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WO]
https://www.youtube.com/watch?v=6-zE87YfZ4w
10월이다. 지난달에 고민했던 대로 새로운 것을 많이 찍고자 했다. 카페 공간, 음식 사진을 찍어놓았고, 생각보다 많이 찍어놓은 게 없어서 영상 만들 게 없으면 어떡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맘에 드는 영상이 나왔다! 오프닝과 엔딩에 나오는 지하철은 같은 영상이다. 42초 영상을 잘라서 문이 열리는 구간을 '영상을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싶어 오프닝으로 넣었고, 문이 닫히는 건 '영상이 끝났다'고 상징적인 의미를 넣어보았다. 영상 시작은 우리 구름이! 확대된 아주 바쁜 핑크코를 움직이는 영상을 출발로, 점점 나타나는 강아지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저, 귀여운 거 혼자 보는 사람 아닙니다.
10월은 연휴가 많았다. 10월 3일은 친구랑 본가 근교 근처로 드라이브를 나갔다. 면허 딴지 1년 만에 처음으로 주유를 해보았다. 리터가 올라가는 게 신기해서 찍었다. 휘발유 가득 채우고 친구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그 다음주에도 친구를 만났는데, 안국역 베이커리 카페 '어니언'에 갔다. 이날도 비가 엄청 오는 날이었고, 비가 많이 왔음에도 어니언은 사람으로 붐볐다. 늘 어니언 입구를 들어간 순간, 전체적인 한옥을 찍고 싶게 만든다. 사람도 많고, 비도 오고, 적당히 어두운 게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Have a nice day :) 이 문구도 어니언 입구에 있다. 귀여워서 찍어놓았는데, 영상 편집하다가 영상을 보는 분들께 마지막 인삿말로 좋을 것 같아 마지막에 배치했다. 그리고 어니언에 가면 팡도르 빵을 꼭 먹어야 한다.
그 다음 날,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해는 떠있는데, 비가 오고, 건물에 비 오는 모습이 비친 게 예쁘고 흔치 않아서 나의 시그니처인 점점 확대하며 비 오는 모습을 찍었다. 꼭 눈 내리는 것 같이 나왔다.
출근 시간은 지하철 안에 빽뺵하게 사람이 가득 차 있다. 역에 탈 때, 정차할 때마다 사람들 틈 사이에 출근 하기도 전에 지칠 때쯤 한강이 보인다. 지하터널을 뚫고 지상으로 올라올 때, 미세먼지가 없고 깨끗한 하늘이 보이고 한강이 딱 나올 때 왠지 모르게 위로를 받는다. 가끔은 이 풍경을 보려고 지하철을 탄다. 또 영화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고로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보고 나도 지하철이 서로 겹치는 순간을 기다린다. 주인공들이 소원을 빌어 기적을 바랐던 것처럼 나도 귀한 그 순간을 마주하면 소원을 빈다. 아주 빠르게, 늘 가장 우선순위에 두었던 것으로. 안그럼 소원을 빌지 못한 채 어영부영 찰나를 놓친다. 이날은 운이 좋았다. 하늘도 맑고 두 대의 지하철이 지나갔고 소원도 빌면서 영상으로 담았다. 출근길이라 사람이 너무 많아 가끔 한강을 찍을 때 민망하다. 하지만 그 순간도 역시 지나간다. 바로 다리 아래는 햇빛이 강한 날이면 한강에 윤슬이 많이 있다. 한강이 반짝 반짝 빛나곤 하는데, 저날은 잘 안 담겼다. 윤슬을 찍고자 한강 다리를 찍었는데, 그전에 아래로 살짝 흔들린 한강의 모습과 바로 다리 아래로 뚝 떨어지는 다리의 모습이 잘 연결된 것 같다. 이런 영상의 우연함을 좋아한다.
점점 다리가 확대되고 빠르게 지나가다가 나온 머그컵의 그림자. 순간 멈춘듯한 고요한 느낌이 들어 좋아하는 장면이다. 10월 어느 주말에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일어나면 커튼 사이로 비친 햇빛이 식탁으로 들어온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그림자를 카메라에 담아 꼭 영상으로 남기고 싶었다.
페이드 인이 되면서 다시 지하철. 문만 닫히는 걸 보여주기엔 지루한 것 같아 고민했던 크레딧을 넣었다. 영화를 많이 본 덕분에 어디선가 본 듯하게 그럴싸하게 크레딧을 넣었다. 크레딧과 마지막에 우시환이라고 내 이름이 들어가니 무언가 본격적이며, 책임감을 느꼈다. 이번에도 역시 음악은 넣지 않았다. 아직까지 날 것의 소리가 좋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