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생활] 사만다 파워를 만나다

by 함우뚝

얼마 전까지 바이든 정부의 각료로서 국제개발처(USAID) 처장을 하시다 현재 로스쿨 교수로 오신 사만다 파워 교수님을 찾아뵈었다. 그분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니라서 어시스턴트와 일종의 면접(?)을 거쳐야 했는데, 그 뒤에도 무려 한 달을 기다린 후에야 만나 뵐 수 있었다. 교수님과 한 여러 가지 이야기 중 한국 ODA 관련 이야기를 여기서 나누고프다. (ODA =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원조)


나와 내 동료들은 한국 ODA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깊다. 미국은 민주주의의 확대, 독일은 기술 증진, 스웨덴은 인도주의 강화 등 명확한 이미지가 있는데 우리 ODA는 늘 아리송하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철학은 무엇인가. 아무튼.. 교수님께 한국 OD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여쭈었다. 외부의 시선, 그것도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분의 시선이 궁금했다. 교수님은 공여국으로의 전환 경험, 테크, 그리고 전후재건을 한국 원조의 강점으로 보셨다.


테크 관련, 우리 과기 ICT ODA 전략을 보면 “개도국이 수용가능한 기술을 활용”하자는 얘기가 서두에 나온다. 정말 획기적인 ODA를 하려면 오히려 개도국이 신기술을 수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IT강국으로서의 한국을 ODA에도 잘 녹여내려면 적어도 과기 ICT 분야에 있어서는 세컨찬스를 보장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아야 하지 않나, 교수님과 대화 후 로스쿨을 나오며 생각해 봤다.


전후재건 관련, 내가 너무 (상대적으로) 평화로운 시기에 태어나 우리가 얼마나 회복탄력성이 강한 민족이었나를 잊고 있었다. “한강의 기적” 서사가 경제성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보니 간과했는데, 이 기적은 사실 성공적인 전후복구에서 시작된 것이다. 우리의 정체성이 “평화”라면 참 좋겠지만 그건 아무래도 다음 세대의 몫이 될 거 같고, 지금으로서는 전후재건을 강점으로 삼아 ODA를 브랜딩해도 좋을 거 같다.


수원국에서 공여국으로의 전환 경험은 두 번 말하면 입 아프니 넘어가겠다.


오피스아워를 기다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교수님이 쓴 책을 읽으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의 국민으로 ODA를 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모든 결정 하나하나에 책임감이 무겁게 느껴지는 한편, 성과가 팍팍 눈에 띄니 도파민이 터지겠지.. 어쩐지 부러웠더랬다. 그러다 아차차.. USAID를 폐쇄한 현 정부의 결정이 생각이 났다 (숙연..). 교수님은 모두가 원조 예산을 삭감할 때 한국만이 따따블을 외쳤다며 놀라워하셨다. 그 느낌 그대로 갖고 계시길 바라며, 다시 원조예산이 삭감되었단 얘기는 굳이 꺼내지 않고 겸연쩍게 웃었다.


교수님 책에 그런 얘기가 나온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일에 있어서 Bystander가 될 것인지 upstander가 될 것인지 선택한다고. 원조예산이 늘어나든 줄어들든, 일단 처한 상황 속에서 나와 같은 practitioner들이 추구해야 할 선택지는 단 하나다. “Better is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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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사만다 파워 대사님/교수님 사무실, (우) 하버드 로스쿨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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