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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Sep 03. 2023

(독서)뉴스스토리_박재영

기획취재 준비에 교과서처럼 도움이 되고 있는 책이다. 이 책이 설명하는 저널리즘적 표준에 도달해보려고 부단히 노력중이다. 능력부족과 시간부족을 얼마나 초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완성도 높은 네러티브 기사의 준거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명확히 아는데 도움이 됐다. 


기자상 심사위원들이 공적서에서 기대하는 것이 '나 좀 새가 빠지게 했어' 정도의 공치사가 아니라, 땀을 쥐느느 긴장감과 기자들의 명석함, 기민함, 지성과 순발력. 그걸 표현하는 데 있어서도 핍진성과 흥미와 헌신이 느껴지는 '취재 과정에 대한 리얼한 스토리'라는 것도. 그게 결국은 기자상 심사의 핵심 승부처라는 것도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어쩌면 기사 그 자체보다 더)


솔루션 저널리즘을 고려해 종합선물세트 같이 문제진단, 해설, 대안까지 다 제시하는 백화점식 기획을 하지 말라. 인터뷰 기사에 대한 비판 등도 전혀 몰랐던 사실. 네러티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일독 추천. 


다만 예시로 든 기사들은 사실상 신문사의 기획기사보다는 단행본 분량의 르포문학. 에 어울린다는 생각도 꽤 듦. 근대화 초기 분화되지 않았던 문학과 저널리즘이, 다시 유기적으로 붙어야 한다고, 그렇게 독자를 끌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인 것 같은데. 이건 뭔가 한국에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시장인, '사실에 기반한 생생한 르포르타주'에 대한 갈증이 꽤 있어서인 것 같다.


순수문학이 당대 현실을 보여주는 사료로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저널리즘이 일부를 떼어가야 하 이 핍진하고 다기한 세상을 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게 아닐지. 



박재영, 뉴스스토리(내러티브 기사의 작법연구), 이채. 발췌


<캐릭터>

-캐릭터는 스토리의 원동력이다. 캐릭터 찾기는 ‘취재의 절반’이라 할 정도로 중요하다.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을 주인공을 찾아낸다면 내러티브는 이미 절반쯤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캐릭터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을 개인화라고 한다. 개인화는 사물의 부분이나 특징을 통해 전체를 나타내는 ‘대유’와 비슷하다. 독자는 이 개인과 교감하면서 자기의 감정을 일깨우고, 개인의 삶을 통해 사안을 간접 경험화한다. personalize. 사안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을 찾아내어 그의 스토리로 뉴스 리포트를 만들라는 뜻이었다.

-캐릭터는 주인공과 엑스트라가 있어야 한다.

-미국 기자들은 넛(야마)보다 앵글을 더 자주 말한다. 앵글은 어떻게 보여줄 것이냐다.


<주의점>

-사안의 A부터 Z까지 알아보려고 하지 마라. 현장, 전문가분석, 설문조사, 좌담, 대안 이렇게 종합선물세트처럼 할 필요가 없다. 어느 한가지 문제점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할 수 있다. 기사는 종합보고서가 아니다. 사안의 특정부분을 입구로 삼아 속으로 파고들어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기자 자신이 파악한 독특한 측면을 집중적으로 부각하는 것이 좋다.

-한국 언론이 인물을 철저하게 '투명인간'으로 다룬다. 

-기사는 취재현장의 미세한 요소들을 정밀하게 관찰하여 특징적인 부분을 정확하게 포착하고, 그것을 개념화한 다음에 키워드로 삼아 장면을 그렸다. 


<글쓰기>

-월스트리트저널의 ‘디아블로의 날’ 기사를 보면 내러티브 기사는 일종의 사례연구임을 알 수 있다. 개인이나 지역사회의 일화에서 시작하여 큰 어젠다로 연결 짓는 것이 내러티브다. 사례중심 접근은 근거리 촬영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네러티브는 ‘작아짐으로 인해 커지는 것’

-내러티브 기사는 캐릭터를 통해 주제가 불거지도록 만드는 ‘대유’의 구조다. 캐릭터를 잘 찾는 것이 취재의 일차적인 관건이다. 내러티브 기사는 실태의 속을 파헤친다. 기자가 전문성을 주장하려면 끝까지 현장을 붙들어야 한다.

-개인의 사연을 사회적 맥락으로 확대하는 것, 개인을 입구로 삼아 사회적 문제를 대유하는 것이 네러티브의 핵심이다.

-온정적, 시혜적, 신파조 기사 안된다.

-내러티브 기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어부터 문장까지 철저히 담담하게 써야 한다. 울리고 싶은가. 울지마라. 웃기고 싶은가. 웃지마라. 필자가 먼저 감정을 드러내면 안된다.

