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모임이든 좌중을 휘어잡고, 사람들 배꼽 빠지게 웃기는 사람들이 있다. 어쩜 그렇게 말을 잘하는지 감탄스러울 정도다. 그런 사람들은 보통 "야, 너 영업하면 잘하겠다"소리를 듣고, 실제 스카웃 제의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정말 그런 사람들이 영업을 잘할까? 약 1000여명의 사람들을 만나본 결과 내 생각은 글쎄...다. 오히려 못하는 사람을 훨씬 많이 본 것 같다. 도대체 왜 친구들 사이에서는 핵인싸인 사람들이 영업에선 그다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걸까?
1) 돈을 쓰는 것에 대한 부정적 생각
돈 쓰는 건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상대방한테 돈 쓰라고 권하는 것은 피해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영업할 때 항상 미안하고, 불편해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고객들은 그 예쁜 마음을 봐주는 게 아니라, 이상하게 생각한다. 은연중에 하는 행동, 표정 변화, 목소리 떨림, 눈빛을 보고 '뭐 하자 있는 거 파는 거 아냐? 나한테 덤탱이 씌우나? 도대체 뭐야? 뭐든 안되겠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자.' 그런 후 어떤 핑계라도 만들어내서 도망친다. 그리고 세일즈는 실패로 돌아간다.
2) 과도한 자의식
앞의 내용은 '내가 이 사람한테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돈 쓰게 해서 미안한데'처럼 상대방한테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두 번째 이유는 자기 자신한테 맞춰져있다. 이건 스스로를 너무 대단하게 여겨서 영업을 못하는 경우다. 한 마디로 '너무나 소중하고 귀한 내가 이상한 취급 받으면 어쩌지?'하며 걱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거절 당하면 어쩌지? 이런 것들이 무서워 시도도 못한다. 이런 사람들은 각오를 다지고 퐈이팅을 외치며 건물 앞까지 가지만 무서워서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 앞에서 맴돌다가 끝난다. 그러면서 얘기한다. 영업은 너무 힘들다. 요즘은 경기가 안좋다. 나한테만 안좋은 DB가 걸렸어.
3) 목적 달성만이 유일한 목표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남들의 감정, 생각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이런 사람이 영업으로 천만원 벌어야지 라고 작정하면, 미친 듯이 밤낮없이 밀어붙인다. 스팸 메일 대량으로 보내고, 누가봐도 광고인 문구를 써서 수백, 수천 군데 뿌리고, 스팸 문자, 스팸 전화, 남의 자동차 앞유리에 명함 꽂기, 기선제압으로 사라고 강요하기, 동창회 나가서 사달라고 하기, 소개 좀 해달라고 조르기, 안해주면 삐지기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한다.
어떤가? 보기만 해도 피곤하지 않은가? 이런 사람은 초반에는 실적이 좋다. 워낙 실천력이 좋고 밀어붙이는 힘이 있으니까. 하지만 누구도 이렇게 일방적이고 배려 없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머지 않아 고객들한테 차단 당하고, 스팸신고로 벌금내고, 모임에서도 기피 1호가 되어, 늘 신규 고객, 새로운 모임을 찾아 방황하게 되는 꼴을 면하기 어렵다. (그리고 새로 찾은 그 고객도, 모임도 언젠가는 손절을 하고 떠날 것이다)
스스로의 정체성부터 제대로 정의해야 한다. 스스로를 판매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위처럼 되기 쉽다. 그 끝은 맨날 판매 못해서 울고, 깎아주고, 선물 퍼주느라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호구 아니면 보이스피싱범 같은 자기 이득만 생각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이래서는 답이 없다.
그런데 스스로를 문제해결자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면 어떨까? '나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고, 그 대가로 감사 인사와 정당한 댓가를 받는 문제 해결자다.'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파는 상품이나 서비스는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중한 해결책이 되고, 그럼 나는 강매를 하거나 구걸을 하는 귀찮은 존재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된다.
내가 하는 일은 좋은 일이고, 나는 도움을 주는 좋은 사람이고, 내 고객은 나한테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기쁘게 돈을 낼테니 이보다 가치 있는 일이 어디에 있을까? 매일이 감사와 행복으로 충만하지 않을까? 그렇게 정체성을 새롭게 하고 고객을 만나면, 친구들과 있을 때만 나오던 유머감각,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더 철철 흘러넘칠 거라고 믿는다. (방법은 이게 먼저 된 후에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