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개월 아이와의 전쟁, 요거트 촉감놀이
퍽! 하고 쏟아져버렸다. 정말이지 믿기 싫은 광경이었다.
아이가 요새도 통 이유식을 잘 먹지 않아 요거트와 함께 밥을 떠먹이는 중이었다. 숟가락 하나를 가지고 왔다 갔다 퍼 먹이다 결국 요거트가 쏟아지고 말았다. 한숨이 푹 새어 나왔지만 아이 앞에서 어두운 표정을 내비칠 새라 애써 웃음을 지었다.
평소 같으면 "가만있어봐~ 엄마가 닦을게" 하고 걸레를 가지고 와 닦았겠지만 오늘은 도저히 그럴 힘이 나지 않았다. 아침 이유식도 치즈, 딸기를 곁들여 겨우 먹였고 낮잠도 오늘따라 30분밖에 자지 않고 깨더니... 점심 식사에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신랑은 아침 일찍부터 일을 나갔고 난 하루 종일 독박육아를 하고 있었다.
쏟아진 요거트를 잠시 쳐다보고는 아이가 어떻게 하나 지켜봤다. 아니나 다를까 마음대로 하게 놔뒀더니 요거트를 두 손으로 비비며 바닥에 문지르고 입고 있는 옷에 칠갑을 하기 이르렀다. 의도치 않았던 '요거트 촉감놀이'를 시작한 아이는 활짝~ 웃고 있었다. 신나게 박수까지 치는 아이를 보니 '차라리 잘됐다' 싶기도 했다. '너만 행복하다면야..'
사실 난 아이 이유식 먹일 때가 되면 치울 생각에 미리 두려워지곤 한다. 하지만 오늘 일을 겪으며 마음을 좀 내려놓기로 했다. '아이가 어지를 땐 마음껏 어지르게 하자. 그 과정 속에서 스트레스받지 말자. 곧 자기 주도식을 시작하면 이보다 더 할 테니.'
온몸에 요거트를 묻힌 채로 혼자 발라당 미끄러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더니 냉장고며 식탁이며 의자에까지 흔적을 다 남겨주셨다. 아이를 잠시 옆에 두고 걸레로 닦고 또 닦았다. 그리고는 요거트 쉰내가 가득 베긴 옷을 벗기고 혼자 아이 목욕을 씻겼다. 아이 목욕은 대부분 신랑이 하는 편인데 오늘은 별 수 없었다. 출산 후 망가진 손목과 어깨가 아프긴 했지만, 깨끗이 씻기고 새 옷으로 갈아 입힌 아이는 또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널 정말 미워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한 숨 돌리며 친정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뿌지직...' 응가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 두 번째 응가다. 급히 전화를 끊고 난 또 뒤처리를 했다. 정신이 쏙~ 빠진 오후였다. 배부르게 먹고 따끈한 물로 목욕을 해서 인지 아이는 그새 졸린 눈이었다. 유모차를 태워 밀어주니 이내 잠이 들었다. 잠든 아이 모습을 보니 천사가 따로 없었다. 정말. 그리고 드디어 나에게 자유시간이 왔다. 길어야 두 시간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