-사건의 속살과 인물의 내면을 취재해야 한다.

-네러티브의 금언은 말하지 말고 보여주라. 설명하지 말고 묘사하라.

-인터뷰 만능주의 안된다.

-세밀한 묘사, 디테일이 중요하다. 정밀한 기록.

-작위, 즉 누군가 어떤 행위를 하는 것은 관찰할 수 있고 결과물도 나오므로 잘잘못을 가려낼 수 있다. 하지만 부작위 즉 무언가를 하지 않는 것은 눈에 볼 수 있는 것이 없고 결과물이 없으므로 잘잘못을 논하기 쉽지않다.

-벽에 붙은 파리처럼 취재하라.

-취재원의 표정, 태도, 행동 및 공간에서 포인트를 포착하라. 그러려면 기자는 현장에 오래 머물러야 하며 게이 탤리즈의 말처럼 벽에 붙은 파리가 되어 대상을 관찰해야 한다. (직관적 증거) 무엇을 보여주면 독자가 기사 주제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을까? 무엇을 보여주면 독자가 단번에 기사 주제를 간파할 수 있을까? 심증보다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증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도 보는 순간 그 의미를 바로 알 수 있게 해주는 직관적 증거는 더 좋다. 

-발품이 아니라 손품 저널리즘이 대세가 됐다. 

-기자는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며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도 아니다. 내러티브 기사는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므로 자연스럽게 원인이 규명되고 대안도 나올 수 있다. 

-취재기자가 아니라 영화감독이다. 내러티브 기사쓰기는 '마음 속에 극장 만들기'다. 기자는 취재한다는 기분에서 벗어나 등장인물을 캐스팅하고 안무와 무대를 설정하고 카메라 감독까지 겸한다. PD가 되어 다큐멘터리를 찍는다면 어디에 카메라를 갖다 댈 것인가?를 생각하며 취재하고, 또 그런 기분으로 글을 쓰면 자연스럽게 네러티브가 살아날 것이다. 

-기자들이 하는 설문조사는 편의적이고 비과학적이다. 오히려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좌담은 신문 지면 메우기다. 설문조사와 좌담에 투입되는 기자의 시간과 에너지를 현장관찰에 쏟아야 한다. 

-공유와 에버그린 콘텐츠/ 사람들이 SNS를 통해 링크를 걸어주는 뉴스가 어떤 뉴스인지 유심히 살펴보아야 한다. 대개 독자들은 행복, 화, 분노, 역겨움같이 정서적 반응을 촉발하고 몰입과 감동을 유발하는 기사를 공유한다. 좋은 뉴스는 가만히 놔둬도 스스로 퍼지면서 발광한다. 애버그린 콘텐츠가 될 것이다. 


<예시 보도>

-음악 저작권료라는 사안의 '사회적 접촉면'을 생각해보면, 이 사안과 관련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일반시민이다. 최다수르르 차지하는 관계자기도 하다. 말하자면, 음악 저작권료 인상은 결코 음악저작권협회, 음반 제작사, 음반 및 음원 유통회사, 작곡가, 가수, 시민단체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다. 


<비판>

-체험 취재는 사회적 문제의식이 강하게 배어있고, 공익성이 강한 주제일 때 제한적으로 허용되어야 한다. (최은희 기자, 행랑어멈 변장. '변장 탐방' 기사)


<문학과 경계>

-원래 영미 언론과 영미 문학의 경계는 희미했다. 19세기 영미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찰스 디킨스마크 트웨인은 기자였다. 그들의 소설은 당대의 가난하고 소외받은 이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후에도 잭 런던, 조지 오웰, 등으로 그 전통이 이어졌고, 그를 숭앙한 후대의 기자들이 어니스트 헤밍웨이존 스타인벡이다. 그들은 르포르타주 기사의 작법을 가미한 사실주의 소설을 집필했다. 트루먼 가포터, 톰슨도.


<인터뷰>

-인터뷰 기사라는 장르는 국내신문의 산물이다. 서구의 신문과 교과서엔 그런 용어가 없다. 서구 신문은 단번의 인터뷰로 문답식으로 인물 기사를 작성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서구의 인물 기사는 프로파일로 불린다. 


ex)한겨레21, 고스트스토리, 이문영 기자

중앙일보, 초미니 시골학교의 야무진 뒤집기

캘리포니아의 모래 지대.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 로스엔젤레스 타임즈

중앙일보, 루게릭 눈으로 쓰다

동아일보, 2013년 두만강변의 배신

김영희 대기자, 아널드 토인비 인터뷰

김수혜 조선일보 기자, 김수현 프로파일 기사. 

2014년 한국일보 가만한 당신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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