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명 Oct 04. 2018

품의서, 기획서, 보고서는 이음 동곡의 삼위일체

비즈니스 도큐먼트의 융복합화, 기획보고서

직장인에게 기획과 입안 중심의 의사결정용 문서 작성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기획서∙보고서∙품의서의 의미를 제대로 아는 직장인은 드물다. 품의서(稟議書)는 ‘웃어른이나 상사에게 여쭈어 의논하는 글’을 의미한다. 품(稟) 자에는 ‘여쭙는다’는 뜻이 숨어있다. ‘김 주임은 조직 활성화 행사물품을 구입하기 위해 품의서를 작성했다.’, ‘상반기 공채 합격자 결정을 위해 사장에게 품의서를 올렸다.’라는 예문을 보면 그 의미가 더욱 명확해질 것이다. 품의서라는 용어는 기업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일부 직장인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다.


기획서(企劃書)는 ‘어떤 일이나 사업을 꾀하여 계획한 내용을 적은 서류’를 뜻한다. ‘회사 복지시설 확충에 대한 기획서에 강 전무가 결재했다.’ ‘최 과장은 자신의 기획서를 설명하고 경영진에게 의견을 물었다.’ 두 예문처럼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미래 계획을 작성하는 문서’가 기획서다. 기획서에서는 비전과 목표, 효과적인 전략, 창조적인 아이디어, 구체적인 실행방법 따위가 포함돼야 한다.


보고서(報告書)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보고하는 글이나 문서’라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누군가에게 보고하는 모든 문서를 보고서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게 타당할 성싶다. 보고서는 상하 간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활용된다. 글이나 이미지를 통해 작성자의 주장과 정보를 의사결정자에게 전달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보고서는 경영진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고품질의 정보를 제공하여 조직의 비전을 달성하도록 서비스하는 것을 그 목적으로 삼는다.


결국 품의서, 기획서, 보고서는 서로 닮은 데가 많은 쌍둥이임을 알 수 있다. 이음 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다. 품의서는 기획서와 보고서의 일종이고 기획서는 보고서와 품의서의 범주에 속한다. 앞으로 해야 할 미래 시점의 계획을 담고 있는 보고서는 기획서, 품의서와 일맥상통한다. 그렇기 때문에 큰 틀에서 보면 직장 내 웬만한 문서는 보고서라고 보면 된다. 단, 용어를 두루뭉술하게 사용해서 직장 내 소통의 걸림돌이 된다면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문서 명칭을 사용할 필요성은 있다


‘기획서를 써 오랬더니 보고서를 써 왔다’고 푸념하는 상사가 간혹 있다. 목표와 비전 달성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비범한 내용을 기대했건만 진부한 지식과 평범한 현상을 나열한 문서를 읽게 된다면 상사는 뒷목을 잡을 게 뻔하다. 이 경우 고품질의 기획서를 작성하지 못한 팀원의 실력도 문제지만 명확하게 업무 지시를 못한 팀장의 소통에도 원인은 있을 수 있다. 무릇 직장의 소통은 정확한 용어 사용으로부터 출발한다. 기획서와 보고서는 늘 한 몸통이지만 필자는 명확한 소통을 위해 ‘기획보고서’라는 용어를 즐겨 사용한다. 기획보고서는 ‘앞으로 해야 할 업무에 대해 미래지향적인 정보를 담은 보고서’라는 의미를 가진다. 앞으로 입안 중심의 의사결정 문서에 한해 ‘보고서라는 어중간한 범용성 용어’보다 ‘기획보고서라는 똑 부러지는 목적성 용어’를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업무 진행 단계별로 문서를 작성하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