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를 앞둔 아저씨에게-샤르트르와 상담

편의점에서 만난 샤르트르

by 지식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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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의 쳇바퀴 같은 삶.

지방의 아파트. 곧 마흔을 앞둔 남자 가장. 매일 아침 6시 25분,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벌써 알람을 두 번 연장했다. 이제 일어나야 한다. 맞벌이하는 아내가 옆 방에서 씻는 소리가 들린다. 아무 생각이 없다. 아니 아무 생각이 없고 싶다. 산 지 벌서 3년 된 티셔츠와 검정 점퍼를 입고 지하철로 향한다. 어제 야구가 어떻게 되었더라. 고개를 드니 지하철 밖은 그냥 똑같이 까맣다. 이 지하철처럼 그냥 검은색 삶을 쭉쭉 가는 것 같다. 월요일, 회사에선 의미 없는 보고와 회의의 연속. 위클리, 주례보고, 월례보고, 실적 보고 지겹다. 이어서 팀장회의. 월요일은 회의와 일거리만 떨어진다. 답답함에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도 마시고 유튜브도 좀 보다가 퇴근한다. 돌아오는 지하철에 에어팟을 꽂고 습관처럼 넷플을 켠다. 지하철을 나와 걷는 오르막길. 에어팟 배터리가 다 되었다. 갑자기 가슴이 먹먹하다.



“이렇게 평생 살 수는 없는데…” 문득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게 다 내가 선택한 삶이 맞나?”



스스로에게 묻다. 이렇게 살아도 되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 번 던져본다.

그래서 내가 매일 이렇게 회사 갔다가 녹초 돼서 들어와, 밥 먹고 애 좀 보다가 바로 자는 인생을 반복하면서… 이제 마흔을 앞두고 있는데 대체 난 앞으로 뭘 해야 할까?

평생 이 일만 하긴 싫고, 그렇다고 당장 뭘 시작할 에너지도 없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자니 초조하고…

그럼 난 뭐 하자는 건지도 모르겠고… 이러다 그냥 사는 거 아닐까? 아 답답하다.

끊었던 담배 한 개비가 절실히 생각나다.




샤르트르와 만나다.


편의점 앞 담배 연기 속에 누가 앉아 있다. 검은색 터틀넥, 뿔테 안경,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다. 에쎄 골드를 꼬나물고 나를 쳐다본다.

"오랜만이군."

대학교 때도 시니컬하더니, 오랜만에 만나서도 똑같다. 서로 간의 간단한 호구조사가 끝나자, 마치 내 속을 꿰뚫어 보듯 얘기한다. “자넨 지금 자기를 선택하고 있지 않아. 그래서 그런 눈을 하고 있는 거지.” 흘끗 보더니 말한다. '뭔 X소리 하는 거야'라며 면박을 주고 싶지만, 사실 똑똑한 놈으로 유명했기에 얘기를 해보기로 한다.

"그래, 속이 답답하다. 콜라나 하나 네가 사라. 난 제로 콜라."


샤르트르: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살짝 젖힌다) 자넨 지금 자기를 선택하고 있지 않아. 그러니 인생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거지.


나:

(제로콜라 캔을 따며 비죽 웃는다. 한쪽 어깨를 으쓱이며) 어이 샤르트르. 거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되는데. 자기를 선택하고 있지 않다고? 이건 다 내가 선택해서 온 길인데?


샤르트르: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며 담배를 고쳐 문다) 하하, 그래, 좋아. 그 말이 진짜라면… 자넨 지금, 그 선택에 전적으로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나? 자네가 말한 그 ‘선택’이란 게 뭐지? 회사? 결혼? 아이라도? 자네가 그걸 진짜 원해서 했다는 증거가 어딨어? (고개를 젖히며 연기를 길게 뿜는다) 혹시 그냥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그랬던 건 아니고? 혹은 “어쩔 수 없어서…”? 자넨 지금, 누군가 대신 짜준 삶의 각본을 살아가는 거야. 그 각본은 네가 쓴 게 아니고, 단지 고른 것일 뿐. 고른 것과 창조한 것은 다르지.


자유롭다는 건, 모든 순간 네가 그 선택의 작가가 되는 거야.


