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때문일까?
친정 엄마는 모유수유 중인 내가
밥을 잘 챙겨 먹지 않고 과자나 빵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말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나면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 '먹는 것' 다음으로 '싸는 것'이다. 모유수유 중이었던 우리 아가는 조리원에 있을 때는 하루 3~5번에 변을 보았고 집에 와서는 하루 한 두 번, 그 이후엔 하루 한 번으로 줄더니 이틀에 한 번씩 쌀 때도 있었다. 횟수는 줄어든 만큼 양이 엄청 늘어나면서 매일매일 그야말로 '똥 폭탄'이었다. 옷이며 이불이며 다 묻어서 밤새도록 빨래를 해야 할 정도였으니 은우가 똥 쌀 때마다 한바탕 난리를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아이가 응가를 잘한다는 게 얼마나 기특하고 다행인 건지 모른다. 11개월이 된 지금도 응가를 안 하는 날이면 오늘은 왜 안 하나. 걱정이 되기 일쑤니까 말이다.
생후 70일 즈음 은우는 약 일주일 간 응가를 하지 못했다. 3일 차, 4일 차, 5일 차가 되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대로 배와 엉덩이 마사지를 해봐도 소용이 없었고 책을 뒤져보면 모유수유 아가의 경우 열흘 동안 괜찮다고 쓰여 있었지만 신경을 안 쓸래야 안쓸 수가 없었다. 맘 카페에 보니 일명 '면봉 관장'으로 변을 보게 했다는 글들도 더러 보였지만 너무 위험해 보여서 그렇겐 하지 않았다.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며 시간을 보내는데 온 가족이 "오늘 은우 똥 쌌어?"라는 말을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물어봤으니 내 머릿 속은 온통 은우가 오늘은 똥을 싸나, 안 싸나에만 신경이 곤두섰다. 또 친정 엄마는 모유수유 중인 내가 밥을 잘 챙겨 먹지 않고 과자나 빵을 먹었기 때문이라고 말을 했다. 그 순간 너무 화가 나고 서러워서 "그럼 모유수유 그만할게!"라고 화를 내기도 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주말이 되기 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소아과로 달려갔다. 다행히 그렇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하셨다.
의사 선생님 曰
모유수유 아가의 경우 수유 텀이 일정하지 않으면 변비에 걸릴 수 있다.
최소 2시간 반~ 3시간의 수유 텀을 지켜주고,
엄마는 붉은 계열 사과, 토마토 같은 걸 섭취해주면 좋다.
꽉 찬 일주일 동안 기다려보고 그때도 변을 보지 못하면 갈타제산(효소)을 먹여보라고 처방해주셨다. 더 기다리기 어려울 것 같아 집에 돌아와서 급한 마음에 분유에 효소를 태워 먹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응가를 뿌지직 한번 하더니, 얼마 뒤 왕창!!! 한번 더했다. 너무 반가운 '똥 폭탄'이었다. 약 덕분인지 아님 때가 되어서 싼 건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그날부터는 두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었다. 정말 괜히 모유수유를 하는 나 때문인가 싶어 마음 졸이던 날들이었다.
그리고 뒤늦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아이가 변비에 걸린 것 같다고 유산균을 과도하게 먹인 게 오히려 부작용이 난 듯하다. 그 날 이후로 유산균은 끊었고 비타민 D만 먹이고 있는데 여태껏 하루 한 번 이상 똥을 거른 적이 거의 없다. 뭐든 과하면 좋지 않다.
아무튼, 우리 아가야 앞으로도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