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가 답답해서 코딱지를 파는데, 하지 말라 하면 어떡해

by 에이미

돌아보면 코에 손을 넣고 있는 것 같았다.

5살의 특징인가, 건조한 겨울이라 그러려니 하려다가도 눈에 쓱쓱 거슬린다.

아니 왜 유독 5살들은 코파기에 집중하는가,,,


이제 막 습득한 새로운 기술을 한참 사용하는 중 이려니 생각한다.

코에 손이 들어가 요리조리 움직이며 작은 코딱지 조각을 떼어내는 기쁨을 이제 막 맛보게 된 것이 아닐까.

게다가 건조해진 겨울, 한 번 손대기 시작한 코는 자꾸 신경에 거슬릴 듯도 싶다.


어쩐지 콧구멍이 점점 커 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저것 불안하다.


'유치원 가서도 계속 코를 파는 건 아닐까,,,'

'코를 판 손을 은근히 여기저기에 계속 닦고 있지 않은가,,,'

'음,,, 콧 볼이 넓어질 것 같다... 못생겨진다고 말해볼까?'

머릿속이 바빠진다.


"코를 너무 자주 파는 것 같아. 아무데서나 코를 파지 않으면 좋겠어."


정갈하게, 최대한 잔소리스럽지 않게 의견을 전했다.


"그런데 엄마, 코가 답답해서 코를 파는 건데, 코를 파지 말라고 하면, 답답한 코는 어떻게 해?!"


꾀나 논리적이고 그럴듯한 말로 코 파기를 정당화하는, 제법 큰 아이의 모습에 웃음이 피식 나왔다.

아빠가 힘을 보탠다.

"그래! 코가 답답할 땐 파야지~ 어떻게 하겠어!"

'음,,, 그래서 당신 콧볼이 넓은가,,,' 잠시 남편의 코를 쳐다보게 된다.



아가야,

코가 답답할 땐 코딱지를 꺼낼 수 있어. 그런데 매번 매 순간 그렇게 하는 것은 좋지 않아.

계속 사람 많은 곳에서 그렇게 하면 사람들은 '저 아이는 지저분한 아이구나'생각할 거야.

나는 네가 지저분한 아이로 살기를 바라지 않거든.

너무 답답하면 화장실에 가서 한번 싹 꺼낸 다음 물로 좀 닦으면 좋아.
그리고 또 적당히 참다가 또 답답하면 한 번씩.

다른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그리고 손을 깨끗하게 할 수 있을 때 하면 좋겠어.


다른 사람을 의식해서 살라는 말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내 모습을 정돈하는 것은 중요해.

그게 결국 나의 모습이자 품위가 되거든.


"품위가 뭐야?!"


코딱지를 아무데서나 파지 않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설명하고 있는데,

주제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아 급하게 대답했다.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말이야.

알았지?! 멋지게 행동하는 법을 조금씩 연습해보자!

손에 그 코딱지는 엄마줘.



나는 설명이 긴 편이다.

설명이 충분한 편이라고 표현한다.

내 의견을 쉽게 풀어 충분히 전달하는 것이 아이에게 분명 도움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5살 이녀석은 이해력이 정말 좋다.

이해 되면 행동한다.

똑똑하고 분명하다.


물론,

어떤날의 반론 또한 길고, 분명하긴 하다만

그게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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