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딸기 어디 없나요
신랑 왈. 너 임신 했을 때 딸기 값만 백만원 넘게 나왔을껄?
임신을 하고 얼마지나지 않아 입 맛이 없어지고 피로감이 급격히 밀려오기 시작했다. 졸음이 어찌나 쏟아지던지 퇴근 후 집에 돌아오면 저녁 7시부터 침대에 누워있기만 했다. 빵을 밥보다 많이 먹는 빵순이가 밀가루 냄새 조차 싫어졌고 맹물 조차 비려서 따로 보리차를 주문해서 마시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아무 것도 먹지 않아도 혀 끝에 계속 짠맛이 감 돌았다. 몇 주간 지속되는 짠 맛에 찬 물에 혀를 담궈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입 맛이 없을 수 밖에 없었고 방울토마토만이 그나마 상큼해서 먹을만 했다.
다행인 건 입 덧이 약 한 달 정도만에 제법 짧고 굵게 끝난 덕분에 그 후엔 서서히 입 맛이 돌아왔고 몸무게도 그 때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드라마나 영화에 보면 임신한 아내가 새벽에 구할 수 없는 음식이 먹고 싶기도하던데 나는 특별히 그런게 없어서 괜히 아쉬웠다. 그래서였을까. 어느날 부터 딸기가 무지하게 땡기기 시작하는 거다. 나는 여름에 임신을 한 탓에 아쉽게도 아무리 찾아봐도 딸기를 구할 수가 없었다. 냉동 딸기나 딸기쥬스로는 달래지지 않았다. 싱싱하고 통통한 생딸기가 너무너무 먹고 싶었다. 원래도 딸기를 좋아하긴 하지만 평생 살면서 그토록 딸기가 간절했던 적이 있을까 싶다. 제철 과일 위주로 먹기만 먹었지 계절이 벗어난 과일은 가끔 생각이 날 지언정 그렇게 까지 앓이를 한 적은 없으니...... 입덧이 참 신기하긴 신기하다.
꿈에서 딸기를 먹을 정도였다.
7, 8월 부터 시작된 딸기 앓이였지만 11월이 되어서야 만날 수 있었는데, 한 팩에 2만원이나 하는 금딸기를 신랑이 시댁 근처에 있는 농협에서 구해온 것이다. 그 후로 딸기를 냉장고에서 떨어지지 않게 쌓아두고는 매일매일 먹었다. 딸기만 당긴다는 소리에 가족들, 친구들까지 딸기 선물을 어찌나 해줬는지 그 많은 딸기가 상할까 무서워 질리도록 먹어댔다. 우스갯소리로 "딸기 값만 백만원 넘게 들었다"고 말하는 신랑이다. 출산 전엔 딸기 뷔페까지 찾아서 배 터지게 딸기를 먹고 오기도 했다. 이렇게 예쁘려고 딸기를 그렇게 먹었나 싶다. 우리 딸래미.
아직 아이가 10개월차라 딸기 먹을 때가 되진 않았지만 돌 지나서 처음 딸기를 먹을 때 과연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맨날 먹었던 딸기인데 과연 좋아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