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자기 이해에서부터 시작된다

너를 사랑하는 내 모습을 사랑한다

by 우연우

"너 자신을 알라(Gnothi seauton)" - 델포이 신전의 경구

사랑에 대해 말하기 전에, 나는 먼저 불편한 진실을 고백해야 할 것이 있다. 사랑은 이기적이다.

충격적인가? 하지만 사실이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은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

그리고 더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이 이기적인 사랑을 통해서만 우리는 진정한 자기 이해에 도달할 수 있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사랑은 주로 '대상'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의 문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사랑은 능력의 문제이기 이전에, 자기 발견의 문제다.


사랑이라는 거울 - 우리가 보고 싶지 않았던 것들

처음 누군가를 사랑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나는 내가 그렇게 치졸한 사람인 줄 몰랐다. 그가 다른 여자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질투했다. 무슨 이유 때문에 대화를 나눴는지 물었고, 그 얘기를 곱씹었다.

질투만이 아니다. 사랑은 우리 안의 모든 추악함을 끄집어낸다. 소유욕, 집착, 비겁함, 위선.

평소에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랑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진다. 상대방의 관심을 끌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잘 보이기 위해 아닌 척을 하고, 떠날까 봐 두려워 좋은 사람인 척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방정식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추악한 나를 발견하는 것이 진정한 자기 이해의 시작이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나는 영원히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환상 속에 살았을 것이다. 여전히 말이다.

사랑은 그 환상을 산산조각낸다. 그리고 그 잔해 위에서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다.


나르키소스의 진실 - 우리는 무엇을 사랑하는가

그리스 신화의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반해 죽음에 이른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나르키소스다. 우리는 상대방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을 사랑하는 나 자신의 모습에 반한다.

연애 초반의 황홀함을 떠올려보자. 그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 상대방이 완벽해서? 아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랑에 빠진 내가 마음에 들어서다.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나, 정성껏 선물을 준비하는 나,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나. 이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사랑스럽다. 지금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의 나니까. 우리는 사랑이라는 거울에 비친 '사랑하는 나'에게 반한다.

언젠가 어떤 노래 가사에서 들은 적이 있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나는 이것이 사랑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이기적인가? 답은 그렇다. 하지만 이 이기심이 없다면 사랑은 불가능하다.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타인을 사랑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이 이기심을 인정하지 않고, 사랑을 순수한 이타심으로 포장하려 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대체로 이기적인 나를 인정하지 않고 순수한 사랑을 연기하려 한다. 하지만 감히 말하건데, 100% 순수한 사랑은 불가능하다.


상처받은 이기주의자의 고백

칼 융은 "상처받은 치유자(Wounded Healer)"를 말했지만, 나는 "상처받은 이기주의자"를 말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이기적이고, 그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는다. 하지만 바로 그 상처가 우리를 성장시킨다.

한 친구의 이야기다. (실은 친구의 이야기를 빙자한 내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녀는 5년 동안 한 남자를 사랑했다. 아니, 정확히는 그를 사랑하고 책임지는 자신을 사랑했다. 그를 위해 희생하는 자신이 숭고해 보였고, 그를 기다리는 자신이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가장 힘든 건 그를 잃은 게 아니었어. 그를 사랑하던 내가 사라진 거였어. 난 그 '사랑하는 나'에게 중독되어 있었던 거야."

그녀의 고백은 아프지만 정직했다. 우리는 사랑에 중독되는 게 아니라, 사랑하는 자신에게 중독된다. 그래서 이별이 그토록 고통스럽다. 상대를 잃는 것보다, 사랑했던 나를 잃는 것이 더 아프다.

아름답고, 찬란하던 내 모습을 잃은 것이니까.


고독 - 이기적인 자아와의 대면

릴케는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고독을 사랑하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한다. 왜일까? 고독 속에서 우리는 포장되지 않은 날것의 자신과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대개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이기적이고 초라하다.

