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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Sep 30. 2023

(독서)언론 자유의 역설과 저널리즘의 딜레마

한국언론정보학회

언론이 말씀 언(言)에 의견을 논한 논(論). 둘다 모두 말/언어와 관련된 행위라는 것. 이 뜻을 곱씹고 숙고하게 하는 책.


언론과 민주주의의 연계의 원론적 서술이 많아서 원론을 잊고 사는 기자, 책무성을 까마득하게 잃고 사는 샐러리맨화된 (나같은) 기자가 읽으면 좋다.


총 5장의 구성인데, 이정훈 교수가 쓴 1장의 논지가 가장 새롭고 신선했으며, 정연하고 신박했다. 그 외엔 잘 모르겠다. 특히 머리말/맺음말/3장을 쓴 정준희 교수의 글은 정파성이 꽤 강하다. 논증을 치밀하게 촘촘하게 근거를 대 주장하기보단 비유나 대유법이 많고 현 정부/집권여당에 대한 강한 반감, 그에 대한 비판의 온도가 뜨겁다. 


아래는 거친 요약.


1장 언론자유의 사상적 원천으로 미국 수정헌법 제1조<1791년 12월 15일 비준>를 언급하는데, 이 문항에 ‘표현 또는 언론의 자유’(freedom of speech, or of the press)라고 명시돼 있어,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중복적으로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한다. 이건 언론 예외주의면서 헌법적 중복, 일반화자/언론화자의 구별을 뜻한다.


왜 굳이 표현/언론의 자유가 반복적으로 기술돼있나. 그건 언론화자에게 그만한 지위와 역할을 부여한 것인데, 미국 건국을 주도한 엘리트들에겐 유럽의 절대왕정을 극복하려는 사고실험이 가득했고, 유일하게 국가철학 선결정, 후건립으로 세워진 국가로서 ‘권력분립, 권력견제’의 4부 역할을 너무나 중요했다. 건국 주역인 토머스 제퍼슨이 ‘정부 없는 신문보다 신문 없는 정부가 있다면 후자가 낫다(견제 받지 않는 폭군보다 폭군없는 난장판이 낫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


언론화자는 우연한 공적해설가와 달리, 공적 이슈에 대해 비교적 정확한 정보를 때맞춰 공중에 전달하는 일/정부와 자본 등 권력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을 감시하는 일을 한다. 지식과 전문성이 있으며 취재과정에서 얻은 정보가 축적돼있다. 전문직에 준하는 직무기준과 윤리의식, 권력의 비리와 부정을 재정과 시간을 투자하여 탐사보도를 수행할 수 있는 조직력도 있다.


언론화자가 누리는 자유 중 대표적인 건 ‘출입처에서 접근권’이다. 기자는 출입처에 상주하며 일반 시민에게 허용하지 않는 공간과 정보에 들어갈 수 있다. 주권을 위임받은 공직자에게 공적 임무 수행을 위한 특권이 부여되듯이, 언론도 시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킨다는 근거로서 특권적 접근권이 허용된다.


여기엔 당연히 사회적 책무가 뒤따른다. 정보제공과 권력감시의 책무를 이행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언론 자유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권력 견제를 위한 민주주의 실현의 수단으로 이해될 수 있다. 기자는 취재해야 하는 대상기관에 포획되면 안된다. 호의에 종속되서도 안된다. 이게 바로 특권에 비례하는 책무다. 그래야 시민을 대리할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언론사가 사적 소유의 영리기업으로 존재하며, 사유재산으로서 이윤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언론사주의 수익추구 행위라는 ‘외적’ 자유는 종종 언론인의 내적 자유로서의 양심/직업적 자유를 해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특권은 누리지만 최소한의 책임만 지려고 하거나, 공론형성보다 자신들의 생존에 초점을 맞춰 언론이 마땅히 해야하는 의무를 방기할 수 있게 된다.


주지할 점은 이 '책무성'을 방기한 언론은 제도로서 기능하지 못하고 존재이유를 아예 상실하게 된다는 점. 자신의 책무성과 직업윤리를 지키지 못한 언론이 주 기능인 '타자'를 비판하고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을 할 '영'이 설 수 없으므로.

   

***루만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이든 사실상 그건 대중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이다. 다른 한편 우리는 이들이 그리 신뢰할 만한 정보의 원천이 아니라는 것 또한 안다’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대중매체’는 플랫폼 자본주의에 포획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봄.


*과실상규: 잘못이 발생하면 서로 세워둔 원칙에 따라 규율한다. 

*편승효과: 여럿이 크게 한 목소리를 내면 자신도 모르게 그에 동참하게 되는 현상

*침묵의 나선: 자신과 다른 목소리가 압도적이라 느끼면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그 목소리가 점점 더 지배력을 획득하게 되는 현상

*알권리,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자 정보유통 과정에 참여할 권리라고 정의할 수 있다. 

*모종, 더 중요한 것은 사실에 대해 정확하고 깊이 있게 취재하여 보도하지 않으면서 부족한 근거로 강도 높게 비판만 하는 것은 권력 감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신공화주의자 필립 페팃에 따르면 자유는 간섭의 부재가 아니라 누군가의 의지에 종속된 상태, 즉 지배 혹은 예속의 반대말이다. 

*의제적 선점은 실효적 점유로 바뀌고 말았다. 

*억강부약 = 강자를 억제하고 약자를 북돋운다. / 강약약강 = 그 반대, 강자에겐 굴복하고 약자에겐 군림한다. 

*우리나라 탐사보도 기자는 전문성이 부족하다. 은폐된 진실을 폭로하는 탐사보도는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우리나라 탐사보도 기사의 경우 전체적으로 관계자 ‘증언’ 비중이 높았다. 반면 미국 탐사보도 기사에는 ‘증언’에만 의존하는 기사가 하나도 없었고, 전반적으로 공문서나 사문서, 증언 등 다수의 물증이 조합된 기사의 비중이 높았다. 미국 언론이 우리나라 언론보다 훨씬 다양한 경로와 비인격적 취재원을 통해 확보한 물증을 기초로 보도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시민의 알권리에 기여한 기념비적 보도가 출입처에서 나온 적이 별로 없다. 96쪽.

*발행인의 의견과 주장을 담은 신문으로 시장에서 경쟁, 사회적 영향력과 상업적 이익을 얻는 것이 신문의 자유의 본질인 것이다. 따라서 사기업인 신문에서 기자들의 언론자유는 발행인의 권리와 신문의 노선, 방침에 의해 제약된다. <2013년 7월 한국일보 주필 칼럼>

*뉴스에 대한 정확하고 포괄적인 설명, 논평의 교환을 위한 광장, 지받ㄴ의 의견과 태도를 다른 집단에 제기하는 수단, 사회의 목표와 가치를제시하고 명료화시키는 방법, 사회의 모든 구성원에게 도달하는 길을 제공. 102쪽. 

*지배관계를 드러내고 논쟁과 결합을 주도할 수 없는 언론이라면 언론자유는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178쪽.      

#언론자유의역설과저널리즘의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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