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정하고 동네를 정하면서 우리가 얼마나 무모했는지 실감하기 시작했어. 외국에 나오기까지가 어렵지 오고 나면 다 해결될 거라고 말해준 사람도 없었는데, 뜬금없는 해방감에 오히려 내가 정신이 나갔던 걸까. 학교도 너무 많고, 학교마다 분위기도 다 다르고, 이민 정책에 따라 학생 구성도 꽤 달라지던데, 나에겐 미리 정해둔 명확한 기준이 없었어. 나의 판단으로 몇 년을 다닐 아이들의 학교가 결정되는 건데, 너무 안일했지. 캐나다는 미국과 달라서 모두가 순하고 친절할 거다, 모두가 조금은(?) 덜 똑똑할 거다, 모두가 우리를 반겨줄 거다... 그렇게 생각했었나 봐. 아닌 게 아니라, 캐나다에 와서 일단 모두가 인사를 건네는 것보다, "쏘리이~"를 연발하는 모습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어. 미국에선 절대 먼저 미안하다고 하면 안 된다고들 하잖아. 그런데 캐나다는 너도나도 막 미안하다고 하더라고. 길을 걷다가 부딪히지도 않았는데도 막 미안하다고 하고, 뭘 물어볼 때도 미안하다고 하고 시작하고. 신호등이 없는 사거리에선 양보병의 잔치가 열렸어. 먼저 들어선 차가 먼저 간다는 규칙이 엄연히 있는데도, 먼저 가라며 창문을 열고 팔을 막 휘휘 흔들어대. 그러니 착각과 기대가 마구 부풀지 않을 수 있나. (물론 캐나다도 코로나 이후로 많이들 거칠어졌지만.)
나중에 보니, 사람들은 유학원이나 이주 센터, 컨설팅 업체, 하다못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정보를 얻고 조언과 도움을 받았더라. 결론부터 말하자면 객관적 기준으로 '정제된' 저런 정보는 약간의 참고와 시간 절약 차원에선 찬성. 그러나 각 가족마다 우선으로 하는 기준이 다르고, 뭔가 꽂히는 지점이 다르고, 상업적 기준과 학부모의 기준이 다를 수 있으니 무조건 믿지 말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발품을 파는 걸 추천할게.
우리 가족은 토론토 한인타운에서 차를 빌려 나이아가라 폭포까지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따라가며 동네들을 구경했어. 신기하게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꽤 다르더라. 물론 나도 지도 하나 달랑 들고 돌아다닌 건 아니었어. 온타리오 교육청 웹사이트에서 교육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프레이저 랭킹(Fraser Institute - compareschoolrankings.org)으로 학교들을 추린 다음에 그 학교들을 가봤지. 그 웹사이트에는 전체 학생수, 매해 학력평가(OSSLT) 점수, ESL학생 비율,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 비율, 그리고 온타리오주 내의 랭킹 등, 학교 전반에 대한 그림 정도는 그릴 수 있는 최근 5년 치 정보들이 10점 만점에 몇 점으로 나와 있어서 내게 아주 유용한 기준이 되었어.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군제인 온타리오 주에서는 넘사벽으로 점수가 높은 몇 학교(대개는 인도나 중국 커뮤니티 내의 공립)와 점수대 자체가 8점 이하로 낮은 학교들을 제외하면, 동네를 선택하는 것이 곧 학교를 정하는 거였어. 공립 대 사립, 일반 대 카톨릭, 그리고 AP 대 IB. 고등학교는 이 카테고리부터 결정해야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