은데?!"

"그런데 나는 살게 있어~ 그럼 넌 뭘 하고 싶은데?"

"난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그럼 그렇게 하나씩 하자!"

"좋아!"


그렇게 내 거 하나, 내 거 하나 나누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하루에 한 타임 각자 할 일을 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나로서도 한달살기라 쓰고 독박육아라 불리는 이 시간에 조용히 나만의 생각과 할 일들을 해나갈 시간이 필요하다. 꼭 어떤 일을 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의 말에 12시간 반응해 주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잠시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쉼이 된다.


이쯤 되어 저녁을 맞이하면 서로 꾀나 만족스러운 상태가 된다.

우리가 잘해나가고 있음이 서로에게 기쁨이 된다.


그리고 저녁,

같이 식사 메뉴를 정해 식사하고 마인드맵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전에 못한 운동이 이 시간으로 넘어오기도 하고 배부른 기분에 추가되기도 한다.


마인드맵으로 여행을 정리하는 것은 오랫동안 내가 해오던 일이다.

이제 자연스럽게 아이와 함께 하는데 3일 만에 많이 발전한다.

아이들이 이 시간을 꾀나 좋아한다.

부모와 함께 하고, 하루를 회상하고, 컬러를 사용하고.


처음 하는 아이 수준에 맞게 브릿지를 심플하게 설정하고 사실 위주로 브릿지를 더해 나갔다.

거기에 생각나는 그림을 그리고 기억되는 감정들을 더해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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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처럼 될 필요는 없다.

어떤 날은 못하고 잠들기도 하고, 깜빡하고 돌아보니 삼일쯤 지나 있기도 한다.

그럴 때면 마인드맵의 변형판을 만들어 볼 좋은 기회가 된다.

일주일짜리를 한 번에 그리기 위해 브릿지를 다르게 설정하고 기억나는 것들을 드문드문 적어간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옆에 크게 그려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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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일정이 없는 동안 우리는 이 루틴 안에서 즐겁게 결정하고 함께 채워가며 기뻐했다.

QT, 식사, 운동, 각자가 원하는 것, 개인의 시간, 마인드맵 하루 정리.

뭐하지?!라는 생각이 우리에게 찾아올 때면 루틴 목록을 뒤적거리며 계획을 세운다.


"좋은 생각이 났어!"

아이가 이렇게 말해줄 때 정말 신난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아이와 살고 있구나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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