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팀장과 일하는 아저씨에게-맹자와의 상담

뭐라도 하나 남겨라.

by 지식브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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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능한 팀장과 일하는 나

우리 팀장은 무능하다. 아니 밑에서 일하는 내가 무능한 녀석인가. 오늘도 팀장은 아무 일도 안 하면서도 결과물은 자기 이름으로 나간다. 월간 회의에선 웃으며 “본부장님, 우리 팀이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핸들링하느라 힘들었습니다.” 꼭 자기가 잘했다는 말인 것 같다. 자기는 머리고 우리는 손발이야?


일의 대부분은 우리에게 떠넘기고 관리만 한다. 야근한다면서 혼자 주식창을 띄워놓거나 코인, 폰 게임을 몰래 하는 것도 봤다. 또 야구는 어찌나 즐겨보는지. 야구팀 말고 네 팀이나 챙기세요. 팀장은 실제 실무는 안 뛰고 아부에 능해서 윗사람들은 잘 모른다. 보고서 작성만 그럴듯하게 하니까. 출장은 따라다니기만 하고, 점심 먹으러 나가면 2-3시는 기본이다.


말 한마디 하면 찍히고, 가만있자니 속 터진다. 언제까지 이 답답한 아저씨랑 일해야 하나. 조직개편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다른 팀으로 바꿀 수도 없다. 이 팀장은 계속 이렇게 일해왔다. 이 사람을 바꿀 수도 없고, 그렇다고 회사를 나가자니 아깝다. 회사에서 스트레스가 쌓인다. 좀 똑똑한 사람 밑에서 일하며 나름 성장하고 싶은데 말이다. 뭘 어떻게 해야 하나?



냉면집에서 맹 부장을 만나다.


퇴근길, 회사 근처 냉면집. 아주 자극적인 육수에 시큼한 식초를 팍팍 뿌린다. 앞에 앉은 선배 하나. 조용히 일만 하는 줄 알았던 인사과 맹 부장. 나름 기획팀 요직에 있다가 인사팀으로 옮긴 지 얼마 안 됐다. 입바른 소리를 잘해서 임원은 못 되었지만, 나름 전략기획과 인사통이라서 CEO나 C레벨 회의 때 거의 임원급 대우를 받는 실무자다.


그가 젓가락을 툭 내려놓더니 내 표정을 보곤 말한다.


맹 부장: “요즘 너 표정이 구려졌더라.”


나: 뒷담화라도 해야 속이 편하려나. 진짜 개 같네요. 일은 우리가 다 하고, 결과는 팀장이 다 가져가고. 내가 왜 일하고 있나 싶어요.


맹 부장: 그 인간 또 회의 때 “자기가 잘해서 우리 팀이 고생 많았습니다”만 하고 말았지?


나: 예. 이름도 안 꺼내요. 걍 자기가 다 한 것처럼 웃고. 본부장 비위 맞추는데 진짜 역겨웠음요.


맹 부장: 나도 그 맛 알아. 니가 지금 제일 열받을 땐, 실적보다 사람이 얄미운 거거든.


나: 근데 문제는, 말도 못 하겠어요. 예전에 대놓고 누가 한 번 따졌다가 인사평가 박살 나고 CS로 쫓겨났어요.


맹 부장: 그래서 그 팀장이 센 게 아니라, 구조가 더럽다는 거야. 윗사람한테 잘 보이면 아래는 뭐라도 되는 줄 아는 인간들 많아.


나: 아니 근데 다들 알고는 있어요. 다 욕해죠. 근데 진짜 아무도 안 움직여요.


맹 부장: 야 그 욕하는 거, 안 들리는 척해도 다 들어. 그 사람도 알고 있어. 근데 겉으로 아무 일도 안 일어나니까 계속하는 거야.※1 애초에 리스크가 없으면 바뀔 이유도 없지.


나: 맞는 말이네요. “리스크가 없으면 바뀔 이유도 없다” 진짜 맞는 말이긴 한데요, 그래서 내가 뭘 해야 돼요? 제가 리스크 주자니 괜히 욕먹을 거 같은데. 욕은 했고, 이제 뭐 더 해요?


맹 부장: 지금 당장 말 싸움하지 말고, 그 사람한테 ‘정보’를 던져. 메일 한 통. 딱딱한 말투로 “현재 업무량상 ○○ 지원 필요합니다” 감정 없고 드라이하게. 그러면 윗사람 눈에 남아. 아, 그리고 CC(수신참조) 걸어라. 윗사람 걸기 어려우면 같은 팀이라도.


나: 진짜 그렇게 하면 바뀔까요?


맹 부장: 바뀌진 않아. 근데 네가 나중에 ‘말은 했다’는 게 남는다. 그거 하나로 평가 뒤집히는 거 봤어, 실제로. 네가 일을 못한다는 뜻이 아니야. 논리적으로 써.


나: 그러면 매번 그렇게 써야 돼요? 다 기록하고?


맹 부장: 뭐, 시시콜콜한 것도 그럴 수는 없겠지. 근데 회사에서 제일 멍청한 말이 “그때는 구두로 논의하고 요청했습니다”야. 정작 일 터지면 그거 기억하는 사람 아무도 없어. 나중에 감사 나오면 네 책임 된다.


나: 근데 그러면 너무 꼰지르는 것 같은데요. 나 그냥 시키는 거 묵묵히 내 선에서 처리하는 스타일인데.


맹 부장: 그래서 너만 조용히 당하고 있잖아. 조용한 건 미덕이 아니야. 증발 조건이야. 조용하되 ‘흔적’은 남겨. 그건 기본이야.


나: 그래서 그런가. 걍 요새는 아무 일도 안 하고 시키는 것만 하고 싶어요. 한편으로는 왜 이렇게 참아야 하나 싶고. 분노만 치솟네요.


맹 부장: 그 생각 들면 진짜 위험해지는 거야. 회사 일에 그냥 숨어서 너무 오래 붙어있으면, 나중엔 네가 널 못 알아봐. ※2


나: 말하면 찍히고, 안 하면 미쳐요. 둘 중 뭐가 맞는 거예요?


맹 부장: 그럴 땐 ‘어디서, 어떻게’ 말하느냐가 갈려. 회의에서만 말고, 메일로 말해. 정리된 문장으로. 아니면 품의 올릴 때라도 붙이던가. “이건 혼자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말로만 하지 말고 나름 근거를 들어서 글로 얘기해. 그럼 되는거야.. ※3


나: 근데 그렇다고 팀장이 바뀔까요. 답답함이 사라지지도 않은데요.


맹 부장: 그러면 계속 여기 앉아서 뒷담화만 깔 거야? 아니면 오늘부터 뭐라도 얘기하고 남기기라도 해야지. ※4


나: 하... 알겠어요. 내일부터 메일 남깁니다. 감정 빼고, 팩트만. 근데 이거 또 건조하게 보냈다고 삐치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맹 부장: 좋다. 말 안 하는 게 참는 게 아냐. 말 안 하면, 그냥 없는 사람이야. 네가 얘기해야 사람들도 얘기한다.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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