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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둑 잘라도 괜찮네

자르면 큰일 나는 줄 알았다


지난 오월쯤 근처 식물원에서 허브를 두 종류 사서 사무실에 두었다.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는 들꽃류 한 종과 오래 두고 볼 요량으로 허브도 한 종 선택하였다.

왼쪽이 초코민트. 오늘의 주인공이다.

허브는 당장엔 이쁘지 않지만 쓰다듬으면 손끝으로 전해지는 은은한 그 향이 오래 남아있기에 평소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지만 기를 기회가 마땅히 없었다.


나름  키워보려 분갈이도 마치고, 볕이  드는 창가에 두며 환기도 신경을  주었다. 식물을 키워본 경험이 별로 없던 였는데 쑥쑥 자라주니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때는 보기 좋은 정도였다.

그런데 문제는 너무 잘 자란다는 것이었다. 초코민트에 지식이 없던지라 이 녀석이 얼마큼 자랄지 몰랐던 나는 그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무슨 해바라기처럼 자라났다. 또한 햇볕이 보이는 방향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해서 화분의 방향을 요리저리 돌려주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줄기가 여러 방향으로 퍼져 모양이 더욱 이상해졌다. 마지막으로 주말엔 사무실에 없는지라 물을 제때 못 줬더니 마지막 부분에 잎새만 남아있게 되어 그 모습은 점차 기괴해졌다.

기괴한 건 내 마음? 옆 화분엔 말라 떨어진 잎새로 가득하다.

허브를 쓰다듬으며 소소한 기쁨을 누리길 바랬는데 매번 물 줄 때마다 안쓰럼이 앞섰다. 이러한 공방은 몇 개월째 이어졌다. 그러다 문득 텃밭의 잡초가 생각났다. 가위로 얼기설기 자르면 새싹을 드러내던 잡초. 하지만 곧 이란 생각이 앞섰다.

‘지금 잎새는 줄기 끝부분에만 남았으니 자르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우유부단한 나는 이런 생각을 며칠 째 하다 결국엔 결단을 내렸다.

허브도 잡초도 같은 풀 아니던가?


허브도 그 잡초와 다르지 않을진대 싶은 생각에 큰맘 먹고 가위로 줄기를 싹둑 잘랐다. 줄기만 남겨두었다. 애써 키운 초코민트지만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기로 했다.

의외로 잘 자란다. 아무일 없었다는 듯.

결과는 의외로 잘 자랐다. 잘린 줄기 옆으로 새 잎들이 뻗어 나왔다. 초코민트가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진작 이렇게 좀 잘라주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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