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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우wow Sep 15. 2024

식탁 반품해 달라고요!

식탁 바꾸기 대환장파티

드디어 중2 아들이 수학학원에서 잘렸다.


공식시험을 그렇게나 잘하던 아이가 이번 공식시험은 외우지도 않고 핑계만 대더니 결국은 본인 스스로 학원 원장선생님께


“저 관둘래요”


라고 말하고 집으로 와버렸던 것이다.


사춘기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중2아들은 그렇게 2년 잘 다니던 학원을 그만뒀다.

“너 이제 학원도 안 다니는데 수학 어떡할 거야?”

“두고 봐요 이번 중간고사 100점 받아오는 거 보여줄게요.”

큰소리는 기가 막히게 잘 친다. 왜냐하면 순간 진짜인가? 하고 믿었으니깐.


그렇게 월, 수, 금은 학원 없는 백수아들로 학원 갈 시간에 엄마 옆에 붙어서 “먹을 거 주세요 먹을 거”

종일 먹을 거 타령을 불러대며 나를 귀찮게 했다.


“엄마, 학원 안 다니니깐 그 돈으로 나 자전거 사주세요.”

비싼 픽시자전거 사준지가 언젠데 징글징글 이상한 소리를 또 해댄다.

“매번 대출받아서 학원 보내준 거야, 몰랐어?”

“그럼 이번 학원비 환불받은 거는요.”

“응. 그건 식탁 샀어.”

그렇다 식탁을 하나 바꿀 때가 됐었다. 이사 오고 나서 5년간 식탁색이 바닥재와 다른 가구와 어울리지 않아 매번 바꾸고 싶었다.

카키색 우드재질로 9년 전에 샀다.

9년 전에 샀던 이유도 대단하다.

그땐 이사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바쁜 남편을 대신해 아침만 되면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도보 20분 거리를 이동해 부동산에서 보여주는 집을 보고 또 봤다.

이상하게도 마음에 드는 집은 없고, 남편은 인천 송도신도시를 고집했다.

돈도 모자라고 마음에 드는 집도 없고, 매번 발품 파는 건 나였다.

그날도 부동산에서 보여주는 집을 여러 군데 돌아보고 집으로 돌아가 남편에게 하소연하며 엉엉 울었다.

“집 보러 다니는 거 힘들어. 이사 안 갈래. 대신 당신 차 바꿔줄 테니 이사 가지 말자.”

우리는 그렇게 남편 차도 사고 우리 집 식탁도 바꿔가며 이사를 포기했다.


그러고 3개월 뒤 우리는 황당하게도 이사를 했다.

딸아이가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었는데 친구와 잘 못 지내는 것에 고민을 하다 새로운 환경을 바꿔주자는 목적으로 냅다 이사를 해버렸다.

우리는 그렇게 차도 새로 사고 식탁도 바꿨는데 이사도 했다.


그렇게 잘 사용한 9년 된 식탁을 과감하게 빼기 어플을 깔고 6,300원짜리 딱지를 구입해 붙여 아파트 1층에 내려놨다. 의자는 한 개에 3,500원이었다.


내일 당장 식탁이 온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엔 우드재질이 아닌 세라믹 식탁을 샀다.

길이도 1800 사이즈나 되는 엄청 큰 6인용 식탁을 골랐다.

식탁하나에 집안을 더 정돈하고 자리를 마련했다.

주말인데도 식탁 배송하시는 분들은 시간에 맞춰 도착해 설치를 해주셨다.

화이트톤의 세라믹 상판에 다리는 검은색을 띠고 의자는 총 6개인데 모두 화이트로 골랐다.

완전 집이 하얗게 변하겠지. 너무 들뜨고 신이 난다. 왜냐면 소파도 같은 색이기 때문에 뭔가 짝이 맞는 느낌이라 더 좋았다.

그렇게 설치는 끝이 나고 기사님은 사인을 해달라고 했을 때 남편이 사인을 하고 난 설치된 식탁과 의자를 봤다.

“어? 이상한데? 이거 같은 색상 의자를 골라서 샀는데 색이 교묘하게 다르네요?”

“이거 원래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무슨 말이 그래요? 같은 색이면 같아야지 달라도 너무 이상하게 다르잖아요. 우선 설치기사님이시니 가세요. 고객센터랑 통화할게요.”

그렇게 기사님은 내 말이 맞다는 듯 대답하시고 가셨다.

“어쩌지? 그냥 써야 하나?”

남편과 난 색이 다른 의자 앞에 우두커니 서서 고민을 했다.

“난 아무래도 상관없는데 와우 넌 이거 보면서 계속 스트레스받을 것 같아.”

“그렇지. 나 뭐에 꽂히면 계속 말하고 또 말하겠지?”


고객센터에 문의를 넣었다.

[의자색이 달라요. 교환가능한가요?]

[반품만 가능합니다. 반품 접수해 드릴까요?]

[의자만 바꿔주시면 되는데 식탁까지 가져가시나요?]

[네, 교환은 안되고 반품만 됩니다.]

[그렇다면 접수해 주세요]

[그럼 내일 오후 5시까지 언제 가져갈지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때만 해도 무언가 진행이 잘 되는 듯했다.

나는 그렇게 전체 모두 가져가는 걸로 접수를 했다. 그게 일요일이었다.