언젠가, 핸드폰을 충전하지 못한 채 밖을 나선 적이 있다. 어쩔 수 없이, 이를 테면 디지털디톡스였다. 처음엔 평화로웠지만, 곧 불편한 생각들이 떠올랐다. 친구에게 느꼈던 질투, 부모님께 숨겼던 거짓말, 연인에게 보였던 위선.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외면했던 것들이 고독 속에서 하나씩 떠올랐다.

걸으면서도, 지하철을 타면서도, 그 생각이 끊임없이 몰려왔다.

가장 충격적인 건, 내가 생각보다 훨씬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거였다. 나는 늘 타인을 배려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나를 좋게 보이려는 계산이었음을.

이것이 고독의 선물이다. 고독은 우리의 이기심을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것을 받아들일 기회를 준다. 나는 이기적이다. 그리고 괜찮다. 이 인정에서부터 진정한 성장이 시작된다.


사랑의 역설 - 이기심을 통한 이타심

니체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네가 심연을 들여다볼 때,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본다"고 했다. 사랑은 우리를 심연으로 이끈다. 우리 안의 가장 어둡고 이기적인 부분을 드러낸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이기심을 완전히 경험하고 인정한 사람만이 진정한 이타심에 도달할 수 있다. 왜일까? 자신의 이기심을 아는 사람은 타인의 이기심도 이해하기 때문이다. 나의 질투를 인정한 사람은 상대의 질투도 이해한다. 나의 불안을 아는 사람은 상대의 불안도 공감한다.

실제로 가장 좋은 상담사들은 자신의 어둠을 직면해본 사람들이다. 내 불안을 모르는 사람이, 그 상담을 오롯이 이끌어갈 수 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내담자의 이기심이나 추악함을 판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도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불완전한 이기주의자들의 사랑

일본의 긴츠기(金継ぎ) 기법은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메운다. 상처를 숨기지 않고 오히려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킨다. 그 모습이 놀라울 정도다.

우리의 이기심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숨기려 하지 말고,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아름다워진다.

"나는 이기적이에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당신을 사랑하는 내가 좋아요. 당신과 있을 때의 내가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당신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이런 고백이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정직한 사랑의 모습이다. 서로의 이기심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오히려 관계는 더 건강해진다. 왜냐하면 더 이상 숨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자기 이해의 여정

에리히 프롬은 사랑을 동사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에 덧붙이고 싶다. 사랑은 자기를 이해해가는 동사다. 매일 사랑을 통해 나를 발견하고, 때로는 충격받고, 때로는 실망하지만, 결국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여기서 우리는 사랑의 가장 아이러니한 진실과 마주한다. 우리는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

연애 초반의 황홀함을 떠올려보자. 그 행복은 상대방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사랑에 빠진 내가 마음에 들어서다.

반대로 이별 후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잃은 것도 아프지만, 더 아픈 건 사랑했던 나를 잃은 것이다. 누군가를 온 마음으로 아끼던 나,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던 나,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나. 그런 내가 사라진 것이 진짜 상실이다.

이 관점은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오히려 사랑의 본질에 더 가까울지 모른다. 우리가 진정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나 자신뿐이다. 상대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의 방식은 바꿀 수 있다. 그래서 성숙한 사랑은 상대에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나 자신을 이해하고 가꾸는 것에서 시작된다.


델포이 신전의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로 시작한 이 글을 다시 그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처음과 다르다. 이제 우리는 안다. 자기를 안다는 것은 우리의 이기심과 추악함을 포함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일임을.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이기적인 자기 이해의 여정이 진정한 사랑의 가능성을 연다는 것을.


사랑은 이기적이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의 힘이다. 사랑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가장 어두운 부분을 만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결국 성장한다. 그러므로 사랑하라. 이기적으로, 그리고 정직하게. 그것이 자기 이해의 가장 빠른 길이다.


작가의 이전글사무실을 계약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