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같이
시골 길을 걷다 길가에 앙증맞게 피어난 들꽃을 보고
"이 꽃 이름이 뭐지?"
혼자 던진 질문에 함께 길 걷던 할머니가
"분홍 꽃"
"노란 꽃"
대답을 대신해 준다.
멈칫 그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네"
"분홍 꽃, 노란 꽃"
분명 분홍, 노란 들꽃에도 이름이 있겠지만
분홍색으로, 노란색으로 자신을 뽐내는
들꽃의 이름을 알지 못해도
고개를 끄덕여지는 들꽃의 아름다움이 선명하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른이 되었다고 반드시 장미, 프리지어, 튤립처럼
내 이름 석 자로 꼭 불려야 할 필요 없이
분홍이, 노랑이면 충분했는데
왜 그렇게 장미, 프리지어, 튤립이 되려고
아등바등 살아가려고 했는지
그저 내가 품고 있는 향이
내가 품고 있는 색감이 어떤 것인지
분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내 본질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사람이라면
내 이름 세 글자를 불리지 않아도
누군가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선명한 사람이라면 잘살고 있는 거였다.
길가에 피어난 들꽃이 이름이 불리지 않는다 한들
그 아름다움이 변하지 않는 것처럼
나도 내 옆을 지나는 누군가에게 분홍으로, 노랑으로, 파랑이라도
나를 떠올릴 때 고개가 끄덕여지는 색을 띠고 있는 사람이면
아주 괜찮은 어른이 되고 있는 게 맞는 거였다.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