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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짱 Apr 28. 2024

야채가 맛있어서 먹는 거였다.

들꽃같이

시골 길을 걷다 길가에 앙증맞게 피어난 들꽃을 보고

"이 꽃 이름이 뭐지?" 

혼자 던진 질문에 함께 길 걷던 할머니가

"분홍 꽃"

"노란 꽃"

대답을 대신해 준다.


멈칫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네" 

"분홍 꽃, 노란 꽃"


분명 분홍, 노란 들꽃에도 이름이 있겠지만

분홍색으로, 노란색으로 자신을 뽐내는 

들꽃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고개를 끄덕여지는 들꽃의 아름다움이 선명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른이 되었다고 반드시 장미, 프리지어, 튤립처럼 

내 이름 석 자로 꼭 불려야 할 필요 없이

분홍이, 노랑이면 충분했는데

왜 그렇게 장미, 프리지어, 튤립이 되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려고 했는지


그저 내가 품고 있는 향이

내가 품고 있는 색감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 본질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사람이라면

내 이름 세 글자를 불리지 않아도 

누군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선명한 사람이라면 잘살고 있는 거였다.


길가에 피어난 들꽃이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한들 

그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내 옆을 지나는 누군가에게 분홍으로, 노랑으로, 파랑이라도 

나를 떠올릴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면

아주 괜찮은 어른이 되고 있는 게 맞는 거였다.



출처-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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