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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건너별 Jul 19. 2022

헤어질 결심 : 두 번의 관람과 두 번째 포스팅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스포일러가 포함된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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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이라는 영화를 두 번째로 봤다. 영화관 가서 혼자.

난 웬만하면 영화 자체를 잘 안본다. 맘에 드는 사람이랑 잘해보고 싶거나, 누가 가자가자 하면 보는 편이다.

그런 내가 혼자만의 의지로 영화관에서 다시 보게 한 이 영화는 두고두고 회자될 내 삶의 기록이다.

난 영화 리뷰같은건 잘 못쓴다. 난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걸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만 머릿속에 맴도는 '나의 느낌' 위주로 글을 써보려 한다.


1. 1차 관람과 2차 관람의 차이점

 1차 관람 시에는 누군가랑 함께 보았다. 연출적인 면을 놓친 것들이 많았고 서래의 대사를 100% 알아듣지 못했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영화가 끝나고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옆에 친구는 가고싶어하는 것 같아서 중간에 일어나긴 했다.

 그래서 2차 관람 시에는 엔딩 크레딧이 모두 끝날 때 까지 앉아있고 싶었다. 그게 목적이기도 했다. 내 옆자리 커플도 내 영향을 받았는지 직원이 나가달라고 할때까지 앉아 있더라. 너무도 간직하고 싶은 느낌이다. 근데 또 그게 일상 속에 자꾸만 떠올라서 일을 방해할 정도라서 이게 더 보는게 좋을지 안좋을지 모르겠다. 무료표가 생긴다면 무조건 또 보고싶다. 3번째도 영화관에서 보고싶기도 하지만 그러진 않을 것 같다.



2. 첫 느낌을 설파해보자면  

무의식을 건드려주니까 참 인상깊었다. 내가 살면서 의식적으로 해야하는 것들과 무의식중에 행동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구도가 스타일리쉬한 느낌이다. 취조실에서 돌아가는 카메라가 인위적이라는 느낌이라기 보다 세련된 느낌.  

연출이 거의 범벅이 되어있다(긍정적으로). 모든 장면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 필연으로 이끌어 가는 느낌이라 좋았다. 이런 장면이 왜 들어갔지? 하는 게 없었고 장면 하나하나에 의미를 느껴 더 웅장하게 다가왔다. 

감정선이 너무도 섬세하다.  

멜로, 스릴러, 미스테리를 모두 합친 장르이다.  

보는 내내 심장이 너무 뛰었다.

 서래가 범행을 저지르려 산을 오르며 기도수의 목소리가 오버랩되는 그 연출은 이미지로도 사운드로도 너무 나를 흥분되게 했다.  

서래의 표정은 다양하지 않아서 보는 내내 해준에게 갑자기 못된 짓을 할까봐 불안했다. 눈내리는 산에서 민다던지, 갑자기 목을 조른다던지.            

마지막 바닷가에서의 노을진 그라데이션 하늘이 너무 이뻤다.  

왜 사랑한다고 했을까 하는 의미, 이 영화의 제목이 왜 '헤어질 결심'인지 생각해보았다.  

현실에 적용시켜 보면, 불륜을 저질렀다간 나락간다는 교훈도 있는 것 같다.  


3. 그래고 두번째 볼 결심을 한 후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두 주인공의 표정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서래의 표정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1) 범행을 들켜버리고 다그치는 해준에게 다가가 하는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라는 대사. 그러곤 '우리 일 무슨 일이요? 당신의 숨을 맞추며 잠든 일이요?' 라는 이어지는 해준의 대사에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끄덕이는 서래의 표정이 너무 아른거린다. 그 마음이 순수한 진심이 맞았음을 깨닫고 다시 보는 그녀의 표정이 무엇보다 진심으로 느껴졌고 일상 속에 너무 깊이 침투해 버렸다. 


 2) 지난 '402일동안 당신을' 이라고 말을 잇지 못하는 해준의 표정. 그는 마지막 이성의 끈을 붙잡으려 '그렇다고 당신이 피의자라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며 다잡으려 하지만, 이미 모든 마음이 그녀를 향한다. 그건 그의 표정에서 알 수 있다.

 3) 마지막에 파도치는 바닷가에서 눈을 감으며 '핸드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 바다로 빠뜨려 아무도 못찾게 해요' 라는 녹음파일을 들으며 무언가를 '마침내' 깨달은 듯 슬픔인지 기쁨인지 모를 오묘한 표정으로 깨달음을 얻는 해준. 그것은 그녀를 향했던 모든 무의식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구체화된 언어로 깨닫게 되는 순간이 아니었을까 싶다.

 4) 각자의 배우자 앞에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서래와 해준의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야하게 느껴졌다. 눈빛으로 80프로의 대화가 이어지는 그 순간이 그들에게는 통함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었겠지.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구요]

  취조실에서 다시 마주한 그녀. 배우자와 만난 이유를 묻자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려구요' 라고 대답하는 서래. 그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 없던 감탄만 나오는 서사의 흐름이자 미장센. 진실을 은닉하고 취조를 이어가는 그의 기분은 어떨까. 너무도 인상깊었다.


4.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영화 이름은 왜 헤어질 결심인가?] 


 만남은 자연스럽지만 헤어짐에는 결심이 필요하다는 코멘트를 보았다. 서래를 자연스럽게 만나 사랑에 빠졌고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해준.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다른 남자를 만났지만 그에 대한 사랑을 멈추지 못한 서래. 그리고 미결로서 완결을 내어 당신에게 영원으로 남기 위해 역설적이게도 헤어질 결심을 한 서래. 마지막까지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랑의 감정에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한 해준. 해준은 헤어질 결심을 하지 못했다. 서래는 헤어질 결심을 했다. 오고가는 불확실하고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감정 속에서는 결심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후회하게 되니까. 아마 해준은 평생을 후회로 보낼지도 모른다. 결심을 하지 못했으니까. 결심하고 행동하며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를 외쳤던 서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련 없이 생을 마감했을지도 모른다. 그녀는 결심을 했으니까. 나의 모든 마음이 그곳으로 향해 있다면, (영화 속에서는 그러면 안되는 상황이었기에 일어난 일들이지만, 적어도 그럴 수 있는 상황이라면) 결심하고 행동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기회를 놓친다면, 무의식이 향하고 있었던 모든 마음들은 생에 중간중간에 나를 찾아와 두고두고 괴롭힐 거다. 마음과 행동이 이별하여 영원히 만나지 못할 것이다. 마음은 행동을 그리워할 것이다.


[키워드 및 연출 포인트]

 안개, 붕괴, 꺾는 손가락, 깜빡이, 마침내, 단일한, 아이폰과 워치 그리고 시리, 산과 바다, 푸른색, 138, 벽지, 아이스크림&양동이, 미결            


5. 다음 번에 영화를 다시 본다면 

서래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유심히 볼 것만 같다. 그 마음이 담긴 표정들과 대사들, 지금 떠오르지 않고 느낌만 남아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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