그러니까 다시 묻지. 자넨 정말, 지금도 스스로를 선택 중인가? 아니면 그냥, 자네의 과거가 오늘 자네를 대신 살고 있는 건가?


나:

(캔커피를 돌리다 말고, 턱을 긁적이며) 아냐 아냐. 물론 이 사회가 나한테 각본을 어느 정도 짜줬지만, 거기서 난 고르는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어떻게 보면 창조하는 작가 아니야? 물론 잘못 골라서 이 모양 이 꼴이긴 하지만 ㅎㅎ


샤르트르:

(입꼬리를 비죽이며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좋아. 자네가 말한 선택이란 건 냉장고 안에 있는 반찬 고르기에 불과해.. 자유는 고르는 게 아니라 ‘발명하는 것’이야.


자넨 자꾸 "내가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돌려 말하고 있어. “잘못 골랐지만…”이라고 말하면서 그 책임의 날을 무디게 만들고 있잖아. 그건 변명이야. 자넨 매일매일 자기를 다시 만들어야 해. 어제의 선택이 오늘의 널 설명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그게 실존(實存)의 윤리야. 고른 반찬에 불평하지 말고, 새 레시피를 만들어. 그게 네가 자유라는 증거야.


나:

(이마를 찌푸리며, 콜라캔을 입에 대고 한 모금 마신다) 자유는 고르는 게 아니라 발명하는 거라고? 그건 다소 월화수목금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에게는 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일은 비슷한데 새로운 레시피를 어떻게 만드냐?


샤르트르:

(다리를 꼬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젖힌다) 회사라는 구조는 바뀌지 않아.

자네 말대로, 회사는 월화수목금 똑같아. 회의, 보고서, 상사, 점심, 복사기. 그게 바뀌지 않는다면…

하지만 자네의 태도는 바꿀 수 있어. 자넨 매일 출근하면서 “난 오늘도 여기 끌려왔다”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그건 거짓말이야. 자넨 매일 그 길을 다시 선택한 거야. 그러니까, 자네는 매일 그 감옥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는 죄수’야. (몸을 기울여 나를 응시하며) 자네가 왜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오늘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 한, 자네는 그저 사물일 뿐이야.



나:

(숨을 깊이 들이쉬며 멍하니 바닥을 본다) 그래 그건 선택했지. 근데 말을 참 예쁘게도 하는군. 내가 그냥 죄수이자, 물건이라니. 다른 곳에서 그 말을 들었으면 꺼지라고 하고 널 손절한 후에 집에 갔을 거다. 근데 내가 스스로 끌려간다고 생각했으니, 죄수라고 해도 뭐 할 말이 없군.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냐고? 어려운 질문이군. 일을 해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삶을 유지하지. 물론 돈이 다가 아니지만 이 돈이 가족과 나를 사회에서 살아가고 즐거움도 누리게 해 주지.


샤르트르:

(담배를 꺾으며 고개를 젓는다) 후후… 그래, 지금 자네 입에서 **‘돈’, ‘가족’, ‘즐거움’**이 나왔군. 그건 수단일 뿐이지, 존재의 이유는 아니야.


(그는 갑자기 땅바닥의 돌멩이를 들어 올린다.) 이 돌도 뭔가에 ‘쓰일 수’ 있어. 문을 닫아두는 용도든, 종이 눌러놓는 용도든. 하지만 ‘존재 이유’를 묻는 건 다르지. 자네는 지금 “내가 돌이니까 종이 누르고 있어요.”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는 거야. 일은 ‘해야 하는 것’이지, ‘존재의 이유’가 될 수 없어.


만약 자네가 “난 가족을 위해 산다”라고 한다면, 그 말 안에는 “내 존재는 내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 소비되는 것이다”란 뜻이 숨어있지. 그건 아주 ‘비겁한 회피’야.

진짜 실존은, “나는 내가 원하는 의미를 나 자신에게 부여한다.” 이거야. 가족도 돈도 그 의미의 일부일 수는 있어. 하지만 그 자체가 자네의 본질은 아니야.


나:

(고개를 가로져으며) 흠 그러면 네가 생각하는 진짜 본질은 뭔데? 그리고 너 스스로는 그 본질이 뭐라고 생각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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