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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Jul 30. 2024

내 딸은 곧 대배우

혼자 먹는 떡볶이

“오늘은 떡볶이 해주세요”

“무슨 네 살짜리가 떡볶이를 먹어?”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가 좋아서요”

“아쿠 예뻐라. 알았어. 해 줄게”


지금 19살 고3인 딸은 말을 일찍 배웠다.

두 돌이 지나 얼마 안 가 더운 여름 부채를 부쳐주면서

“이건 부채야. 부채라고 해.. 부채.. 해봐”

“부….”

“옳지 옳지. 부. 채”


첫째  때는 말을 가르치기보다 온종일 같이 있기만 했더니 아이가 말이 느렸다.

그래서 둘째 때는 수시로 말을 걸어주고 이야기했다.

그랬더니 두 돌 지난 둘째가 부채..라고 말을 따라 했다.


“부.. 채”

”옳지 옳지 “

잘한다. 잘해.. 신이 나서 덩실덩실 아이를 안아주고 또 안아주던 그날 이후 아이는 온갖 말을 다 따라 했다.

네 살 되던 해 어느 날 아이가 나에게 떡볶이를 해달라고 했다.

“오늘은 떡볶이 해주세요”

“무슨 네 살짜리가 떡볶이를 먹어”

며칠 전 떡볶이를 만들어 물에 씻어줬더니 그 뒤로 떡볶이 타령이다.

“엄마가 해주는 떡볶이가 좋아서요”

말도 참 예쁘게 한다.

“아쿠. 예뻐라. 알았어. 해 줄게 “


그 뒤로 둘째 딸은 떡볶이를 노래를 불렀다.

나는 자주 내가 만든 고추장을 풀어 설탕 대신 올리고당을 넣고 떡볶이를 만들어줬다.


그렇게 떡볶이를 좋아하던 아이였는데..

중학생 때부터 그렇게 연기학원을 노래를 부르더니

고등학교 되어서는 울기까지 한다.

드라마를 같이 보고 있다가 드라마가 끝이 나면 방금 본 드라마의 대사를 줄줄 말하던 아이다.

대사도 잘 외우고 표현력이 좋더니..

결국 나는 영어 수학학원 모두를 끊어버리고 연기학원으로 보냈다.


연기학원을 가고 나서는 다이어트를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곧잘 빼더니 스트레스를 받으면 먹고 빼고를 반복한다.

살이 찌면 쪘다고 짜증을 낸다.

못 먹고 뺄 때면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이리저리 푼다.


그러다 얼마 전 연기대회를 나갔다.

1000명이 넘는 친구들이 모였고 거기서 단 200명만 뽑히는 1차 시험에 엄마, 아빠, 동생까지 따라가서 응원했다.

비록 차에서만 대기했지만.

일주일 뒤 딸아이는 200명 안에 들어 합격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2차 시험이 있다.

2차 시험을 앞두고 더 혹독한 다이어트에 들어갔다.

마침 방학이라 첫끼를 학교에서 먹던 것까지 엄마가 신경 써야 한다.

삶은 계란, 파프리카, 바나나, 견과류

각종 다이어트 음식을 냉장고에 준비해 두고 엄마라는 사람은 아이가 일어날 시간에 밖으로 도망간다.

카페로 도서관으로.

딸과 케미가 좋다.

눈만 마주치면 “뭐 먹을래?” “네 좋아요”

딸의 다이어트 실패는 모두 엄마 탓이다.

요리유튜버로 한창 바쁠 땐 딸이 이렇게 말했다.

“맛있는 음식을 예쁘게 해 줄 때마다 엄마가 요리유튜버라 좋아요”

그렇다. 유튜버 촬영이 끝나면 예쁘게 담긴 맛있는 요리는 아이들이 먹었다.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행복해하는 재미로 시작한 요리유튜버는 그렇게 1년쯤 지난 후부터 안 한다.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을수록 요리하기가 싫다.

그냥 밀키트가 좋고, 외식이 좋다.


예전엔 내가 만든 고추장에 설탕대신 올리고당을 넣어 만든 떡볶이도 이젠 떡볶이 소스 하나로 끝내버린다.

그게 더 맛있어.

편하고.

좋아.


내 머릿속엔 온통 그 소스를 사용할 구실을 떠올리고 합리화시킨다.


오늘도 방학이라 늦잠 자고 일어난 딸이 방문을 열고 나오기 직전에 시원한 카페로 달려갔다.

하마터면 “비빔면 먹을래?”할뻔했다. 

아.. 눈만 마주쳤더라면 국수를 맛있게 비벼버릴 뻔했다.

우리 딸이 비빔면 정말 좋아하는데. 이번주가 2차 연기대회다. 조심하자. 입조심. 요리조심.


배고픈 딸은 현재 아주 예민하다. 

든 말이 화살촉같이 뾰족해져서 나는 딸과 당분간 대화금지라는 목표를 나 혼자 세웠다.

상처받기 싫다. 나도 갱년기니깐.

이해심도 없다.

학원까지 차에 태워 데려다주면서 말하고 싶은 여러 말을 꾹 참았다.

방학이라 누구도 못 만나고 집에만 있어서 입에 거미줄이 생길 지경이다.

그래도 참아야 내가 상처받지 않는다.


그렇게 학원을 보내고 텅 빈 집에 혼자 소파에 앉아있다가.

나 혼자 떡볶이를 만들어 먹었다.

외로운 만 달콤하게.

쓸쓸한 만 매콤하게.

떡볶이 만드는 법

떡볶이 1인분 (쌀떡 혹은 밀떡)
어묵 2장
고추장 1스푼
올리고당 1스푼
참치액 1스푼
삶은 계란 1개

떡볶이를 넣고 물은 종이컵 2컵
양념을 넣고 끓이다가
중간에 어묵과 삶은 계란을 넣는다.

양념이 졸아지도록 끓이다가 맨 마지막에 대파를 꼭 넣어준다.





혼자 먹는 떡볶이는 맛이 있을까?


아이들과 떡하나 어묵하나 콕콕 골라가며 맛있다 맛있다 이야기하며 먹을 때가 제일 맛있었다.


딸아이가 연기대회 2차 합격하면 맛있게 먹은 음식과 함께 여기저기 자랑을 꼭 하고 싶다.


내 딸 파이팅! 너의 대배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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