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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Aug 20. 2023

인스타중독 탈출기. 백업부터


<인스타그램 텍스트 백업 기능 추천합니다>     

*삼색 더보기>내활동>내 정보 다운로드>정보 사본 받기

     

인스타그램이 더 이상 독서 아카이브가 될 수 없다는 걸 인식한 지 꽤 됐다. 애초에 여기 둥지를 튼 게 잘못이었는지. 일단 광고가 너무 많다. 피드를 내려도 팔로워의 글만 뜨지 않는다. 보지 않고 싶은 걸 자꾸 보게 만든다. 그걸 하루 몇 시간 이상 몇 년을 하다보면 뇌가 완전히 퇴화하고 있다. 집중력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눈건강 해치는 건 물론. (실제로 최근 많이 느끼고 있음)



좋아요는 알람이 안 떴으면 좋겠다. 그걸 보고 왜 반가워해야 하는지 잘 모르면서 좋아요 수에 반응한다. 댓글, 피드, 태그에 신경이 쓰여 일상의 몰입에 방해가 된 것도 오래다. 무엇보다 이 소프트웨어 자체가 ‘삭제를 안 당하려고 안간 힘을 쓰며’ 사용자들의 재사용률을 끓어올리는 방법이 정교해지고, 교묘해지며, 무섭게 치밀해지고 있는 것 같다.



대표적인 게 스토리인데, 나도 자주 올리지만 내가 왜 스토리를 올리는지, 보는지를 잘 모르겠다. 누가 나를 보는지를 왜 내가 알아야하는지도 모르겠다. 타인이 도처에 원격으로 현존한다는 걸 그렇게 시시각각 느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도통 모르겠다. 심지어 이건 오프라인 인간관계에 더 안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인스타로만 너무 들이대고 다가갔다가 현실에서 오히려 데면데면해지는 경우가 꽤 있었음)



그리고 지인계정이 늘면서 어쩔수 없이 <염탐의 시간>이 고정화 돼버린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건 도무지 의지력의 힘으로 조절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는데, 타인의 삶을 훔쳐보면 훔쳐볼수록 그에 비례해 불행해지는 건 너무 당연. 작은 가닥의 변화지만 이게 누적되다 보면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 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어딜 가든 인증샷을 찍어야하고, 필카로 프로필 사진도 매년 갱신해야 할 것 같다는 강박이 생겼다.



그리고 이 모든 중독적 장치들은, 인스타그램의 초연결성, 편의성 같은 득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실을 사용자에게 주입한다. 시간 허비가 심하다. 사색도 줄고 있고, 독서 집중도 잘 안된다. 좋아요랑 피드, 릴즈 확인하느라 뭘 명료하게 사유하질 못하겠다. 최근들어, 특히 점점.



다만 옮겨갈 마땅한 플랫폼이 없었고, 지금까지 남겨놓은 텍스트들이 아까워서 백업할 엄두가 안나서 뭘 할 수가 없었는데 브라우저 형태로 그간 모은 모든 텍스트/이미지를 다운로드 할 수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됐다. 앞으로 인스타를 어떻게 끊을 건지, 도파민 디톡스를 어찌할 건지는 차차고민 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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