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좀 많습니다.
돌이켜보면 난 어릴 때부터 생각이 많았다.
십 대 시절 학교를 다닐 때에도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장난을 치기보다는
혼자 땅바닥을 들여다보며 골똘히 생각에 빠져있었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통학할 때에도 온갖 잡생각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사실 생각의 많고 적음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란 게 있을지 모르겠다.
남들이 얼마나 생각을 품고 사는지 타인인 나는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드러나는 언행으로 대충 어림짐작할 순 있지만 그뿐이다.
‘넌 너무 생각이 많아’라고 가까운 이들로부터 평가를 들으면, 그런가 보다 여기게 되기가 쉽다.
그래, 난 지치지 않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학업, 진로, 연애, 결혼, 출산 등
인생의 분기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절에는 물론이고
일상의 자질구레한 순간에도 쉼 없이 생각했다.
때론 이미 지나간 나의 생각들,
그 생각들의 합으로 선택한 결정들을 후회했다.
물론 자책도 따라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이런 후회와 자책은
대부분 타인과의 비교에서 비롯되었던 것 같다.
돈, 명예, 권력 등 사회적으로 우선시 되는 가치로
삶을 저울질하기는 참 편리하고
어느 정도의 안락함과 행복의 기반을 조성하기에는 유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것들로 인생을 재단하는 측량이 꼭 진실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나는 결코 타인이 될 수 없기에.
뻔한 글귀 같지만
이 역시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끝에 체득한 결론이다.
혹자는 생각이 많으면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사회에서 도태되기 쉽다고 여긴다.
과연 그런가?
나 자신에게 솔직하고 당당하기 위한 여정의 일부는 아니었나.
내가 지난한 생각의 터널 끝에 당시 그런 선택을 한 데에는 분명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그때의 나를 거쳐 지금의 내가 됐고
지치지 않은 생각의 여정 끝에 다다른 결과라면
그럴만했다는 믿음으로 이 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