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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미이 작가 Feb 02. 2021

아기 수면교육

꼭 해야 할까

아기 수면교육 관련 글을 블로그에 올렸더니 누적 조회수가 3만 5천 건 가까이 된다. 지금도 여전히 많이 읽히고 관련 질문도 많이 받는다. https://blog.naver.com/wowmiodio/222054078556  


하지만 난 여전히 아이를 재우기가 힘든 사람 중 하나다.




은우가 4개월이 지날 무렵 우리는 수면교육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재우는 데만 1시간이 넘게 소요된 적도 많았고 신랑이랑 번갈아 가며 안아주느라고 팔과 어깨는 너덜너덜 해져만 갔다. 밤마다 너무 힘들어서 딱 며칠만 노력해서 스스로 잠드는 법을 알려주자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번번이 실패했다. 할 때 제대로 독하게 하지 않고 어중간하게 포기하면 아이는 ‘울면 엄마 아빠가 안아준다’는 걸 알아서 안아줄 때까지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침대에 눕혔다 울면 안아주고, 그치면 다시 눕히기를 반복하는 '안눕법'

같은 시간대 아기를 눕히고 나와 울어도 달래주지 않고 지쳐 잠들 때까지 놔둔다는 '퍼버법'

등을 토닥이며 쉬~ 소리를 내는 '쉬닥법', 등을 토닥이며 아~ 소리를 내는 '아닥법'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지만 결국엔 아이가 땀을 뻘뻘 흘리며 우는 게 안쓰러워서 우리는 또다시 아이가 잠들 때까지 안아서 재우곤 했다. 3~4일을 울어도 달래주지 않고 스스로 잠들게 놔두면 그 이후엔 편해진다고 하는데 3, 4일은 무슨 하루도 달래주지 않고는 못 참았다. 그리고 매일 후회했다.


수면교육은 아이가 잘 자도록 도와주는 거라고 하지만, 아이가 악을 쓰고 자지러지게 울 때 마음이 너무 아팠다. 선배 엄마들은 딱 그 순간만, 그 고비만 넘기면 된다고 했지만 정말 그게 쉽지가 않았다. 방문을 닫아놓고 3분, 5분, 10분 시간의 텀을 두고 놔두기로 했지만 문 밖에서 아이 울음소리를 그냥 듣고 있는 게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을 틀고 안눕법을 해주니 금방 잠이 들었다. 3일 연속으로... 그래서 우리는 수면교육에 쉽사리 성공한 줄 알았다. 그러나... 곧이어 닥친 아이의 원더윅스와 이앓이로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렸다. (*원더윅스 Wonder weeks : 아기가 급성장하는 시기로 자주 울고 보채게 된다)


엄마들 사이에 열풍을 일으켰던 '똑게육아(똑똑하고 게으르게)' 수면교육 책을 사서 읽어보며 노력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내 성향에 맞지 않았다. 그 책을 낸 저자는 똑게 LAB까지 만들어 아이 수면교육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만큼 아이를 재우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나에겐 체계적으로 스케줄에 맞게 수면 의식을 해주고, 잠 연관(특정 물건, 행동을 잠과 연관시켜주는 것)을 만들어 주는 게 쉽지가 않았다. 결국 포기해버리고 말았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아이를 키우는 듯해서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생후 11개월이 된 요즘, 우리 은우가 쉽게 잠드는 경우는 두 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유모차에서 잠이 들거나 분유를 먹다 잠이 드는 경우다. 말 그대로 완전 땡큐인 날이다. 대부분은 눈 비비고 졸려할 때 안아서 토닥토닥해서 재운다. 눕히면 깨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그럴 땐 옆에 같이 누워서 꼭 안아주면 편히 잠이 든다. 너무나 다행스러운 것은 시간이 점차 지날수록 아기가 잠투정을 하며 울고 보채는 건 확실히 많이 줄어든다.


가끔 새벽 한 두시까지 찡찡거리고 안 잘 때가 있는데 그런 날은 난 정말 다크서클이 턱끝까지 내려오기도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진작부터 수면교육을 하지 않은 게 솔직히 후회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엄마들 중에는 '품 안의 자식'이라고 이때 아니면 언제 아이를 많이 안아주겠냐며 때가 되면 스스로 잠드는 날이 온다고 수면교육에 반대하고 나서는 사람도 많다.


내 생각을 묻는다면 '처음부터 할 거면 독하게 하고, 어중간하게 할거 같으면 그냥 좀 고생하자.' 괜히 어설프게 시도했다가 아이의 잠투정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으니...  지금도 나는 여전히 아이를 재우기가 어렵지만 이제 와서 다시 수면교육을 할 생각도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잡히는 수유 텀, 수면 텀처럼 자연스럽게 아이와 합을 맞춰가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복직을 하고, 은우도 어린이집에 다니다 보면 재우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


하지만, 만약 둘째를 낳는다면? 신생아 시절부터 독하게 수면교육을 하고 싶다. 하하.


잘자 정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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