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강된장
나는 15년 전부터 된장 고추장을 담가 먹었다
첫 해 된장은 항아리 뚜껑을 잘 못 열어놔서 벌레가 생겼다. 소위말하는 구더기. 어쩐지 파리가 꼬이더라니.
문제집으로 방학 스케줄이 가득 차 있던 초등 딸들에게 벌레 잡아주면 문제집을 빼주겠다고 했다.
나는 벌레를 너무너무 무서워하는 쫄보엄마다.
그 당시 초3, 유치원이었던 딸들은 나무젓가락을 들고 베란다로 가서 쪼그리고 앉아 항아리 안을 들여다보고 벌레를 키득거리며 구경한다.
그게 웃을 일인가. 스톱!
그 해 된장이 벌레가 먹을 만큼 정말 맛있는 된장이었다
아침만 되면 된장 수면 위에 올라온 벌레를 하루하루 일주일을 잡아낸 남편이 모두 해결했다.
딸들 문제집은 빼주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하하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빡빡한 엄마였는지..
그리고 5년 뒤 두 번째 된장을 담갔다.
이번엔 절대 벌레가 생기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로 항아리에 담은 된장 윗부분에 천일염을 그득그득 뿌렸다.
벌레는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된장 윗부분은 서걱서걱 소금으로 모래처럼 거칠고 단단한 누룽지된장같이 됐다.
나는 그걸 긁어냈다. 소쿠리로 한 다발 나왔다.
그리고 백태콩이라는 걸 불린 후 삶았다.
넉넉히 삶았더니 참 많다. 하나 먹어보면 고소한 삶은 콩이다.
이걸 갈아내면 콩국수도 해 먹을 수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콩국수.
남편이 이 삶은 콩을 보기 전에 해치워야 한다.
남편은 콩국수 킬러이기 때문이다.
촉촉한 삶은 콩과 섞고 있는 나의 누룽지된장이다.
정말 딱딱하고 볼품없는 된장 윗부분 사진은 없다는 게 아쉽다.
아무튼 삶은 콩이 으깨지도록 섞어낸다.
굳은 된장 5 : 삶은콩 10
요즘 이걸로 강된장을 끓이는데 이토록 짜지 않게 맛있는 강된장이 있을까.
남편도 아이들도 엄지 척을 해주며 칭찬하는 이 시간이 참으로 행복하다.
단단하고 거친 소금 가득한 된장은 어찌 보면 타협이 잘 안 되는 내 성격 같고.
부드럽게 삶아진 백태콩은 매번 봐주는 남편과 같다.
우리는 매번 싸우면서도 잘 살고 있는 부부다.
싸우면 눈길도 안 주다가 화해는 어느 순간 해냈는지 주말이면 같이 차마 싫어 가고 드라이브 가고 맛있는 밥집을 찾아다니는 잘 섞어진 부드러운 된장 같은 사이다.
오늘도 강된장 맛있게 끓여서 보글보글 소리가 끊이지 않는 편안한 집을 만들 준비를 해야겠다.
우렁 강된장
양파 1개 잘게 썬다
돌솥에 넣고 볶는다
대파를 잘게 썬다
돌솥에 넣고 양파와 볶는다
짜지 않은 된장을 한 국자 넣는다
같이 섞어준다
우렁을 두 국자 넣는다
불을 중불로 바꾸고 섞어준다
마늘과 청양고추 4개를 넣어 섞는다
맨 마지막에 두부를 넣어
뚜껑을 덮고 불을 끈다.
*물을 넣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