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에 담긴 얼굴들
요즘 같은 폭염에는 집 밖을 나서는 것조차 버겁다. 그런데도 내가 기꺼이 발걸음을 옮기는 힐링 코스가 있다. 농협 하나로마트 안의 ‘로컬푸드 코너’다.
로컬푸드는 멀리서 온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 바로 길러낸 농산물을 한다. 그래서일까, 코너에 들어서는 순간 작은 여행지가 펼쳐진다. 말린 치자, 시중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박, 음나무, 그리고 토마토로 만든 잼까지. 마트 속 작은 공간이지만 눈이 절로 커진다.
더 재미있는 건 같은 품목도 농부에 따라 ‘결‘이 달랐다는 사실이다. 이종혁 농부의 호박잎은 단정히 포개져 얌전했고, 고인순 농부의 호박잎은 갓 딴 듯 풍성하고 거침없었다. 같은 호박잎인데도 손길에 따라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후 나는 가격표보다 이름표에 먼저 마음이 갔다.
오늘 장바구니엔 로컬 양파, 쌈채소, 호박잎, 오이맛 고추, 포도가 담겼다. 하지만 정작 내가 담아 온 것은 농부들의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그저 저렴한 장터가 아니라 사람의 삶이 읽히는 곳 '로컬푸드 코너'.
바깥은 숨 막히는 열기지만, 이곳은 시원하고 다정하다. 장바구니에는 채소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아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