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물고기녀 Dec 30. 2022

으른이의 2022

직장인 4년차, 슬럼프인지 몰랐던 한 해 회고 

me에서 we로

로버트 월터스에 입사할 당시 나는 물만난 고기처럼 직무에 심취해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 있구나. 하루 하루 승리의 맛에 자극 받고, 경주마처럼 2년을 달려왔다. 매순간 나의 머리를 채운 것은 나의 후보자들, 나의 딜들, 나의 성과 였다. 당연하게도 내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나의 초기 회사 생활을 되돌아 보았을 때, 경주 달리느라 옆사람에게 의도치 않게 흙 뿌린 여러 사건들이 있다. 이불킥이다. 뭐 잘 못 한 것이 많으니 앞으로 착하게 살아야 한다.  


올해는 그런 나의 자기 중심적인 세상을 안에서 밖으로 뒤집었다. 매순간 팀원들이 걱정 되었다. 2021년 처음 매니저가 되었을 때 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때는 영업 조직에서 피플 매니징 업무를 맡는 것이 손해 보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인풋대비 아웃풋이 희박해 보였다. 내가 아무리 시간과 감정을 소모하며 트레이닝 하여도 내가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한 업무처리라고… 자신있게 믿었다. 올해는 사실 그것이 아니라 내가 트레이닝을 너무 못 해서.. 아웃풋이 적었음을 깨달았다. 사람 마다 그의 스타일과 성격에 맞춘 트레이닝을 하려고 노력했다. 여기서 얻은 가장 큰 레슨은 "less is more." 팀원의 흔들리는 동공을 알아 챈 순간, 김써니 그만 말하자. 하나만 배웠다는 것은 이미 기대 이상이다. 하나를 배우면 둘을 알아오지 않음에 빡치지 말자. 내일 둘을 보여주자. 이런 시도를 반복하니 왜 매니징이 보람 찬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엔 복덩이 우리 팀원들의 덕이 크다. 팀원이 고질적으로 어려워 하던 이슈가 어느 한순간 탁! 해결되어 자신감 있게 right next step을 걸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비교하기 힘든 행복이다. 세상이 나에서 우리로 확장 되었다. 뜻깊다.


번아웃과 무뎌짐

올해를 되돌아 봤을때… 기억이 잘 안났다. 사진첩을 보아야 '아 여름에 베트남 여행 갔었지,’ ‘아 그때 매니저들끼리 글램핑 갔었지’ 기억이 떠올랐다. 왜 올해는 기억에 남는 것이 없을까 고민이 됬다. 매년 회고를 할때 쯤이면 한해의 키워드가 망설임 없이 떠올랐는데 말이다. 특별한 것이 없었던 한 해 였나? 그렇지는 않다. 돌아보면 중요한 milestone이 많았다. 다만 나는 올해 지속적으로 번아웃 현상을 격었다. 완벽하고 싶은 욕심 덕에 그렇지 않은척 하였지만, 올해는 꽤 무기력했고 지루했고 일하기 싫었다. 많은 일이 오토 파일럿으로 돌아가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괜찮다. 그럴 수 있다. 올해는 이제 가니 내년이 기대가 된다. 이 말을 연말 management workshop때 나누니 모든 동료들이 놀라 더라. 그 만큼 사람 속은 모른다. 주변 사람도 나 만큼 힘들다는 증거이니 따뜻하게 대해야 한다. 


self care = self love

모두가 자기관리의 중요성을 입아프게 강조할때 나는 속으로 의심을 하던 사람 이었다. 의심이라기 보단 자기관리 뭐 별거 있나 뭐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책이며 ted 강의며 계속 퍼부어대지? 생각했다. 

올해 나는 자기관리 예찬론가가 되었다. 시시껄렁하게 취급하던 나와의 관계가 이제는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되었다. 자기관리는 살림과 같아서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조금씩 정리하고 닦고, 고장난 부분이 있으면 바로 바로 교체하며 부지런 해야 한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 '꿀주부'나 '하미마미'의 주부마스터님들 처럼 매일 하는 빨래 설거지를 마치 예술처럼 해내는 것은 정말 어렵더라. 하지만 나는 그들처럼 매일 아침 밤, 나를 케어하는 시간에 의도를 가지고 부지런 했다. 번아웃이 와도 2000년대 초 브리트니 스피어스처럼 삭발하고 폭주 운전을 하는 이상 행동에 빠지지 않은 것은 매일 갈고 닦은 나의 루틴 때문인 것 같다.


