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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은 콩밭에 Sep 24. 2023

인스타 중독 탈출기. 폐해1. 집중 예열 시간 장기화.

인스타그램의 폐해로 느끼는 것들이 많지만, 가장 큰 건 무언가를 집중할 때 들어가는 예열의  시간, 군불때기의 시간이 눈에 띄게 길어졌다는 점이다. (지금도 그렇다. 업무에 집중하기 전에 이런 글을 한번 쓰고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어떤 땐 그 예열 자체가 실패하기도 한다. 불이 아예 켜지지 않는 것이다. 집중력 발화에 쓰일 재료들이 모두 플랫폼의 세계 속에 가루로 잘개잘개 부숴져 흩어져버린 느낌. 그래서 불을 지필수가 없다.       

업무나 독서든, 집필이든 저술이든 굉장한 에너지의 끈기와 집중력이 필요하다. 어느 곳에 초점을 두고 초고도 밀도로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 집중 포인트를 유지하려면 그 지점과 무관한 정보는 흘려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건조하고 까다로운 일들을 맷집을 갖고 처리할 근력과 강함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다른 것에 주의를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그런데 SNS플랫폼이 유저의 ‘재사용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쓰는 여러 책략들(각종 알리기능, 관계망, 이미지 위주의 사진들)은 이 에너지를 쉽게 고갈시킨다.       


요컨대 여기 주의 연료를 캘 수 있는 집중력의 광산이 있다. 광맥이 터지는 지점에 ‘집중력의 요정’이 있다고 치자. 그를 만나기 위해선 좁은 갱도를 뚫고 유황가스 냄새를 참아가며 어기적어기적 몇시간을 기어들어가야 한다. 그 들어가는 시간이 ‘예열’의 시간이라고 치자. 여기까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가다가 아차 하고 폰 한번 만지면, 톡 메신저 한번 켜면 그 지점에서 알수 없는 폭탄이 꽝 하고 터져버린다. 산만한 세계로 되돌아간다.

        

이건 아마도 주중 업무시간 대부분을 ‘알림’이 쏟아져 나오는 플랫폼의 장안으로 들어가면서 생긴 ‘주의 분산’의 환경이 뇌 전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 같다. 인스타그램, 카카오톡, 문자/텔레그램 메시지, 메일, 전화 혹은 유튜브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 홍수처럼 쏟아져오는 정보들 말이다. 이 알림들 중엔 유용도가 높은 정보가 별로 없다. 그런데도 ‘알람’이 울리면 반갑다(?). 메시지 숫자가 1도 없는 플랫폼을 보면 고독하고 서운한 느낌이 반대로 들 듯이.      


요즘은 기사를 마감할 때도 집중력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부장이 톡 메신저를 보냈을 것 같고, 더 급한 속보 문자가 와 있을 것 같고 뭐 그런 느낌. 초연결 탓에 뭔가 ‘항상적 대기 상태’에 빠져서 정작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과업을 해낼 에너지를 잃어버린 느낌이랄까. 그래서 고안해낸 건 ‘절연’ ‘단절’밖에 없다. 어플도 지우고 폰도 끄고 있는 것이다. 폰을 꺼서 냉장고 위에 올려두거나 스마트워치의 타이머 기능을 쓰기도 한다.      


집중력 예열시간을 돌려놓기 위해 취한 방법들에 대해선 다음화에 써봐야지. 그 전에 ‘도둑맞은 집중력’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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