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믿음을을 만나다 #01 니글의 이파리를 통해보는 가을 묵상
“반지의 제왕”의 작가 돌킨, 대작의 집필 무렵 그에게 엄습했던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다. 그는 대작을 위해 수십년에 걸쳐 밑바닥에 깔린 역사, 사연을 정리해둔 상태였고 집필 중이었으나, 작품을 완성하지 못한다는 상상으로 낙심한 상황이었다. 또한 그는 1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경험했고 그 두려움을 잊지 않고 있었다. 언제든 다시 침공 받을 것이란 두려움 속에 내외적으로 불안한 심정이었다.
어느 날 자신의 방 자리에 일어나 창밖을 보다까 이웃사람이 가지란 가지는 다 잘라내고 줄기에도 심한 상처를 입은 나무 하나가 눈에 보였다. 머릿속에 불현듯 스쳐간 시나리오가 떠올랐고 바로 그 순간 그는 바닥나있던 창의력과 낙심되었던 사회와 자신의 인생가운데 한줄기 빛이 보였다. 그리고는 써내려간 작품이 바로 '니글의 이파리'다.
[옥스퍼스 영어사전]의 니글은 "깨작거리거나 비능률적으로 일하거나 쓸데없이 시시콜콜 사소한 일에 시간낭비.."라는 뜻이다. 니글은 두말할 것 없이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스스로의 부족함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돌킨이었다. 그는 완벽주의자였으며 무얼 하든 만족하는 법이 없었다. 때론 하잘것없는 곁가지에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고, 걱정이 많았으며 우유부단한 성격탓에 중요한 이슈에서 벗어나기 일쑤였다. 주인공 니글도 그러했다.
니글에게는 꼭 그리고 싶은 그림이 하나 있었다. 이파리 하나에서 시작해서 나무 한 그루 전체의 이미지를 마음에 품고 살았다. 나무 뒤쪽으로 펼쳐진 멋진 세계까지 상상했다. 니글은 머릿속의 환상을 담아내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할 만큼 커다란 캔버스를 준비했다. 니글은 여기저기 붓질을 하고 물감을 문지르며 화폭 위에 그림을 그려 나갔지만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우선 화가 자신이 나무보다 잎에 더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음영과 광택, 표면에 맺힌 이슬방울까지 있는 그대로 그리려고 온힘을 기울었다. 두 번째는 따뜻한 마음 탓이었다. 이웃들이 부탁하는 일을 처리하느라 니글은 쉴 새 없이 붓을 놓아야 했다. 특히 이웃 남자 패리쉬는 그림 따위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틈틈이 찾아와 자질구레한 일거리들을 맡기곤 했다.
어느 날 밤 니글은 드디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독감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며 어떻게든 그림을 완성하려는데 죽음의 사자가 찾아왔다. 이제 길을 떠나자고 하는데 화가의 눈에서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제발, 아직 완성하지 못했단 말이에요."하며 니글은 엉엉 울었다.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세월이 흐른 뒤 이웃 사람들은 죄다 헤진 캔버스 위에 아름다운 이파리 한 장이 남아 있는 그림을 발견했다. 그 후 이 그림은 "잎사귀-니글작" 이라 붙혀져 구경꾼들 조차 눈길을 주지 않는 마을 박물관 후미진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은 아니다. 세상을 떠난 니글은 하늘나라로 가는 열차를 탔으며, 그 순간 어디선가 두 갈래 음성이 들렸다. 하나는 엄하고 엄한 공의의 목소리였다. 허다한 시간을 낭비하고 평생 이뤄놓은 일이 거의 없다면서 꾸짖었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따뜻한 소리가 들였다. 자비인 듯했다. 니글이 한 일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남을 위해 희생하는 쪽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칭찬하는 목소리였다.
니글이 하늘나라 가장자리쯤 이르렀을 무렵, 마치 상급처럼 나무 하나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바로 거기에는 니글이 꿈꾸며 그리려 하던 바로 그것이 있었다. 커다란 나무, 그의 나무가 완성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잎이 벌어지고, 가지는 길게 자라서 바람에 나부꼈다. 자주 떠올려보았지만 어림짐작으로 추측하며 좀처럼 포착할 수 없었던 자신이 완성하고 싶던 바로 그 상태였다. 니글은 나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곤 천천히 팔을 들어 활짝 벌렸다. 그리고 말했다.
"이건 선물이야 !"
우리는 너도 나도 모두 니글이다. 다들 큰 꿈을 꾸며, 모든것을 해낼것처럼 살아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나만 잘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능력이며 삶이다. 어쩌면 니글과 같이 평생을 (지금자신의 나이까지)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파리 한 장, 잔가지 하나를 그리는데 그쳐서 깊은 좌절에 빠질지도 모른다. 가을 결실의 계절을 맺어야 할 시기 더욱 그러하다. 보여지는 열매가 없고, 되어지는 결과가 없다면 더욱 그러하겠다. 그렇지만 니글의 이파리 결론에서 보여지는 교훈과 같이 모든 것의 끝은 인간의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바로 최후의 평가는 화가 자신이 아니라 그 세계를 넘어선 그다음세계의 절대적인 누군가의 의해 평가받아지는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진짜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세상에서 그려가는 삶도 의미 있다. 하지만 이것의 완성은 세상에서 이룰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지금 저마다 추구하는 온전한 나무(신앙,학업,믿음,사랑,자기가 속한 공동체, 사회, 일상의 삶, 꿈,비젼과직업)는 장차 반드시 열매를 맺을 것이다. 이런 사실을 명심한다면 평생 한두장 나뭇잎을 그리는데 그친다 하더라도 낙심하지 않을것이며, 만족스럽고 기쁘게 일할 것이다. 혹여 성공을 이루더라도 그것에 도취되어 으스대거나 자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하는 작은일 하나 하나가 가치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다. 우리가 애면글면 수고하는 모든 작은 일 또한 하나하나 무궁한 가치를 갖는다. 또한 주안에서 하는 모든 수고는 헛되지 않다(고전15:48) 바로 그것이 우리를 사랑하시고 돌보시는 하나님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