내가 틀렸음을 인정하다

피플 매니징은 끈임 없이 내가 틀렸음을 알려준다. 올해 내가 인정한 나의 허점들, 자랑 스럽다!!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냄비 입니다. 

감정의 끓는점이 너무 낮다. 너무 쉽게 너무 빨리 끓어올라 뚜껑이 열린다, 그리고 그 모습이 영락없이 모두에게 들어난다. 내 뚜껑이 열리는 순간들을 한 차례 깊게 들여다 보면 상황을 통제하지 못 했을때가 대부분이다. 내가 생각한데로 안 될때 뚜껑이 열린다. 하지만 내가 통제 할 수 있는것은 극히 드물다. 그것을 받아드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세상의 반은 내향적이다.

Extremely extroverted한 나는 자주 introvert의 입장을 고려치 못 한다. 내향적인 사람은 질문을 듣고 바로 답하길 어려워 하며, 그룹에 있을때 먼저 손 들지 않는다. 그룹의 의견에 반론을 제안하는 것 또한 내향인에게는 더 어려울 수 있다. 어찌 나는 한 평생 세상에 내향인이 없는 것처럼 살았을까… 우리 팀의 아름다운 내향인들은 내 덕에 당황을 상시 하셨겠지만, 나는 그들 덕에 세상의 반을 보게 되었다. 올 해는 반쪽 세상이 하나가 되었다. 


존재의 무거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반대로, 올해 나는 나의 존재의 무거움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업계의 일원으로써, 조직의 매니저로써 임팩 없이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없다. 그리고 내가 내뱉은 말은 나의 의도와 무관하게 해석 된다. 후우... 이것을 깨닫는 것은 정말 무섭다. 체급이 올라간 것 같다. 


Player coach

아무리 매니징이 어려웠어도 헤드헌터 김선우의 본질을 잃어서는 안된다. 백날 말해 봐도, 한 번 보여주는 것이 직방이다. 올해는 전반적인 나의 성과는 일단 포기하고, 일주일에 한두번씩 서너시간 나의 실무의 집중할 시간을 블락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그 순간들이 행복했다. 자고로 salesman은 정기적으로 입을 좀 털어야… 하하 산다. 올해 나를 통하여 이직하신 후보자 16명 지난해 23명에 비하면 적은 숫자지만, 올해 내가 실무에 쓸 수 있던 시간의 비율로 본다면 만족 스럽다. 매출은 놀랍게도, 입사 후 연간 평균 매출을 맞췄다. 내 billing은 의도적으로 포기한 해 치고는 잘 한 것 같다! 


그런덕에 올해 placement list는 정말… 오합지졸이다. 너무나 연관성이 없어서 웃음이 나지만, “그걸 한다고?”라는 의심에 “응 했어” 라고 보여 준 것 같아 뿌듯하다. 내년에도 아마 오합지졸 일테지만 괜찮다, 이렇게 일하는 것도 재미 있다. 


천번의 스윙아웃

주변에서 체육인이라고 칭할 정도로 올해는 일하지 않는 시간을 운동에 썻다. 그 중 딥다이브한 것은 스윙댄스. 이렇게 열심히 춘적은 없었다. 모든것이 그렇듯, 스윙도 알면 알수록 내가 모르고 못 하는 것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나는 올해 자신있게 추던 나의 춤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연습 했다. 대회도 몇번 나가보고 한국에는 나보다 훨씬 오래, 많이 연습해 온 댄서들이 많음에 감탄 했다. 대회 성과가 좋지 않아 실망 했던 순간도 있지만, 다행이 즐거움을 위하여 춤을 추는 본질로 돌아와 요즘은 또 즐겁게 춤을 추고 있다. 올해 활동했던 연습팀에서 가장 잘 추는 댄서가 아닌, 실력이 많이 향상된 댄서가 되어 기쁘다.

작가의 이전글 들춰보기 싫어서 더욱 들춰봐야 하는 나의 2021 회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