일주일뒤면 바로 추석인데 언제 가려나?

"아무도 식탁의자에 앉거나 식탁에서 뭐 먹지 마, 여기에 뭐 묻으면 반품하기 힘드니깐."

나는 가족들에게 당부했다.

우리는 식탁이 있지만 없는 것과 같이 생활해야 했다.


월요일이 오후 5시가 되었다.

연락이 없다. 나는 30분 더 기다렸다가 다시 문의를 했다.

[이거 가져가신다더니 연락이 없으시네요?]

[내일 오후 5시 이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으잉? 또 내일?

그렇게 화요일 오후 5시가 되었다.

나는 앵무새같이 또 똑같은 말로 문의를 넣었다.

[이거 가져가신다더니 연락이 없으시네요? 토요일부터 추석인데 그전에 가져가시는 거 맞나요?]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내일 오후 1시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앵무새는 내가 아니라 여기 고객센터였던 것이다.

참을 수가 없다. 이젠 도저히 못 참겠다.

이러다가는 추석에 우리는 식탁이 있어도 없는 사람들처럼 추석만찬을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먹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을 상상했다.


수요일이 되었다.

오후 1시도 왔다.

역시 고객센터는 연락이 없다.

이거 나 반품 안 되는 건가 보다. 갑자기 체념하게 되면서 식탁을 쓰윽 바라봤다.

‘그냥 써야 하나. 내가 너무 예민 떨었나.’

하지만 아무리 의자를 살펴보면 색이 다른 의자가 오래된 재질의 천으로 만든 걸로 느껴져 화가 난다.

‘도저히 못쓰겠네’

다시 문의를 하는 집요함을 보인다.


[이거 가져가신다고 연락 준다더니 연락이 없으시네요]

[불편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지금 접수해 드리겠습니다. 색이 다른 부분을 사진으로 보내주세요]

나는 보내라고 하는 링크를 받아 색이 다른 의자 사진을 보냈다. 아니라고 할까 봐 각도가 다른 사진 3장을 보냈다.

[그럼 또 언제 연락 주시나요]

[오후 5시까지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저 오후 5시 소리 지긋지긋하다.

난 5시까지 기다렸다. 식탁 업체에게 의자사진을 보내고 그에 대한 답변을 준다는 것이다.

오후 5시가 되었다.

[오후 5시인데 왜 연락을 안 주시나요]

고객센터에선 내가 연락할 때마다 다른 직원이 연락을 받지만 만약에 같은 직원이었더라면

‘아, 얘 또 전화했네.’ 했을 거다.

하지만 그에 대한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다.

[식탁업체가 4시에 상담완료하여 내일 다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뭐래~ 완전 황당. 나를 시험하나. 난 더 이상 못 참아.

[좀 가져가라고요. 내가 매일 서서 밥을 먹는 단말이에요!]

나의 절규 아닌 절규에 목요일이 되자 식탁을 분리해서 의자와 함께 가져가셨다.

휴…

며칠 동안 거실테이블에 밥을 차리고 식구들 밥때마다 식기들을 날랐다.

나는 대충 아일랜드식탁에 서서 밥을 먹었더니 소화가 안된다.

식탁과 의자의 소중함을 이제야 알았다고 해야 하나?


먼저 사용하던 식탁과 의자를 갖다 버리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새로운 식탁이 온다는 부푼 마음에 당연히 자리를 마련하고자 오래된 물건을 먼저 버리는 게 순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식탁자리는 텅텅 빈자리로 하루를 보냈다.

나는 다시 식탁을 골랐다. 이번엔 의자는 따로 골랐다.

또 색이 달라 반품 가야 하는 일이 생길까 겁을 먹고 로켓배송이라는 곳에서 물건을 골랐다.

여기에선 물건이 마음에 안 들면 쉽게 반품이 되니깐 걱정이 없다.

그래서 추석을 코앞에 둔 금요일에 우리 집 주방 식탁자리에 무사히 자리 잡은 식탁은 이러했다.

세라믹 6인용 식탁은 동일하고, 의자는 플라스틱으로 골랐다.

알록달록 색을 고르고 싶었지만 두 개씩 사야 하는 의자의 옵션이라 어쩔 수 없이 흰색 두 개와 핑크색 두 개를 샀다.

노란색도 사고 싶고 민트색도 사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유치원책상 같아질까 봐 참았다.


우리는 그렇게 추석을 맞이했다.


이 엄마의 고단함을 아는지 아이들은 새로 산 식탁과 의자에 앉아 만족해했다.

“엄마, 식탁이 하얗고 예뻐서 음식도 맛있어 보여요”

“맛있게 먹어”


식탁 하나 사겠다고 했다가 며칠을 고생했다.

한동안 뭘 사겠다고 들여다보는 건 안 할 것 같다.

그들도 소통의 오류로 나에게 그랬겠지만 오후 5시라는 단어만 들어도 소름이 끼치게 만든 건 어쩔 수 없다.

난 오늘도 하얀 식탁에 금색 식탁보를 깔고 맛있는 갈비를 구워 맛있게 저녁을 먹어본다.


”엄마, 내일 오후 5시까지 학원 상담 오래요 “

“싫어! 다른 시간으로 바꿔! 당분간 내가 오후 5시는 진짜 아무것도 안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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