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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마음이 춤을 췄다

환대가 들려준 진심의 이야기

by 감격발전소

2박 3일간의 한·일 훌라 교류 공연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일본의 KTX인 ‘신칸센’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15분이면 도착한다 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자리에 앉자마자 곯아떨어졌다. 한참 떡실신한 상태에서 웅성거림에 눈을 떠보니, 일행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떡해요, 우리 반대 방향 신칸센을 탔대요


오 마이 갓. 이게 무슨 일이람.


분명 일본인 통역사의 안내대로 탔는데, 알고 보니 통역사의 착오였다. 그러나 이미 열차는 반대 방향으로 내달리고 있었고, 상황은 되돌릴 수 없었다. 부랴부랴 남은 비행기와 배편을 알아봤지만 모두 매진. 선택지는 0.


일단 급한 불부터 꺼야 했다. 자영업자인 동료들과 달리 나는 직장인이었기에 상사에게 황급히 연락을 넣었다.


‘팀장님, 내일 출근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은 주말에 일본에 왔는데요, 비행기를 놓쳐서요...



상황을 정리하고 나니, 의외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동료들과 음흉한 눈빛을 교환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흐흐흐. 즉흥여행 시작이닷!”


마침 새로 잡은 숙소 근처에서 ‘만두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지글지글 철판 위에서 구워지는 고소한 냄새와 DJ의 둠칫둠칫 리듬은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강가를 유유히 지나가는 나룻배는 낭만을 더했다.


황당했던 시간들이 어느새 선물 같은 순간으로 변하고 있었다. "일본에 왔으니 식도락 여행 제대로 해야죠!"


후쿠오카의 명물집이라 불리는 ‘모츠나베 집’으로 향했다.


명란 순두부, 모츠나베, 미즈타키, 어묵까지 다양하게 주문했다.


첫 음식으로 나온 ‘명란 순두부’를 한입 먹는 순간—

두부가 아니라 치즈처럼 쫄깃탱글! 감탄이 절로 나왔다.


“이거 진짜 미쳤어요!”라며 엄지를 들어 올리자, 주인 아저씨는 뿌듯한 표정으로 가슴을 활짝 폈다.
“후훗~ 제가 매일 아침 직접 만들어요!”


이어 나온 모츠나베의 국물은 시원하고 깊었다.


“냄비가 너무 귀여워요!” 하자 아저씨가 능청스럽게 되물었다.



앗. 귀엽다니,, 혹시 저 말인가요?



식당 안은 웃음으로 가득 찼다.


그의 익살스러움과 정성스러운 대접에 우리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졌다. 식사를 마칠 즈음에는 “일본 놀러가는 친구가 있다면, 꼭 이 집을 소개할거예요!”라며 입을 모았다.


솔직히 일본에는 이곳보다 맛있는 모츠나베집이 많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유독 이곳이 마음에 남은 건, 음식의 맛 때문만이 아니었다.

음식과 주인 아저씨의 환대, 그리고 그가 전한 유쾌함이 어우러져 진짜 ‘맛’을 완성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일본에 온 이유는 훌라 공연이었다.
춤은 몸으로 표현하는 이야기였고, 환대는 마음으로 건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 둘은 닮아 있었다.


훌라는 마음을 담은 몸의 언어였고,
환대는 마음을 나누는 삶의 언어였다.


그날 아저씨의 웃음 속에서 나는 깨달았다.
‘이야기를 전한다’는 건 꼭 춤이나 글로만 하는 게 아니구나.
진심이 닿는 모든 순간이, 그 자체로 훌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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