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차 크로스핏터 vs 1년차 검도인
내 나이 48.
크로스핏에 등록했다.
사실 10년 전에도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아이도 어렸고, 주변에서는 다들 힘들다고 말렸다. 그때는 그 말들이 꽤 설득력 있게 들렸다.
그래서 그냥… 안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사 온 동네에서 또 크로스핏 센터를 봐버렸다.
투명한 창 너머로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는데 마음이 슬그머니 움직였다. 마침 새벽반이 생겼고, 주 3회 등록도 가능했고, 심지어 신규회원 할인까지 한다고 했다.
이건… 나를 부르는 거 아닌가.
문제는 단 하나.
남편.
아이들 등교를 부탁해야 하니 이건 무조건 승낙을 받아야 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너 지금도 아침에 못 일어나서 힘들어하잖아. 그걸 어떻게 새벽에 가냐. 그냥 좀 편하게 살아라.”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2주 동안 꾸준히 설득했다.
“딱 한 달만 해볼게. 힘들면 내가 알아서 그만둘게. 제발…”
그리고 결국 승낙을 받아냈다.
그런데 막상 시작하려니 이번에는 내 안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올라왔다.
'크로스핏은 운동 좀 해본 사람에게 맞다더라.
내향형보다는 외향형이 잘 맞는다더라.'
..... 나 내향형인데.
한참을 망설이다가 센터에 메시지를 보냈다.
“저… 많이 힘들까요?
운동도 초보고, 내향형이라서요.”
곧 답장이 왔다.
“저희 회원 80%가 처음 운동하시는 분들이고,
내향형도 많습니다. 저도 내향형이에요.”
... 이 정도면 됐다.
3월 3일, 새벽 6시 반. 첫 크로스핏.
어땠냐면…
진짜 졸라 힘들었다.
심장은 요동치고, 얼굴은 불타고, 몸은 내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끝나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시작한 지 3주.
아들에게 물었다.
아들아, 크로스핏터가 쎌까, 검도인이 쎌까?
검도 1년 차 아들은 픽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검도인이 쎄지.”
“무슨 소리야!
엄마 4키로 아령 번쩍번쩍 들어올린다고!”
“엄마, 나는 죽도 들고 날아다녀.”
'………
그래. 내가 운동 선배님에게 너무했다.'
그날 저녁.
“검도 선배님, 이것 좀 도와주세요.”
시장 봐온 5키로짜리 감 뭉치를 아들에게 건넸다.
“이제 3주차인 초보 크로스핏터는 아직 체력이 안 됩니다.
1년 차 검도인께서 힘 좀 써주셔야겠습니다.”
아들은 울상을 지으며 감을 들었고, 나는 뒤에서 슬쩍 웃었다.
그날 이후 힘쓸 일이 생기면 나는 아들을 부른다.
“검도 선배님! 이것 좀 부탁드립니다!”
그러면 아들은 말한다.
“엄마… 내가 말 잘못한 것 같아.
게임에서도 그래. 아령 한 방이면 바로 KO야.”
“그래서?”
“크로스핏터가 더 쎄.”
오늘도 우리 집에서는,
크로스핏터와 검도인의 소소한 체력 대결이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