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여섯 살, 네 번째 한 달 살기

이쯤 되니 기록이 하고 싶어 진다.

by 에이미

여행은 즐겁지만, 살아보는 것은 특별하다.

그래서 할 수 있다면 긴 여행을 자주 갖으리 다짐했었다.

그리고 벌써 4번째, 제주도, 미국과 캐나다, 발리를 거쳐 이번엔 베트남이다.

이제 막 5번째 생일을 보낸 아이에게 4번째 한 달 살기란 적잖은 경험이다 생각한다.

이쯤 되니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또 무얼 고려해야 하는지 많은 질문들을 받는다.

나 또 한 이쯤 되니 이 일들을 기록해 놓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1. 연습이 필요하다.

첫 번째 한 달 살기는 사실 한 달 살기를 위한 준비과정이었다. 정확하게는 보름 살기.

2살도 안된 아이와 함께 제주도에 가는 일이었다. 한 번에 한 달 살기는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벅찬 일이 될 수 있다 싶었다. 벅차기만 하면 다행이지, 서로에게 힘든 시간만 되어버린다면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워진다.

1박 2일의 짧은 여행을 자주 다니며 어린 아이이지만 잠자리가 바뀌는 것에 익숙해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15일,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열심히 설명했다.

눈을 동글동글 뜨고는 알아듣는지 못 알아듣는지, 열심히 나를 쳐다보는 아이에게 아주 신나는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2. 하나가 허락되면 나머지는 만들어라.

쉬운 일은 아니다. 아이와 한 달을 타지에서 보낸다는 것은 허들로 가득한 시작이다.

시간, 재정, 상황 그리고 에너지까지,,, 산 넘어 산처럼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어떤 날 이 중 하나가 허락되는 순간을 만나게 된다.

누군가 숙소를 허락해 준다거나, 갑작스러운 긴 휴가를 만나는 일, 보너스가 생기거나 뉴스에서 소개된 다른 나라 이야기에 마음이 훅 가는 것도 그런 것이다.

첫 제주도는 제주에 지인의 집이 비는 찬스가 있었다. 이런 일이 생긴다면 남에 집에 민폐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어라?! 하나가 허락된 건가?!라고 받아들이기를 권한다. 민폐가 되지 않도록 마음을 쓰는 것은 그다음 문제이다. 모든 것이 허락되는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가 허락되면 마음을 먹고 나머지를 만드는 것이다.

두 번째 한 달 살기는 미국과 캐나다였다. 아이는 23개월. 14시간의 비행. 한 달여의 기간이었다.

23개월... 하면 생각나는 것이 있지 않은가? 바로 항공권 무료 제공이다. 한 달 후면 아이는 유료 좌석을 사야 한다. 이 마지막 찬스를 누려보자는 마음이 훅 들어왔다. 그렇게 하나가 허락되어 나머지를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세 번째는 친한 친구의 발리 결혼식, 당연히 참석할 생각이었고 결혼식 전후로 며칠간의 숙박은 친구가 제공하기로 했다. 오케이! 그럼 절반의 비용은 해결된 거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쓸 수 있는 휴가를 모으고 모아 다시 한 달 살기를 계획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여기저기 이동이 반인 시간이었다면, 발리는 결혼식이라는 큰 이벤트를 중심으로 나머지는 수영이 전부인 시간이었다. 언어도 분위기도 음식도 컨셉도 모든 것이 다른 시간이었다. 100권의 책을 읽은 사람이 나타나도 한번 경험한 사람의 말을 들을 것이다. 경험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이다.


3. 잊는 것을 아까워 말아라.

세 번째 한 달 살기를 할 때 물었다. 미국 갔던 거 생각나? 나이아가라 폭포는?? 너무너무 대단했었는데 말이야~

아이의 대답은 모르겠다 였다. 네 번째 베트남을 준비하며 또 물었다. 우리 작년에 발리 갔었잖아~~ 베트남과 발리가 비슷한 점을 끌어와 설명해주고 싶었지만 아이는 기억을 못 했다.

많은 양육자들의 질문 속에도 아이가 잊는 것이 아까워 기억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이 어떠냐는 것이 있다.

그때마다 나는 대답한다. 그냥 할 수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하시면 어때요?! 기억에 남는 것만 학습되는 건 아니거든요.

정말 그렇다. 살면서 배운 모든 것을 기억할 순 없지만, 어딘가 의식과 무의식 사이 혹은 온몸에 감각과 센스 속에 학습되어 남아있다. 그렇게 조금 용감하게 되기도 하고, 왠지 모르지만 비행기가 두렵지 않기도 하며, 어색은 하지만 외국인에게 손을 흔들어 보기도 하게 된다.

또 우리에겐 '사진'이라는 훌륭한 메모리가 있다. 나는 내가 5살 때 살던 집을 사진을 통해 기억한다. 솔직히 단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부모님이 보여준 몇 장에 사진 속에서 마치 그때의 기분이 기억나는 듯 기억하게 된다. 지난 여행 사진을 함께 보며 도란도란 그때를 이야기해 줄 수 있는 밤이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코가 답답해서 코딱지를 파는데, 하지 말라 하면 어떡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