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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나의 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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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메이 Apr 19. 2022

승진 시험에 떨어진 날

나는 그대가 아무렇지 않아하며 아쉬워하는 것이 마음 아파요.

남편의 눈을 보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열심히 5급 시험을 준비했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간 선배 동생을 하나 붙여주셨다.  먼저 요구하지 않았는데도 서류 작성하는 법, 시험 치는 법을 과외해 주었다. 서울에 있는 학원을 다니라고 조언해 주었다. 마치 자기 일처럼 길잡이를 해주는 이상한 선배 동생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천사가 아닐까 생각할 만큼 성심껏 도와주었다.


2번째 도전하는 남편은 이번에는 서류전형에 합격했고 면접을 보러 갔다. 면접을 보면서 가안에 생각해 두지 않았던 갈등 상황을 말해버렸다. 면접관들이 거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그것이 독이 될지 득이 될지는 몰랐지만 남편은 최선을 다해 면접을 치렀다.


이번에는 될 것 같았다. 지금에서야 남편의 무의식의 발로인 줄 알지만 그때는 예지몽이 아닐까 싶은 붙는 꿈도 몇 번 꾸었다. 나도 마음이 편하고 남편의 준비가 순조로워 보였다. 남편이 적합한 사람으로 보였다. 3대 1의 경쟁에서 남편이 뽑힐 것 같았다.


몇 달을 우리는 마치 승진 시험에 합격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부산에 발령이 나기를 한 발 앞서 소망했다.


그런데 그 승진 시험에 똑떨어졌다.


"여보, 안되었어요. 떨어졌네요. "


하는 남편의 말을 들으니 갑자기 안쓰러움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남편이 승진을 하든 말든 나는 관심이 없다. 다만 남편이 바라는 것이니 그것이 꼭 이루어지기를, 이렇게 성실하고 착한 남편이 내가 줄 수 없는 어떤 것 하나를 원하니 하나님께서 그것만은 남편에게 툭 던져주셔서 남편의 성실함을, 그의 다정함을, 그의 삶의 수고를 칭찬해 주시기를 바랐다. 

그래서 그의 뿌듯해하는 모습을, 그의 안도하는 모습을, 그의 미소를 보기 바랬다.


그의 아쉬움과 약간의 혼란, 또다시 덤덤함으로 덮인 그의 얼굴이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오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참 안 되었다.



승진 발표가 나는 날 남편은 코로나 부스터 샷을 맞았다. 나 같으면 핑계 삼아 멍 때리고 아쉬움이나 마음껏 표현할 텐데.. 남편은 갑자기 두꺼운 책을 들고 와서 공부를 시작하고 다음 날 재깍 출근했다.


그렇게 일상을 부러 찾아가는 남편의 모습이 믿음직하면서도 배로 안쓰럽다.


꼭 되었으면 했다. 꼭 될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이 마음으로 그 길을 경영할지라도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심을, 아울러 나보다 더 남편을 사랑하시고 아끼는 하나님께서는 우리 남편에게 내가 주고픈 것보다 더 선하고 좋은 것을 주실 것이라 믿고 있다.


그래서 지금은 모르지만 십 년쯤, 이십 년쯤 지난 후에 이 일이 어떻게 전화위복이 되었는지, 또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계기가 되지 않더라도 어떤 기억으로 우리 삶에 새겨져있을지 궁금해서 글을 쓴다.


" 여보,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이 일이 전화위복이 될 거라고 믿어요. 여보~ 아직 실력을 더 쌓고 싶어요. 나중에는 돈 많이 벌어줄게요. 하나님께서 가장 선한 것으로 인도하셨을 거예요.  사실 될 사람이 되었어요. "라고 말하는 남편의 말을 들으며 그의 눈을 보니 나는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허공을 보며 참았다.



그리고 남편은 하루 만에 털어버리고 완벽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런 남편을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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