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시자전거
"여보세요? 경찰서죠. 우리 아들 자전거가 지금 당근마켓에 중고로 올라와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여쭤보려고 전화했습니다."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출동이요? 우리 집으로 온다고요?"
"네."
주말 저녁 아들과 남편, 나는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아들은 조금 전까지 친구와 자전거 대화를 나눈다고 나갔다 와서 본인방으로 들어갔고 남편과 나는 드라마 정주행 중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방문을 열고 튀어나오듯 급하게 나오는 아들이다.
"엄마, 내 픽시 자전거가 당근에 올라와 있어요"
"무슨 소리야 비슷한 거겠지"
사건은 세 달 전. 12월.
아들이 학교에서 하교 후 바람 좀 쐬고 싶다며 나갔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다리는데 오지 않는 아들이 저녁 늦게나 되어서야 집에서 좀 떨어진 아웃렛 근처에 있다며 데리러 오라고 했다.
나는 또 추운 날씨에 왜 나가서 그러느냐 잔소리를 하며 차를 끌고 가 아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날, 아들은 자전거를 끌고 맥도널드로 가서 햄버거를 먹고 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통화를 하며 걸어 아울렛까지 간 것이었다고 한다.
맥도널드 앞에 자전거를 세워둔 걸 까맣게 잊고 추운 겨울이 왔고, 자전거는 잊혀 간 것이다.
마침 잠금장치도 안 한 고가의 픽시 자전거.
그러다 최근 자전거 보관함에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내가 아들에게 물으니 그제야 잃어버렸다고 이실직고를 한 것이다.
그런데 이실직고를 듣고 3일 후, 3개월이 지난 자전거가 중고거래 하는 당근마켓에 올라온 것이다.
그래서 우리 집에 경찰이 왔다. 두 분의 경찰.
우리 집 식탁에 남편, 아들, 경찰 두 분이 앉아 계시고 나는 아일랜드 식탁 뒤에 서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보았다.
"꼭 찾아줄게요. 가져간 사람이 있다면 잡아야지요"
믿음이 가게 말씀해 주시는 경찰분
중학생아들은 "네"라고 대답하며 인사를 했다.
그날 새벽 2시. 경찰분께 전화가 왔다.
"자전거 찾았어요. 얼른 오세요"
우리가 공원에서 자전거를 탈 때 찍었던 자전거 사진을 가져가신 경찰분은 우리 집고유의 스티커가 붙은 것까지 일치한다며 빨리 오라고 하셨다.
남편과 나는 자다가 깨서는 근처 아파트로 달려갔다.
우리 아들 자전거가 맞았다.
너덜너덜 만신창이가 된 자전거.
지문조회를 할 수도 있으니 장갑을 끼고 가져가라 신다.
자전거 상태는 핸들부터 바퀴까지 다 고장 나서 들고 이고 해서 왔다.
그 후 얼마뒤였을까.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가져간 아이가 자전거를 타고, 친구가 당근에 중고로 올리게 된 것이라는 이야기셨다.
가져간 것은 잘못이지만, 중학생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나쁘다 생각은 들지 않았다.
잠금장치를 하지 않은 우리 아이의 잘못도 크기에.
경찰분께서 그 아이의 아버지와 통화하라고 연락처를 전달하셨다.
남편은 회사에서 업무 중이라 내가 대신 연락을 받았다.
정중하게 사과부터 하시는 그분.
생각을 많이 했다.
어떤 사람 일까. 자전거를 찾았으니 된 거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종잡을 수 없는 이기적인 사람이 많으니깐.
하지만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사과를 하신다.
그럼 또 생각을 많이 했던 부분은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하는 지다.
6만 원이라는 수리비를 들여 수리를 해놓고 바로 사라진 자전거다.
픽시는 특이하게도 자주 고장 난다. 그래서 타이어를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그래서 아들이 자주 못 탄다. 고장 난 상태가 자주여서.
기껏 수리해 놨더니 잃어버리고 다시 고장 난 상태로 온 것인데.
이번엔 수리비가 더 나오도록 망가져버렸다.
하지만 난 내가 먼저 냈던 6만 원 만을 제시했다.
이래도 되나.
6만 원마저도 받아도 되는 걸까?
나는 중학생 아들을 키우면서 축구하다 창문 깨져서, 학교 헬스장에서 거울 깨져서, 친구 안경 위에 책가방 올려두다 안경 깨져서.. 등등 등등..
무수하게 물어내다.라는 문장을 써본다.
그럴 때면 몇만 원 단위가 아니라 몇십만 원 단위로 통장에서 빠져나갈 때마다 울었다.
누구의 탓도 아닌 그냥 단지 물어낸 것이 서러웠다.
이 사람도 그렇지 않을까? 그럼 그냥 받지 말까?
너무 많이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죄송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하신다.
“그럼 내가 잃어버리기 직전에 수리한 수리비만 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낼게요.”
나는 타이어 하나만 수리했었지만 이번엔 두 개 다 수리해야 한다.
어쩌겠는가. 나도 손해를 좀 봐야 아들이 잠금장치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될 것 같다.
바로 송금하신 그분.
중학생이든 자식을 키우다 보니 느낀 건.
아이들은 자라면서 울퉁불퉁 자란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모나게 생겨먹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울퉁불퉁 자라다가 매끈하게 성장된다.
그 과정을 못났다 못됐다.라고 표현하면 안 된다.
그래서 그분께 문자를 보냈다.
“좋은 분의 자제이신 듯 하니 건강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놀라셨을 텐데 이번 일이 잘 해결되어 가정에 평화가 찾아오길 바랍니다.”
별 일 아니다.
아이들이 크다 보면 별 일이 다 생긴다.
그냥 잠깐 그런 일이 지나간 거다.
아무 일도 아니다.
난 조용히 자전거를 수리하러 간다.
휠까지 망가졌을까 봐 조마조마하며..
이 봄에 사건이 아닌 에피소드 하나 만들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