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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언어로 만난 나의 훌라

유쾌함과 자유, 삶의 심장이 되다

by 감격발전소

몸으로 부르는 노래, 훌라는 손동작에 노랫말의 의미를 담아 추는 춤이다. 하와이는 문자가 없었기에, 선조들은 역사와 삶, 전하고픈 이야기를 춤에 담아 계승했다. 단순히 박자와 리듬에 맞춰 추는 춤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고 있는 춤이라니, 얼마나 특별한가.


나는 어릴 적부터 부끄러움이 많아 속내를 쉽게 드러내지 못했다. 그러나 30대를 지나 글이라는 표현 수단을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유를 맛보았다. 글 속에서는 마음을 솔직히 드러내는 것은 물론, 농담도 하고 유쾌함도 흘려보낼 수 있었다. 이후 그림, 웹툰, SNS로 확장되면서 표현은 내 삶의 또 다른 날개가 되었다. 나는 내 스스로를 ‘이야기꾼’이라 부르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그런 내게 훌라는 또 하나의 빛이었다. 책상 위 글과 그림에서 머물렀던 표현이, 이제는 손과 발, 얼굴과 몸 전체로 확장되었으니 말이다. 이번 한·일 훌라 교류 공연은 그 확장의 결정판이었다. 한국과 일본의 춤이 한 무대에 올랐고, 각기 다른 몸과 이야기가 모여 우아하고 세심한 춤, 귀엽고 유쾌한 춤까지 다채롭게 펼쳐졌다. 낯선 얼굴들이었지만 춤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응원할 수 있었다.


그날 내 마음에 가장 오래 남은 건 한 부부의 춤이었다. 그들은 전통 형식을 벗어나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춤을 추며 수줍게 웃었지만, 보는 이들에게는 한없이 유쾌한 기운을 건넸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 깊이 다짐했다.
'그래, 나도 저들처럼 사람들에게 유쾌함을 전하는 훌라를 추고 싶다.'


예전에 선생님이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지금은 우리가 함께 훌라를 배우고 있지만, 결국은 각자의 훌라를 찾아야 해요.

나의 훌라는 어떤 것일까 꼭 생각해보세요.”


그 말에 나는 막연히 ‘엄마와 아이가 함께 추는 훌라’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분명히 알 수 있다. 나의 훌라는 ‘유쾌한 에너지를 전하는 춤’이라는 것을.


일본 선생님의 워크숍에서 배운 곡, WAIMEA I KA LA‘I.
'마모 깃털로 만든 레이도 촉촉하게 젖어 있어요.'라는 노랫말을 표현하던 중 선생님이 내게 말했다.


마치 새가 된 것처럼 추어 보세요



그 말에 손을 활짝 펼쳐 새처럼 활공하는 동작을 하자, 뜻밖에도 눈물이 터져 나왔다.
‘나는 자유롭고 싶었구나. 새처럼 훨훨, 나를 옥죄는 모든 것을 털어내고 높이 날아오르고 싶었구나.’


유쾌함과 자유.
그것이 내가 찾은 훌라이자, 동시에 내 삶이 끝까지 붙들고 싶은 심장었다.

오늘 몸의 언어를 통해 나는 그 지향점을 다시금 확인한다.


그리고 일본 여행에서 만난 한 사람의 환대는, 그 심장에 또 다른 빛을 더해 주었다.
(다음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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